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린애의 도서비평] 틈새를 메우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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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린애의 도서비평] 틈새를 메우기 위하여
  • 승인 2022.06.24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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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린애

김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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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골절 골다공증 비수술 한약치료 이야기

한의원에서 진료를 하다 보면 환자의 생활과 기대, 질병 자체, 한의학과 진료하는 한의사 사이에서 잔금 같은 틈새들이 느껴진다. 어떤 병이든 그 틈새가 없을 수 없지만, 골절은 더더욱 그렇다. <골절 골다공증 비수술 한약 치료 이야기>는 이 틈새를 메우기 위한 노력이 담긴 책이다.

“아프긴 하지만 입원할 필요도 없다니 심한 게 아닌가 봐요” “참다 보면 되겠죠”

황만기 지음, 미래터 출간

골절이라고 하면 석고 고정을 하고 꼼짝 못 하고 누워있는 환자를 연상하게 된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골절당한 후에도 일상이 계속된다. 늑골 골절은 크게 숨을 쉬거나 기침을 하는 등의 자극에도 통증이 있다. 하지만 사지에는 문제가 없는 상태다 보니 걷고 사무를 보는 등의 일상이 대부분 가능하다. 기침이나 크게 웃기는 못 하는데 일은 다 할 수 있다는 그 애매한 틈새는 뼈 사이의 금과도 닮았다. 발가락 골절환자들에게도 그 틈새가 있다. 아프고 걷기 힘든데 보조기구를 활용하면 답답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근무와 일상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런 일상과 부상이 겹쳐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다시 환부가 어긋나거나, 근육이 감소하거나 통증 때문에 움직임이 왜곡되어 다른 부위가 함께 아프기 쉽다. 아이들의 경우에는 성장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골절 치료 기간을 줄일 수 있는 치료를 받고 받지 않고는 누가 누가 잘 참나 하는 문제가 아니다.

“따로 할 수 있는 것도 없잖아요” “나이 먹어서 그런 거니 어쩔 수 없죠”

많은 환자들이 빨리 나을 방법이 있을 거라는 기대가 없다. 특히 골다공증이 있는 고연령 환자, 특히 거기에 실제 골절이 겹친 환자들은 더욱 그런 것 같다. 노화라는 말은 참 무섭다. 노화 때문에 나타나는 통증이라면 극복하려는 노력은 마치 ‘자연스럽지 못하고’, ‘헛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실상은 골다공증 환자가 1~6개월의 한약 치료를 받으면 골절 위험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한다. 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항골다공증 제제가 소화기 질환부터 턱뼈 괴사 같은 부작용을 겪을 수 있는데 비해 적절한 한약 치료는 심각한 부작용 없이 항골다공증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자연스럽지 못하지도, 헛되지도 않다.

임상 한의학을 배울 때부터 교수님들에게서 자주 듣던 것이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의 차이이다. 환자들은 아무리 무릎관절에 좋지 않다고 해도 등산을 가고 싶어 하고, 아직 뼈가 덜 붙었을 거라고 신신당부를 해도 골프를 치고 싶어 한다. 아무리 무리하지 말라고 해도 직접 김치를 담가야 뿌듯하다. 아쉽게도 “한의 치료를 받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전체 치료 비용이 더 적다, 다시 골절 당하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뼈가 붙는데 걸리는 기간이 단축되었다는 연구가 있다, 그러니 치료가 필요하시다”는 설명은 등산과 골프에 비하면 재미가 없긴 하다. 이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의 사이를 메울 기회와 수단을 얻기 위해서는 의료인 측에서 더 노력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환자들이 의료인을 믿어줘야 치료의 기회가 생기는데, 이는 꾸준한 홍보와 자신감이 필요하다. 수단은 계속 스스로 연구하고 진료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이 연구하고 진료한 것을 모아가며 갖출 수 있다. 오늘 소개한 책은 저자가 뼈 관련된 질환들-골절, 골다공증, 퇴행성 관절염 등–에 대한 기회와 수단을 쌓아 올려둔 책이다. 자신도 먼지 한 톨만큼이라도 쌓아 올릴 날이 오기를 기원하며 이 책을 감사히 읽는다.

 

김린애 / 상쾌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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