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재의 임상8체질] 暗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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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의 임상8체질] 暗號
  • 승인 2022.04.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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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

이강재

mjmedi@mjmedi.com


8체질의학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_49

94th The OSCARS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주관하는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2022년 3월 27일에 LA 할리우드의 돌비극장(Dolby Theatre)에서 열렸다.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는 「코다(CODA)」이다. 코다는 청각장애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Child of Deaf Adults)라는 뜻이다. 이 영화는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가족을 세상과 연결하는 코다 루비가 어느 여름날, 우연히 노래와 사랑에 빠지면서 꿈을 향해 달리는 뮤직 드라마”라고 한다. 유력한 작품상 후보로 거론되었던 제인 캠피온 감독의 「The Power of the Dog」은, 감독 자신이 여성 영화감독 최초로 두 번 감독상 후보에 오르고 여성 감독으로서는 역사상 세 번째 수상자가 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The Power of the Dog」에서 주연을 맡은 영국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남우주연상은 「킹 리차드」에서 테니스 스타인 윌리엄스 자매의 아버지를 연기한 윌 스미스에게 돌아갔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 내용이나 역할을 잘 표현하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앨런 튜링

2014년에 공개된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The Imitation Game)」이 있다. 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1940~1945) 때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 원작이다. 영화에서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주인공인 앨런 튜링(Alan Mathison Turing 1912~1954)을 연기한다. 앨런 튜링은 잉글랜드의 수학자, 암호학자, 논리학자, 컴퓨터과학자로서 컴퓨터과학의 선구적 인물이다. 알고리즘과 계산 개념을 튜링기계라는 추상 모델을 통해 형식화함으로써 컴퓨터과학의 발전에 지대하게 공헌했다고 평가받는다.

영화에서, 전쟁이 나자 영국 정보국은 앨런 튜링을 중심으로 팀을 꾸린다. 그들의 임무는 독일군이 사용하는 암호 장비인 에니그마(Enigma)를 해독하는 일이었다. 에니그마는 암호 작성과 해독을 돕는 기계로 1918년에 아르투스 슈르비우스에 의해 처음 고안되었다. 이 기계는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독일군이 군사 관련 정보를 암호화하는 데 쓰였는데, 암호체계가 자정을 기준으로 24시간마다 바뀌는 터에 해독을 위한 정보를 분석하는 데 시간적인 제약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영화에서 앨런 튜링은 암호해독을 위한 기계를 직접 만든다. 그리고 오랜 도전 끝에 드디어 독일의 암호를 풀었다. 하지만 그가 전쟁 중에 이룬 성과와 업적은 오래도록 철저하게 감춰졌다. 애석하게도 그는 전후에 동성애 혐의로 체포되어 수감생활 대신에 화학적 거세를 당했고, 그것을 비관하여 자살했다고 알려져 있다.

암호의 목적은 비밀의 유지이다.

 

해프닝

이번 제94회 오스카 시상식에서도 해프닝이 있었다. 코미디언 겸 영화배우 크리스 록은 장편 다큐멘터리상 시상을 위해 무대에 올랐다. 그는 88회 시상식의 전체 사회를 맡았던 적이 있는데 그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농담이 문제였다. 사실 그동안 오스카 시장식장의 농담은 그 대상이 되는 당사자에게는 아주 불쾌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아슬아슬한 경우가 많았다.

내뱉은 말은 도로 주워 담을 수 없고 시상식은 전 세계를 향해서 생방송 중이다. 마침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윌 스미스는 무대 가까운 곳에 앉아 있었다. 크리스 록은 객석의 배우들을 향해서 농담을 던졌다. 먼저, 또 다른 남우주연상 후보였던 하비에르 바르뎀과 페넬로페 크루즈 부부였고, 그 다음이 윌 스미스와 제이다 핀켓 부부였다. 이날 제이다는 삭발한 상태였는데, 그녀에게 ‘G I 제인 2에서 곧 만나자’고 농을 한 것이다. 「G.I. 제인」은 데미 무어가 미국 해군 특수부대인 네이비실 훈련을 받는 역할을 하면서 극 중에서 삭발을 하게 되는 영화다. 제이다는 탈모증으로 오래도록 고생을 했고 그로 인해서 삭발하게 되었다고 지난해에 공개한 상태였다. 스미스 부부는 처음에는 함께 웃었지만 점점 얼굴이 굳어졌다. 그러더니 윌 스미스가 일어나서 무대 위의 크리스 록을 향해 가서 그와 마주 서더니 갑자기 그의 뺨을 때렸다. 그리고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자신의 자리에 앉아서는, 그 상황을 가볍게 넘기려던 크리스 록을 향해서 ‘내 아내의 이름을 함부로 입에 담지 말라’며 고함을 쳤다. 잠시 전 무대 위의 퍼포먼스가 두 사람이 미리 짠 콩트일지도 모른다고 짐작되던 분위기는 금방 냉랭해졌다.

