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반신반의하던 산모들…한의학 산후조리로 몸과 마음 회복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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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반신반의하던 산모들…한의학 산후조리로 몸과 마음 회복 경험”
  • 승인 2022.05.12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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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인터뷰: 한방산후조리 SCI(E)급 논문 발표한 서주희, 이도은 박사

한방산후건강관리사업 지원받은 산모 8인 면담…산후풍 증상 개선 및 심리적 만족 높아

신생아에 쏠린 지원에 산모 불편 배려 부족…방문 진료 및 지속적 지원 必
◇(왼쪽부터) 서주희 과장, 이도은 연구원.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국립중앙의료원에서 한방산후건강관리 지원사업을 받은 산모들을 심층면담한 내용을 담은 연구가 SCI(E)급 ‘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저널 5월호에 게재됐다. 한의약적 산후조리와 이에 대한 산모들의 인식 변화는 어땠을까? 연구를 진행했던 국립중앙의료원 서주희 과장과 이도은 연구원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2017년부터 한방 산후건강관리 지원사업을 시행해왔는데 이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었나.

국립중앙의료원은 공공의료사업을 진행해오고 있고, 매년 신규사업을 모집하여 지원한다. 처음 산후건강관리사업 기획안을 내어 위원회에서 승인받아 시작한 것은 지난 2017년부터였는데, 그 때부터 침구과 윤인애 과장과 같이 진행해오고 있다. 처음에는 의료원에서 출산한 취약계층 산모를 대상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대상자를 확대해 서울시 거주 취약계층 산모에게도 혜택이 주어졌다. 의료급여 1종, 2종 혹은 중위소득 80%이하의 가구이면서 주민등록상 서울시에 거주하는 산모가 출산 후 3개월 이내에 사업을 신청하면 사업 예산 내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각 산모들의 상황에 맞게 필요한 한약치료, 침, 약침, 추나 등등 필요한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한방산후건강관리사업에 참여한 산모 8명을 대상으로 질적연구를 진행했는데, 연구 결과를 간단하게 소개 해 달라.

크게 두 가지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산모들의 출산 및 산후조리 경험과 인식에 대해 이해하고, 기존에 경험한 산후관리 방법으로 충족되지 않는 필요들이 있는지 파악하고자 하였다.

산모들은 대부분 출산 후 다양한 이유로 몸과 마음의 무너짐을 경험했다. 그럼에도 산후에 조리를 해야 한다는 인식은 가지고 있었으며, 회복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여러 도움과 스스로의 노력으로 다시 몸과 마음의 회복을 경험했지만, 이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도움을 청할 사람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개개인의 가정환경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산후조리 질의 편차가 클 것이라 판단했다.

또한 한의약 산후건강관리 사업 참여 경험에 대한 의미 있는 진술을 추출하여 반복적 비교분석을 해보니, 처음에는 모호한 기대감으로 참여했지만 불편하던 산후풍 증상이 개선됨을 느끼고, 진료과정에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신의 불편한 부분이 치료에 반영되는 것을 보면서 만족도가 커지게 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오로배출, 통증 및 냉감 감소, 몸이 따뜻해지고 기력이 보강됨, 입맛이 돌고 속이 편해짐을 경험하여 한의약 산후관리만이 가진 효용성을 파악하였다. 아울러 한의사와의 개인 맞춤 상담을 통해 공감 받는 경험과 자신의 상태에 대해 이해하는 경험이 산모를 안심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인터뷰에 참가한 산모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무엇이었고, 이에 대해 의료진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었나.

산후에는 아이에게 초점이 맞춰지게 되고 대부분의 사업 또한 신생아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산모 자신을 돌보기 어렵다. 이들은 신생아 자녀로 인해 의료기관에 내원하기도 쉽지 않아 산모들이 겪는 불편감에 대해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것을 가장 어려워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이러한 부분에 한의치료가 도움이 되고 적합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산모들은 사업 참여 이후 다양한 측면의 신체적인 증상들이 호전이 되는 것을 경험했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한의사와의 진료시간 자체가 온전히 산모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되고, 개개인의 소인을 고려하는 한의학의 특성상 호소하는 작은 불편함도 치료에 반영할 수 있기에 산모들에게 심리적으로 위안이 되고 안정감을 주는데 도움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출산 이후 산모의 산후풍을 관리하기 위한 산후조리문화가 있다. 그러나 이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문화인데, 산후풍은 우리나라 사람만 겪는 증상인가.

한국의 산모들에게 ‘산후풍에 대한 우려로 인해 적절한 산후조리를 반드시 수행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는 것은 특징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산후조리의 방식의 차이는 있을 뿐 비서구 문화권, 특히 동아시아문화권과 라틴권에서도 유사한 인식이 존재한다. 전통적인 문화에서 오랜 세월 동안 지속되어 온 개념이 이어지면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서구문화권에서는 주로 산후 감염관리와 정기적 진찰을 권장하고 산후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한 심리사회적 지원에 대한 필요성이 두드러져 있다.

한의약 기반의 산후 건강관리는 국내 산모들이 가지고 있는 산후조리에 대한 문화적 개념을 지지해주면서도, 구전으로 떠도는 부정확한 지식들이 전문가인 한의사와의 진료를 통해 정확한 지식습득이 이루어지면서 증상에 대한 예후를 예측하게 되어 자가 관리가 가능해지고 자기 효능감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는 이번 질적연구에서도 산모들의 모호했던 기대감이 명확한 인식과 기대감으로 변화하는 것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한의약산후건강관리사업을 진행하면서 느낀 개선점은 무엇인가.

연구 결과에서 언급했듯이 신생아 자녀를 둔 산모들이 의료기관에 내원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산모들은 산후조리를 잘 해야 한다는 인식은 있으면서도 육아와 경제적 문제 등으로 막상 산후에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의약을 처음 접하는 경우도 많았기에 한의약 산후관리에 대한 인식을 높일 필요가 있으며 한의약 산후관리가 도움이 됨을 어렴풋이 알아도 비용 문제로 받아본 적이 없다고 언급한 경우도 있었다. 또한 이 사업은 일회성으로 끝나는 면이 있어 지속적인 치료에 대한 필요성도 언급했다. 산모들은 추가적인 재정적 지원과 더불어 한의약 산후 방문관리 및 비대면 화상 진료를 제안하였고 이를 토대로 향후 정책을 수립해 실질적으로 산모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연구와 관련해 후속연구 등의 계획이 있나.

문화권의 차이에 따른 전통의학에서의 산후건강관리에 대한 연구, 산욕기에 적극적인 한의약 산후관리를 한 경우 이후의 여성의 건강에 미치는 장기적인 평가에 대한 연구 등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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