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기반연구 및 융합연구, 두 축으로 '디지털 한의학' 원천기술 개발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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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기반연구 및 융합연구, 두 축으로 '디지털 한의학' 원천기술 개발 박차”
  • 승인 2022.05.19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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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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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취임 1주년 맞은 이진용 한국한의학연구원장

“한의학이라는 보물 어떻게 미래에 맞게 융합시켜 제공할 것인가 고민”

 

[민족의학신문=대전, 김춘호 기자] 지난해 4월 9일 한국한의학연구원장으로 취임한 이진용 원장, 그는 30년간 임상에서 환자를 진료하던 한의사이자 병원장이었다. 그가 어떤 계기로 한의학연구원장으로 취임했고 앞으로 어떤 비전을 품고있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경희대한방병원장을 맡던 중 임상이 아닌 한의학연구원장에 지원했다. 계기가 있었나.

한의학을 통해 언어장애, 알레르기, 뇌성마비 등 소아 관련 질환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면서 “임상효과가 있는데, 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못할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진료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좋은 치료 기회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과학화·표준화 연구에 힘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한 생각이 결국 나를 한의학연으로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지난 1년간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인가.

쉽게 말하면 ‘현재’와 ‘미래’라는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겠다. 내가 취임했을 시기는 지금보다 더 팬데믹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상황과 내·외부의 제약을 고려하면서도 우리 고유의 미션을 성실하게 달성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쉽지 않은 여건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한의학연이 쌓아온 연구자원을 바탕으로 우리 구성원들과 함께 흔들림 없이 주목받는 성과를 창출해왔다. 침치료, 아토피, 난임, 항암, 우울증, 곤충자원 등 다양한 연구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를 냈다.

다음은 ‘미래’로 풀어볼 수 있겠다. 현재 상황에 하나하나 집중하면서 미션을 달성하면서도, 미래에는 우리 한의학연구원과 한의학이 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했다. 수천년의 지혜가 담긴 한의학이라는 우리 보물을 어떻게 미래의 환경, 기술, 정책에 맞게 융합시켜 제공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지속했다.

 

▶지난해 9월 기자회견에서 디지털한의학을 선도하겠다고 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정의하는 디지털한의학은 무엇이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플랜은 무엇인가.

‘디지털한의학’은 쉽게 말하면 기존의 한의학을 디지털 기반의 정밀 의료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면서 최신 바이오·ICT 첨단과학기술과 융합하는 한의학이라고 할 수 있겠다. 디지털플랫폼 등을 활용하여 생체정보를 축적하고, 한의 임상정보 빅데이터 등을 취합·분석하면서 더 효과적인 개인맞춤형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미래의학시장을 선도하기 위하여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초·기반연구, 융합연구를 두 축으로 삼고 '디지털한의학' 원천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항암 분야에서 ‘한의기반 종양면역 치료제 연구’에 대한 성과를 냈다. 소개를 부탁한다.

한의기반 종양면역 치료제 연구는 우리 연구원이 최근 우수한 성과를 내고있는 분야 중 하나다. 게다가 한약기반 종양면역 치료제가 기존 면역 항암제가 보이는 과민반응 등 부작용을 극복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기 때문에 더 관심을 보여주는 듯하다.

지난해 6월 식약처로부터 한의기반 면역항암제(면역관문차단제) 후보물질인 ‘KIOM-ICI-1’의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한약을 기반으로 한 소재에서 항체치료가 아닌 면역관문을 차단하는 면역항암 치료 효능을 발견해 임상시험이 승인된 첫 사례이다. 앞으로 수술, 항암제·방사선 치료 등 표준 항암치료에 실패한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을 수행하며 본 연구성과로 도출한 면역관문차단제의 안전성 및 효능을 검증할 계획이다.