나는 윌 스미스가 날린 한 방이 두 사람 사이에 숨겨진 비밀에 대한 일종의 암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부인을 대상으로 한 조롱 섞인 표현이었지만 그보다 더 험한 농담들도 용인되던 오스카 시상식이 아니었던가. 윌 스미스는 이후에 남우주연상을 받고 눈물을 흘리며 소감을 말하면서 아카데미와 동료들에게 사과했고, 시상식 다음날에는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서 크리스 록에게도 사과했다. 해프닝이 있던 당일에는 정작 당사자인 크리스 록에게 직접 사과하지 않았다. 이날의 행동을 누구는 옹호하고 누구는 비난한다. 윌 스미스는 자신의 인생에 대한 평판을 이 한 방에 건 셈이다.

 

체질침 고단방

차트에 적힌 체질침 처방 기호는 그 체계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그것을 보는 즉시 알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보통 3단계 이하의 체질침 처방은 차트를 적은 당사자가 아니라도 다른 8체질의사는 그 처방이 가진 의미를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고단방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거기에다 차트에 처방 이외에 다른 정보가 많이 들어있지 않다면 더욱 어렵다.

  다음에 제시하는 그림(2001년 제선한의원 차트)은 시중에 공개된 권도원 선생의 차트 일부이다. 이 환자는 토양체질이고 위암이었다. 그리고 차트에 처방(formula)이 표기되어 있다. 체질명 뒤에 적은 ‘C V F’는 암의 발생 상황에 대한 표시인 것 같은데 그 의미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른 자료는 이서양 씨가 2002년에 남긴 자료로, 권도원 선생이 미국 LA에 있는 White Memorial Medical Center를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암 환자들을 치료하던 때의 치료기록이다. 환자 이름, 암의 종류, 전이 여부, 체질 그리고 처방이 기록되어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권도원 선생의 고단방에 관한 정보는 체질과 병명 그리고 처방 이 세 가지 정도로만 구성된 경우가 많다. 그 처방이 왜 그 상황에서 선택되었는지, 또 경과에 따라서 그 처방을 어떻게 운용하는지에 대한 내용은 없다. 그러니 그런 처방 정보들은 후학들에게는 그저 그림의 떡일 수밖에는 없다. 처방은 있지만 적용해볼 수가 없는 그것은 거의 암호 수준인 셈이다. 권도원 선생은 그런 고단방 자료들이 공개되는 것 자체를 지극히 꺼리고 염려했으므로, 암호 수준인 이 처방 자료를 해독해 내는 일은 전적으로 후학들의 몫으로 남았다.

  독일군의 암호체계는 자정을 기준으로 24시간마다 바뀌었다고 하는데 권도원 선생의 자료는 그 정도는 아니니 그나마 다행이긴 하다. 하지만 이 고단방 자료들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해당 처방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1990년대 자료

다른 자료는 1990년대의 자료이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암 처방 자료로서는 가장 연대가 빠른 것이 미국 아이다호에 있던 Dr. Lage U. Kim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자료이다. 3단방과 고단방에서도 2단방에서처럼 질병의 위치에 따라 상.중.하로 치료법을 구분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하나는 방광암으로 진단 받았던 한의사가 1996년 4월 5일부터 10월 24일까지 제선한의원을 방문하여 치료받았던 사항을 기록한 네 쪽짜리 자료이다. 체질침 처방과 치료 후의 반응이 비교적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 자료에 남아 있는 단서들이 향후에 권도원 암 처방의 비밀을 해독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소통

암호는 편한 소통을 제한하고 방해하기 위한 도구이다. 그런데 소통을 위해 글이나 말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영화 「미나리」의 순자 역으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은 남우조연상을 발표하고 시상하기 위해서 무대에 등장했다. 후보들이 중계방송 화면에 나란히 등장했고, 윤여정은 “The Oscar goes to” 이렇게 말한 뒤에 잠시 숨을 내쉬더니 양손을 움직여 수어(手語)를 하기 시작했다. 수상자는 「코다(CODA)」에서 주인공 루비의 아버지 역할을 맡았던 트로이 코처인데, 영화 속의 역할에서뿐만 아니라 실지로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인인 그를 배려해서 서툴지만 수어로 그를 호명했던 것이다.

 

이강재 / 임상8체질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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