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미래의 ‘윌리엄스’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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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미래의 ‘윌리엄스’를 위하여
  • 승인 2022.04.08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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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킹 리차드
감독 : 레이날도 마르쿠스 그린출연 : 윌 스미스, 언자누 엘리스, 사니야 시드니, 데미 싱글턴
감독 : 레이날도 마르쿠스 그린출연 : 윌 스미스, 언자누 엘리스, 사니야 시드니, 데미 싱글턴

매년 전 세계 영화팬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영화제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그로인해 수상작들에 대한 뉴스보다 순식간에 벌어진 폭행 사건이 더 회자되며 패러디까지 등장하는 등 여러모로 불명예스러운 시상식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솔직히 필자는 기사로 먼저 이 뉴스를 접했을 때 혹시 각본에 있는 퍼포먼스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실제 상황이라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로인해 이 사건의 주인공이자 <킹 리차드>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윌 스미스는 같은 공간에서 지옥과 천국을 동시에 오고 간 유일무이한 배우로 기록되었다.

이미 아이가 태어나기 2년 전, 78페이지에 달하는 챔피언 육성 계획으로 무장한 리차드 윌리엄스(윌 스미스)는 두 딸 비너스(사니야 시드니)와 세레나(데미 싱글턴)를 역사의 주인공으로 만들기로 결심한다. 두 소녀는 아버지의 불굴의 헌신, 그리고 어머니(언자누 엘리스)의 균형 잡힌 시각과 면밀한 통찰력 아래 컴튼의 형편없는 테니스 코트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연습을 거듭하며 부정적 예측과 전혀 이겨낼 수 없을 것 같던 불리함을 극복해 나간다.

영화 <킹 리차드>는 테니스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 쯤은 들어봤을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이자 테니스 선수인 윌리엄스 자매를 키운 아버지, 리차드 윌리엄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사실 성공한 사람들의 일면에는 더 대단한 부모님들이 있기 마련이지만 윌리엄스 자매의 아버지는 흑인이기에 차별 받을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 자신의 자녀들이 더 이상 무시당하고 차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일념으로 누군가에게는 혹독하게 비춰질 수도 있지만 그만의 방식으로 강한 멘탈의 소유자가 될 수 있도록 훈육시킨다. 물론 코치와의 끊임없는 갈등 속에서 리차드의 행동이 너무 답답하고 고집스럽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데 나중에 보면 이 모든 것이 아버지가 그린 빅 픽쳐의 일부분이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감탄할 수밖에 없다. 그는 자신의 자녀들이 단순히 실력만을 향상시키며 몸값을 올리기 보다는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긍정적인 마인드와 인성을 키우며 가족과 함께 하는 삶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래서 지금 자녀들을 키우고 있는 학부모들이라면 꼭 한 번 보길 바란다.

물론 실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이기에 결말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지만 마지막 경기 장면은 스포츠 영화가 갖고 있는 매력을 물씬 보여주면서 2시간 24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결코 영화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고 즐겁게 관람할 수 있다. 특히 2007년작인 <행복을 찾아서>에서 아들을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던 윌 스미스가 <킹 리차드>에서는 고집불통이지만 자녀들에게는 요즘 말로 엄근진(엄격하고 근엄하며 진지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각종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비록 돌발적인 행동으로 인해 윌 스미스의 가치가 하락했지만 자녀를 위해 미리 계획하고 실천하여 결국엔 가장 멋진 챔피언을 만들어 낸 아버지의 모습을 담은 <킹 리차드>는 큰 부담 없이 감상할만한 영화이다. 그리고 엔딩 크레딧 때 등장하는 윌리엄스 자매의 어릴 적 모습을 담은 실제 영상과 영화 속 장면의 싱크로율을 확인하는 재미도 놓치지 않길 바란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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