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으로 ‘아동’이란 18세 미만의 사람(아동복지법 제 3조 1항)을 말합니다만, 18세 미만이 모두 단일한 ‘아동’은 아니지요. 지역사회의 아동은 성장단계에 따라 다양한 건강 수요를 보여 주는 폭넓은 집단입니다. 갓 걸음마를 뗀 아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이,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청소년 등 각각의 경우에 맞추어서 다양한 한의약 보건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중에서 학교를 배경으로 한 ‘학교보건 사업’, 그 중에서도 중·고등학교에서 이루어져 온 보건사업에 대해서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교의(校醫)사업의 법적 근거 중 하나는 학교보건법 시행령입니다. 아래 표를 보면, 학생과 교직원에게 건강 상담과 교육을 시행하고, 건강 진단 및 평가를 시행하며, 예방 및 보건지도를 하는 등의 역할을 확인할 수 있지요.

경기도 성남시와 서울특별시의 교의 사업 결과는 2015년 이래 복수의 결과보고서와 논문을 통해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 자료들을 보면, 한의사가 참여한 교의 사업은 한의학적 개념을 포함한 건강교육, 한의학 변증에 따른 학생 건강상태 진단, 교육과 진단에 기반한 지속적인 관리라는 세 가지 특징을 보입니다. 교의 한의사가 담당하여 관리해 온 건강문제는 저성장, 비만, 불면, 소화불량, 요통 등의 근골격계 통증, 비염, 월경곤란증, 우울 및 스트레스 관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였고요. 2019년에 성남시에서 참여대상 청소년을 변증진단한 결과를 보면, 혈허증과 어혈증(경증)의 경유 해당 진단을 보유한 여학생의 비율이 남학생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다고 합니다.²⁾ 이러한 결과에 기반해, 혈허증과 어혈증을 보이는 여학생에 대한 차별화된 후속 중재가 가능할 것입니다. 현재 학생이 가지고 있는 질환에 대해서는 보다 집중적인 치료적 중재도 가능할 것이고, 미병(未病)의 관점에서 향후에 잠재적으로 겪을 가능성이 있는 건강 문제에 대해서 사전 예방 중재도 가능하지요.

한편, 2017년 서울시 사업에 참여한 9개 중학교 학생 6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³⁾에 따르면 월 1회의 한의사 보건교육이 선호되었고, 한의사 교의에 의한 보건교육 내용으로 듣고 싶은 내용 1순위는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건강하게 쑥쑥 잘 크는 방법(성장)’이었고, 특히 학부모와 교사가 아닌 학생들에게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우선순위는 ‘스트레스 해소와 좋은 대인관계를 위한 방법’과 ‘생활 속의 응급처치’였다고 합니다. 학생의 수요에 부응하는 교육과 중재 내용을 포함하되, 국내외를 막론하고 청소년(adolecents)의 고전적인 건강 문제로 분류되고 있는 흡연, 음주, 정신건강 등의 주제⁴⁾를 지속적으로 다룬 근거를 쌓아나가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의 중고등학생 관련 지표에서 해당 지표들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해당 부문 지표는 △현재 흡연율(중/고 별, 남/여 별), △청소년 현재음주자의 위험음주율(남/여 별), △청소년 비만 유병률(남/여 별) 이며, 각각의 지표 정의는 아래를 참고해 주세요.

2015년 한의약 건강증진사업 최우수 사례로 선정된 전라북도 남원시의 ‘한의약 스마트 쉼터 클래스’⁶⁾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청소년의 건강 문제를 직시한 좋은 사례입니다. 관내 중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을 발굴하였고, 8주의 사업 기간 동안 침구치료·추나치료·건강교육을 시행하였습니다. 사업결과는 사전-사후 VAS 점수 비교, 스마트폰 중독 증상에 대한 점수, 주관적 건강상태, 거북목 상태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여 보고하였고요. 특히 ‘집중관리반’을 별도 운영하였고, 사후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던 점이 특징적입니다.

경기도 성남시와 수원시의 교의 사업 담당자를 인터뷰하여 타 지역에 공유될 만한 조언에 대해 들어 보았습니다. 우선, 치료적 중재 부분에 있어서 학교 측의 협조가 사업의 활성화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연계 구조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 서울시에서는 교육청과 협약하여 학교에 사전 공문을 발송하여 안내하는 등의 방법들도 활용하였군요. 또한, 참여한의사의 표준적인 술기 및 교육 상담 면에서 매뉴얼 구축이 관건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안정적인 교육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비대면 수단인 동영상 강의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도 있다는 의견입니다. 참여 한의사에 대한 보상과 같은 필수적인 부분을 안정화하는 데 장기적으로는 지자체 조례 확보가 중요함 또한 강조되었습니다. 지역에서의 꾸준한 사업 추진은 역으로 조례 제정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이 점은 용인시 한의약 육성조례안을 발의한 용인시의회 장정순 의원의 인터뷰에서 확인해 볼 수 있는데요, “관내 초·중·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한 월경통 강의 및 진료를 통해 월경통, 월경불순으로 인한 청소년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해 주기 위해” 시행한 결과, 사업대상자의 만족도가 높아 사업을 더욱 확대하는 것이 용인시민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조례 발의의 배경이 되었다⁷⁾고요.

코로나19 유행 이후 학생들이 밀집하는 대표적인 시설인 학교에서의 감염병 관리 및 예방에 대한 중요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또한, 학생 건강과 관련된 주요 건강문제를 발굴하고 필요시 지역 의료기관으로 연계하는 등 지속적인 관리를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이 교의 프로그램 운영의 장점입니다. 사회적으로 중고등학교 재학생의 신체 및 정신건강뿐 아니라, 학교폭력 또는 자살 예방과 같은 문제에 이르기까지 의료인의 직간접적인 참여를 기대해 볼 수 있다면 좀 더 다양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통해 해결이 가능하겠지요. 현재 ‘교의 한의사’라는 한의약 보건사업 아이템이 각 지역별로 다양한 지표를 통하여 평가되고 있는데, 국민건강종합증진계획 지표 등을 활용해서 대표적인 공통 지표 3-5개를 중심으로 사업 결과가 구축되고, 학생의 실 수요를 반영한 지표를 부가하는 방식으로 효과평가 구조를 마련하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교육과 검진, 지속적 관리’라는 특징으로, 학업에 쫓겨 의료기관을 제때 방문하기 어렵거나 건강 악화 신호를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학생들을 선제적으로 관리해 학교현장에서 해소되지 않고 있는 보건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좋은 수단으로 활용되기를 바랍니다.

한은경/호영보건의료연구소

각주 
1) https://www.law.go.kr/법령/학교보건법시행령

2)  2019년 청소년대상 한의사 교의 활동의 성과 분석 연구. 성남시한의사회.

3)  이승환 외. 중학생, 교사, 학부모 대상 한의사 교의 사업 인식도 조사. 대한예방한의학회지 2017;21(3):51-63. https://www.koreascience.or.kr/article/JAKO201708034063557.pdf

4) https://www.healthypeople.gov/2020/topics-objectives/topic/Adolescent-Health

5)https://www.khealth.or.kr/hpn/hpnIdx/IndicatorsSearch.do?menuId=MENU01308&hp=HP2030&gapCodeNo=12007&taskCodeNo=18002&searchClass=1

6)  함께하는 한걸음(한의약건강증진사업사례집) 2015. 한국건강증진개발원.

7)  https://www.akomnews.com/bbs/board.php?bo_table=news&wr_id=42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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