이어 9월에는 한의 임상에서 종양 치료제로 사용하고 있던 오이풀뿌리 ‘지유’에서 세계 최초로 면역관문 차단 효능을 규명했다. 기존의 암세포를 직접 죽이는 방식의 치료제는 구토, 탈모, 간독성 등의 부작용이 있었다. 그런데 본 연구에서는 ‘지유’를 활용, T세포를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접근하여 암세포를 제거하고 구토나 탈모 등의 부작용도 없었다. 기존 면역관문차단제 ‘키트루다’와 병용 치료에 응용할 가능성도 있어서 한의약 기반 임상 기술의 가치를 제고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앞으로도 한의기반 면역항암제 연구를 통하여 중대질병으로 고통받는 국민을 돕고, 힘이 될 수 있도록 한국한의학연구원의 역할을 다할 계획이다.

 

▶중장기 연구전략으로 ‘글로벌 침구연구 선도 전략’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한의학의 글로벌 R&D 경쟁력을 크게 확대한다고도 했다. 이를 위해 현재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글로벌 침구연구 선도 전략’을 질문했는데, 최근 한 방송사에서도 다큐로 다루었지만, 한의학에서 침술은 세계적으로 관심받는 영역이다. 다만, 이러한 한의학의 강점이 더 살아나려면 글로벌 수준의 연구결과를 꾸준히 제시하고, 경쟁력을 더 강화시켜야만 한다. 결국에는 한의학의 글로벌 R&D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전통과 미래의 결합을 성공적으로 이뤄내야 한다.

그리고 현재 그 노력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연구가 바로 ‘침구 경락 ICT융합연구’이다. 이 연구는 전통적인 경혈·경락이론에 따른 작용기전과 침술을 과학적으로 규명·해석하고, 최신 바이오·ICT 기술과 융합하는 연구로서 ‘미래의학’의 특징을 보여준다. 물론, 이를 활용하는 전자약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침구 경락 ICT 융합연구’와 같은 연구가 바로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이미 2020년 기준으로 글로벌 침 치료 시장 규모는 765억 달러(91조원)에 달한다. 5년간 연평균 15.5%씩 성장한 것이다.

논문분석을 기반으로 본 우리의 침구경락 R&D 경쟁력은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에 해당하지만, 관련 시장 규모 및 영향력은 선도국가 그룹이 아니라 추격형 그룹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이런 평가는 경쟁력을 집적하고 활용할 구심점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닌가 판단한다. 현재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침구경락 ICT융합연구동 건립사업을 추진하는 등 그 구심점이 되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됐다. 본초탐사대 등 일반인 대상 및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는 행사 계획 등이 궁금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시점인 5월부터는 기관 방문 견학프로그램 등 대면 프로그램을 본격 재개할 예정이다. 감염병 재유행에 대한 위험성 등을 고려하여 소그룹 인원으로 진행하고, 확산 추이에 따라 단계적으로 참여 인원을 조정할 계획이다.

올해는 디지털 소외계층 대상 ‘다함께 한의과학’, 초등학생 대상 체험프로그램인 ‘어린이 본초탐사대’ , 대규모 과학축제 참가 등 많은 오프라인 행사가 계획되어 있다.

2년만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는 만큼, 더욱 다양하고 재밌는 프로그램으로 찾아갈테니 많은 기대해주시기 바란다.

 

▶2014년에 입사자 이후 없어진 후 한의사 면허수당이 2019년 경 복원됐다. 당시 복원됨으로써 한의사 인력확보를 기대했고, 3년여가 지났는데 인력 확보 등 효과는 어떠했는지.

전임 원장께서 탄탄하게 운영되도록 제도를 만들어놔서 큰 도움이 됐다. 한의학연구원에 44명 한의학 전공자가 있다. 한의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한의학연구원에 많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실질적으로 한의사 지원자가 늘어났다.

 

▶남은 임기 동안의 계획을 말해달라.

그동안 우리 연구원은 국민과 인류 사회에 한의학을 통해 어떻게 더 많은 유익을 드릴 수 있을까 고민해왔다. 나는 그 답이 ‘디지털한의학’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 현재 보건의료 현장을 살펴보면 정신질환과 같은 분야에는 아직도 대응이 어려운 실정이다. 공교롭게도 이 분야는 한의학이 강점을 가지는 분야이다. 이러한 질환군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는 전인적 관점에서의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앞으로 한국한의학연구원이 ‘미래의학’의 구심점으로서 한의R&D 역량을 모아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의 미래를 선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남은 임기 동안 구성원들과 함께 그 미래를 위한 마중물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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