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한국 영화의 ‘청춘’을 떠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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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한국 영화의 ‘청춘’을 떠올리다
  • 승인 2022.05.20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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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
감독 : 이규형출연 : 강수연, 박중훈, 김세준
감독 : 이규형
출연 : 강수연, 박중훈, 김세준

얼마 전 우리나라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 중에 하나인 베니스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강수연이라는 당대의 월드스타가 너무나 일찍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그녀는 고등학생일 때 없는 용돈을 털어가며 극장에서 직관했던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의 여주인공이자 성년이 되면서 합법적으로 처음 본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인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의 여주인공이었기에 필자에겐 아련한 청춘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다.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라는 <베테랑> 속 유명한 대사를 실제로 한 사람이기도 한 강수연은 1987년 개봉한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를 통해 그동안 수동적이었던 한국영화 속 여성의 이미지를 새롭게 변화시켰고, 2000년대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 캐릭터를 탄생시키는데 일조를 했다.

신문방송학도인 평범한 대학생 철수(박중훈)는 영문과의 당돌한 여학생 미미(강수연)와 함께 즐거운 캠퍼스 생활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보물섬(김세준)이라 불리는 법대생을 만나, 함께 어울리며 기상천외한 행동을 해서 주위를 즐겁게 해준다. 한편, 자신의 장래를 염두에 두고 의대생을 만나, 약혼까지 결심을 한 미미는 현장에 불같이 나타난 철수에게 너와의 사이는 친구라는 만남의 정의를 내리고 돌아선다. 그날 밤 철수는 보물섬과 함께 술을 마시게 되지만 갑자기 보물섬은 쓰러지고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당시 영화 보는 것을 좋아했지만 영화를 전공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시대에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는 어쩌면 필자의 진로를 결정하는데 약간의 지분을 갖고 있는 작품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너무나 좋아했던 작품으로 35년이 지난 지금도 이 영화의 전단지를 아주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을 정도이다. 돌이켜보면 재미있는 대학생들의 이야기가 막연하게나마 대학생활을 동경하게 된 계기일 수도 있지만 지금 봐도 웃음이 빵빵 터지는 시험 컨닝에 대한 에피소드를 비롯한 무수한 아재개그들과 김창완의 <안녕>이라는 노래와 함께한 눈물 쏟는 장면들은 민주화 운동이 한참이었던 1987년 당시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휴식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도 든다. 그로인해 그 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흥행에 성공하였고, 대종상에서 신인감독상과 신인연기상 등을 수상하며 강수연을 비롯한 박중훈과 김세준 등의 배우들이 라이징 스타로서 대세에 합류할 수 있었지만 영화적인 측면에서는 이야기의 구성을 비롯해 연출, 촬영 등 모든 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다. 물론 이전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신박한 아이디어로 영화를 만든 신인 감독 이규형의 신선한 재기발랄함으로 여러모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있지만 요즘 영화들과 비교하면 허술한 면이 너무 많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반부에는 웃음을 주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눈물을 쏟게 하는 한국영화 특유의 전형적인 신파성 스토리라인을 보여주는 초기 영화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며 나름대로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주제를 명확히 보여주면서 이미 결말을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35년 전이나 지금 모두 볼 때마다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이 작품을 통해 강수연은 톡톡 튀는 매력을 한껏 보여주면서 대배우로 발돋움할 수 있는 역량을 선보였고, 월드스타로서의 입지를 다지게 되었다. 2022년, 너무 안타깝게 우리의 곁을 떠난 청춘스타이자 월드 스타인 배우 강수연의 짧지만 굵었던 생을 되돌아보며 필자에게는 오랜 추억의 영화인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 속 미미로 그녀를 계속 기억하고 싶다. 지상의 별에서 이젠 하늘의 별이 된 고인의 명복을 빈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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