<고의서산책/ 1017> - 『張簡齋經驗處方集』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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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17> - 『張簡齋經驗處方集』②
  • 승인 2022.07.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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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명의비방의 요체는 시의적절한 가감에 있다

  지난 회에서 이 책의 원작자이자 수록 처방의 실제 주역인 張簡齋에 대해 미처 다 소개할 겨를이 없었다. 국내에는 알려진 문헌이 없을 듯해서, 여기에 짤막하게나마 인물사전에 기록된 그의 생애와 활약상을 요약해 둠으로써 이 책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 『장간재경험처방집』

  張簡齋(1881~1951)는 자가 師勤. 별호는 기록되지 않았으며, 모두 簡齋로만 기재되어 있어 본명으로 보인다. 원래 고향은 안휘성 桐城이나 강소성 남경에서 살았다.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따라 의학을 공부했는데, 『내경』,『상한론』,『금궤요략』을 정밀하게 연구하였고 특히 『醫學心悟』와 온병 저작들을 암송하였다.

  처음에는 남경에서 의업을 펼치다가 항일전쟁 기간에 重慶으로 옮겨 진료소를 운영하는 한편 國醫傳習所를 창립하였다. 중앙국의관 상무이사, 남경시국의공회이사장을 역임하였다. 일찍이 余雲岫(1879~1954)가 제기한 중의폐지 주장[필자주: 廢止舊醫以掃除醫事衛生之障碍案]에 극력 반대하여 투쟁활동에 적극 참여하였다.

  학술적인 면에서 고전을 존중하되 고법에 얽매이지 않았으며, 내과와 부인과에 정통했고 잡병 치료 특히 時症 치료에 탁월했다고 한다. 치법에 있어서 비위를 重視하여 위기를 보호하는데 주력했으며, 祛風勝濕藥을 즐겨 사용했고 소량의 처방만으로도 치법을 원활하게 구사하여 매번 뛰어난 효과를 거두었다고 알려져 있다.

  범례 첫 구절, 편집자 왕조웅의 다음 문구에서 책이 만들어진 사연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여기 실린 내용은 모두 내가 어린 나이에 장간재 스승님을 따라다닐 적에 임상에서 얻은 경험양방으로 처방마다 모두 치법이 있어, 방명 첫머리에 치법을 붙였다. 예컨대, 疎化降逆法, 祛導濕熱法, 辛宣淸解法 같은 것들이다.

  본문은 내과(時病雜病), 婦科(부인과)와 兒科(소아과) 3문으로 나뉘어져 있고 문류 아래 다시 병명에 따라 분류했다. 또 매 문마다 현대명의경험방을 골라 동일 부류 끄트머리에 붙여 참고하기에 편리하도록 했다. 매문은 치법과 成方, 가감법을 수록했는데, 치법 뒤에 주해를 붙여 대표방과 주치병증을 간략하게 기재했다.

  장간재는 특히 時病치료에 장기가 있었다고 하니, 내과 첫머리 감모류를 잠깐 살펴보기로 하자. 첫 치법은 소화강역법으로 이 법은 『活人書』금불초산을 主宗으로 삼아 가미한 것인데, 풍한으로 인한 감모를 주치한다고 적혀있다. 적응증으로는 두통, 오한, 발열, 해역담다한 증상에 해표강역화담하는 방법이라고 기재하였다.

  이어 원방이라 할 수 있는 ‘활인금불초산’(금불초, 형개, 전호, 반하, 적복령, 세신, 감초, 생강, 대추)을 수재하고 按語를 붙여놓았다. 여기에서 말하기를 “활인서의 이 처방은 풍한해역을 치료하는데 자못 효과가 뛰어나지만 오직 환자에 따라서는 뱃속이 그득해져서 식욕이 줄 수 있으므로 지각과 길경, 귤피를 넣어 疎氣開胃하고 대추를 빼서 滯하지 않도록 하였다.”라고 해설을 붙였다.

  그 다음 또 하나의 안어[復按]가 붙어 있는데, “장간재 선생의처방은 용약분량이 매우 적지만, 당시 그분이 머무는 지방에서 최고의 명의로 이름이 높아 진료에 몹시 분주했으며, 매번 처방을 내면 연이어 3~5일분을 복약케 하고 아무리 적어도 2일분 이상을 복용한 뒤에야 다시 검진받게 했다. 긴급한 중병에 특수한 경우가 아니고선 날마다 재진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조웅은 안어 말미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우리들이 만약 장선생 처방을 본떠 사용한다면 반드시 병증의 정황을 헤아려 약량을 증량해서 원활하게 응용해야 한다.” 명의비방만을 고집해 따르기보다는 시의적절한 활용법이 요체인 것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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