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영의 제주한 이야기](2) 국가지정 천연기념물 550호. 제주 흑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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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영의 제주한 이야기](2) 국가지정 천연기념물 550호. 제주 흑돼지!!!
  • 승인 2022.06.17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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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영

남지영

mjmedi@mjmedi.com


제주에 놀러오는 사람들은 “흑돼지 어디가 맛있나요?”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제주도 돼지는 다 맛있어요~굳이 흑돼지 아니어도 다 맛있어요~”하고 답하곤 하는데, 물어보시는 분들은 실망을 하는 눈치다. “제주 살다보니 이 집 흑돼지가 최고더라구요~~!!”같은 답을 기대하셨던 것 같다. 하지만 정말로, 제주도 돼지고기는 흑백 관계없이 다 맛있다.

제주 토박이들은 “무사 흑돼지? (왜 흑돼지?)”라고 하면서 아무 돼지고기나 먹자고 하는 경우가 많다. 육지에서 오신 분들은 속상한 반응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막상 추천맛집에 가신 다음에는 꼭 감사인사를 하신다. 정말 맛있고 너무너무 잘 먹었다는 이야기를 진심으로 하신다.

왜냐하면 제주산이라면 흑돼지건 아니건 맛있기 때문이다. 제주에 살다보면 굳이 흑돼지를 찾지 않게 된다. 제주도민(토박이들은 자신들을 토박이라기보다는 ‘도민들’이라고 부른다.)들은 대부분 흑돼지와 일반돼지를 구분하거나 특별히 찾아서 먹는 경우가 별로 없다. 제주도 사람들은 이 지역 돼지에 대한 믿음이 있는 것을 넘어서서 맛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매우 크다.

실제로 제주돼지는 다른 돼지고기와 비교불가로 맛있다. 유전적인 요인으로 인한 신체적 특성도 확실히 있는 것 같고,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가축질병의 유입이 어려운 것은 명확하고, 좋은 물과 맑은 공기로 인해 육질이 잘 형성되는 것 같다.

제주흑돼지는 2015년 3월 17일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1900년대 이후로 가축 개량 사업들이 이어지면서 제주 토종 흑돼지도 외래종들과 교배가 이루어졌다. 생산성을 위해서 더욱 박차가 가해진 이 사업들로 인해 교배종들이 많이 번식하게 되었고, 제주 흑돼지의 후손들이 많이 탄생하게 되었다.

제주흑돼지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타 지방과는 확연히 다른 혈통의 고유성이 있다고 검증되었으며, 제주 토종 흑돼지들의 육질과 맛의 기원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 이로 인해 제주흑돼지에 대한 수요는 더 많아졌으며 “역시 흑돼지는 특별하다”, “제주에 가면 흑돼지를 먹어야지”라는 등의 반응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토종흑돼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을 만큼 접하기가 정말 힘들다. 축산진흥원에서 일정 수량까지 보존하도록 사육하고 있지만 그 이상의 수량은 분양을 신청한 농가로 보내진다. 해당농가에서 식용으로 도축하더라도 양은 많지 않다. 쉽게 접할 수 있는 흑돼지는 재래종과 외래종의 교배결과이다.

이러한 이유로 제주토박이들은 굳이 흑돼지 백돼지를 따지지 않고 먹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또 하나 돼지고기에 대한 남다른 문화가 있다. 바로 비계 우대 문화이다.

제주에서 열리는 잔치(결혼식, 돌잔치, 집들이 등)에 참석하게 되었거나 장례식 등에 가게 되신 분들은 다른 것보다 돼지고기 때문에 놀라시기 일쑤다. 때로는 관광와서 일반 식당에 가신 분들도 안 좋은 고기가 나왔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제주에서는 비계부분이 많은 고기를 내어주는 것이 귀한 분을 대접한다는 뜻인데, 육지와는 정반대이므로 놀라거나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이것은 제주인으로서 상대방을 굉장히 아끼고 감사한 마음으로 맞이한다는 의미이다.

육지에서는 고기를 늘 바싹 익혀서 먹고, 비계 부분은 잘라내고 먹는 것이 보통이다. 비계가 많은 부분이 내 몫으로 온다면 상당히 섭섭하다. 그러나 제주도는 완전히 반대이다. 비계가 많은 부분을 귀한 손님에게 대접한다. 비계가 거의 없는 부분만 받는다면, 나에게 퍽퍽살만 줬다며 서운해 한다. 비계를 중시하는 문화는 요즘 주목받는 저탄고지 식이요법과도 연결이 된다. 사각사각한 식감에 대한 주목 뿐만 아니라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양질의 지방이 몸 속에 오래오래 저장되어 서서히 분해되는 귀한 에너지원이라는 인식은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남지영 / 경희미르애한의원 대표원장, 대한여한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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