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水와 濕에 관한 小考 -두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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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水와 濕에 관한 小考 -두 번째 이야기-
  • 승인 2022.04.08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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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우

이준우

mjmedi@mjmedi.com


현대적 언어로 풀어 쓴 한의학 이야기 (29)
<strong>이준우</strong><br>탑마을경희한의원<br>
이준우
탑마을경희한의원

土의 공통적인 역할

한의학이야기 8편에서 오행은 자연현상이나 사물의 성질이라고 이야기하며 그 중에서 土는 바뀌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바뀌려는 성질’이란 전혀 다른 것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양상(phase)의 변화를 말한다고도 하였다. 하지만 바뀌려는 성질이라고만 해서는 土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했다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도대체 ‘바뀌려는 성질’이란 무엇이 어떻게 바뀐다는 것인지 그리고 濕, 長夏, 췌장, 위 등등 土에 속하는 대상들을 공통적으로 아우르는 속성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으로 소개를 해보려고 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土에 속한 대상들의 공통적인 역할은 『물을 이용한 에너지의 저장과 전달』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즉 에너지가 남는 곳에서 저장한 에너지를 물 속에 담아서 에너지가 부족한 곳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다. 대기나 해양에서는 많은 양의 열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물의 특성을 이용하고 있다면, 인체나 사물에서는 탁월한 용매인 물의 특성을 이용해서 영양분을 저장하고 전달하고 있다.

 

가열과 냉각 그리고 대기대순환

土의 속성을 소개하기 위해서 열순환과 대기대순환을 다시 소환하고자 한다. 이어지는 그림들은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가열은 왼쪽에 그리고 냉각은 오른쪽에 그리고자 한다. 열순환과 마찬가지로 대기대순환은 적도와 극지방의 불균등한 가열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열순환과 대기대순환의 그림에서 차이가 하나 있다. 바로 물이 증발하면서 만들어진 수증기의 존재이다(그림 1). 대기대순환에서는 적도의 열에너지를 고위도 지방으로 옮기기 위해서 물의 성질이 이용된다. 물은 기화열이 가장 큰 용매로서 물의 기화열은 540cal/g 정도 된다. 즉 물이 증발하기 위해서는 g당 540cal 정도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증기는 저위도 지방에서 고위도 지방으로 이동하여 비가 내리면서 똑같은 양의 응결잠열을 내놓게 된다.

그림 1.

 

수증기가 공기 중에 가득 차게 되고 차가운 공기를 만나 이슬점 이하로 기온이 내려가게 되면 비가 내리게 된다. 상(phase)의 변화를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수증기는 상의 변화를 일으키면서 비를 내리고 응결잠열을 내놓게 된다. 土가 의미하는 ‘바뀌려는 성질’이란 이러한 양상의 변화를 의미한다.

 

계절과 오장 그리고 土

위에서 소개한 그림은 계절과 오장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그림 2). 계절을 가열과 냉각에 따른 공기입자의 움직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봄에 지표면이 가열되기 시작하면 공기가 따뜻해지고 상승하기 시작한다. 여름에도 가열이 지속되면 공기가 상층부에 가득 차게 된다. 가을이 되어 지표면이 냉각되기 시작하면 공기가 차가워져서 하강하기 시작하며, 겨울이 되면 공기가 무거워지면서 지표면에 가득 차게 된다. 장하 즉 장마는 고온다습한 공기가 차가운 공기를 만나면서 내리게 되는데, 이 때 수증기가 비로 바뀌면서 응결잠열을 내놓게 된다.

그림 2.

 

오장 역시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인체전면에 위치한 간과 심장은 열에너지를 생성하는데 기여하고, 인체후면에 위치한 폐와 콩팥은 인체를 냉각시키는데 기여한다. 土의 장부에 해당하는 췌장은 혈액 즉 물을 이용해서 영양분을 저장하고 국소조직에 영양분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그리고 이 영양분 역시 세포내에서 일부는 열에너지의 형태로 바뀌게 된다.

 

土와 오행의 규칙성

오행은 자연현상이나 사물의 성질을 의미하며 木은 따뜻해지려는 성질, 火는 따뜻한 성질, 土는 바뀌려는 성질, 金은 차가워지려는 성질, 水는 차가운 성질에 해당한다고 설명하였다. 木火土金水는 불균등한 지표면의 가열로 생기는 가열과 냉각으로부터 시작되며, 가열과 냉각 사이에서 에너지를 저장하고 전달하는 역할로 土가 존재한다. 이러한 규칙성은 오행의 가장 대표적인 자연현상인 계절과 인체의 대표적인 장기인 오장에서 똑같이 적용되기에 오행의 보편적인 규칙성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열순환의 그림을 그릴 때 가열을 왼쪽에 냉각을 오른쪽에 그리고 木火土金水를 해당하는 부위에 기입하게 되면 그림3)의 가장 아래 좌측에 있는 그림처럼 결국 원모양의 오행도와 같은 의미를 가진 그림이 됨을 볼 수 있다.

그림 3.
그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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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의 내용을 검토해준 정재호한의원 정재호원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그림을 그리는데 도움을 준 군자출판사 김도성 차장님, 이민지 대리님께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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