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13> - 『治疹指南』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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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13> - 『治疹指南』②   
  • 승인 2022.06.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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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마과회통 토대로 乖症失治 보정

  저자 韓敬澤은 자서에서 痘疫은 근래 우두법이 전해져 널리 救濟되었지만, 마진은 상고시대(軒歧華扁)로부터 사대의가(張李朱劉)에 이르기까지 한마디 말도 없었으니, 혹 빠트려서 전하지 않은 것인가 아니면 가벼이 여겨 말하지 않은 것인가 자문하였다. 명시기에 龔, 馬, 王, 朱, 萬 5인에게 이르러서야 비로소 이치를 미루어 병증을 논구했는데, 그 중 萬氏의 설명이 가장 정미로우며, 장경악이 조부로부터 이어받아 연구를 계속했지만 오직 발진과 소반에만 주력했을 뿐이고 소반 이후 怪症에 대해서는 역시 상세하지 못했다고 논평을 가했다.

◇ 『치진지남』

  우리 동국에 이르러서는 신주촌(申曼) 선생과 정다산(丁若鏞) 같은 분이 시종일관 연구를 지속하였고 이몽수는 소반 뒤에 나타나는 여러 怪症에 대해서 명확하게 갈래를 나누었기에 前人未發의 경지를 펼쳤다고 찬양하였다. 그러나 후인들이 여러 의가들이 각자 경험한 조각 처방들을 채록해 부류를 나누어 구분하지 않고 자기 생각대로 마진비방이라 하여 함부로 투약해 목숨을 해치는 경우가 있다고 한탄했다.

  서문에 이어 범례가 실려 있는데, 여기에 저자의 구성의도와 본문 수록 방식이 간결하게 기재되어 있다. 요약하자면, 가장 먼저 마진본편은 始痛으로부터 消疹에 이르기까지 각 변증단계별로 조항을 구분해 열거함으로써 독자들이 찾아보기 쉽도록 고안했다고 적어놓았다.

  또한 두진으로 이름난 의가들의 논의는 부류별로 抄出하고 말미에 人號冊名을 기록하여 구별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즉 아호나 저술의 서명으로 출전주기를 붙임으로써 각자의 견해를 견주어 볼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예컨대, 주촌, 다산을 비롯해 蒙叟(李獻吉), 許氏(許浚), 朱氏(朱純嘏), 馬氏(馬之騏), 박씨, 왕씨, 오씨 등으로 약칭했으나, 일부는 출처미상이다. 또 출전서명으로 景全(경악전서), 張通(장씨의통), 石秘(석실비록), 辨證(변증기문) 등 약서명으로 표기해 놓았다.

  또한 이 책에서 다룬 내용 가운데 특색 있는 부분으로 失治에 대한 처치법을 다루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곧 잡증에서 다루고 있는 일종의 후유증상을 초기대응에서 잘못 처치하여 발생한 乖症이라고 단정하면서, 대개 음식물이나 풍한, 飮水 등 일상사의 중요성을 간과해 조심하지 않아 생긴 것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대부분 잡증은 마진 변증이 잘못되었거나 조섭에 게을리 하여 초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본문에선 말미의 禁忌조항에 食戒, 風寒, 脹滿조를 두어 기술하였다.

  이에 따라 모든 잡증은 한 가지로되 발진시냐 소진한 뒤인가에 따라 치법이 크게 다르므로 본문에서도 이를 구분점으로 크게 양분하고 있다. 또한 권말에는 乙未, 壬戌, 壬午 3개년 경험방을 부록으로 곁들여 놓았는데, 이를 통해 후학들이 年運(운기), 發症(변증), 用藥(처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살펴보아 판단해 볼 수 있도록 첨록하였다.

  아울러 말미에 水痘 및 상한발반을 부가했는데, 이른바 속칭 陽毒발반, 陰毒발반이라고 하는 것으로 이 또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추록해 놓았다고 밝혀 놓았다. 부록으로는 痘瘡後蓋痘疹, 疫病發斑挾斑, 傷寒發斑癮疹, 水痘症治와 함께, 앞서 말한 3차례에 걸쳐 마진이 유행할 때 사용했던 치법과 처방을 기록한 경험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반적으로 기존의 마진방을 망라해 체계적으로 정리한 수작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수록한 내용이나 체제면에서는 대개 정다산의 『麻科會通』으로부터 크게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하다. 다만 『마과회통』권미에 수록된 종두심법요지를 비롯한 두창치료법을 배제하였으며, 합제편에 해당하는 처방편을 藥錄이라는 제목 아래 권두에 전진 배치하고 변증단계별로 목차에 따라 배열한 것이 구성상 매우 독특한 점이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대유행이 종식되기도 전에 원숭이두창이 고개를 내밀며, 역병으로 再侵할 기미가 보인다니 걱정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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