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이현효의 도서비평] 역사의 틈새에서 ‘부’를 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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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이현효의 도서비평] 역사의 틈새에서 ‘부’를 발견하다
  • 승인 2022.04.08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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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효

이현효

mjmedi@mjmedi.com


도서비평┃세계사 속 부의 대반전

세종은 현군이었지만, 종천법을 만들었다. 노비와 양인의 결혼을 허용하되 한쪽이 노비면 자식은 모두 노비가 되었다. 이후 노비수가 급증하며, 숙종 때 이르러 노비가격은 폭락했다. 상대적으로 희소했던 토지가격은 폭등한다. 노비의 폭증은 대반전의 전조가 되어 조선을 삼켰다. 루이 16세 당시 프랑스 왕실은 재정부족에 시달렸다. 채권자는 귀족들이었다. 귀족들은 확실한 담보인 세금징수권을 요구했다. 이때부터 징세업무의 민간위탁이 시행되었다. 그럼에도 흥청망청이었던 루이16세는 단두대에서 목이 잘렸는데, 죄목은 국고낭비였다. 프랑스혁명이후 국가는 국채를 발행하여 재정부족을 해결하는 것으로 바뀐다.

장진현 지음, 스마트북스 출간

중세 심경법. 무거운 쟁기로 밭을 깊게 갈아엎자 농업생산량이 획기적으로 는다. 농업생산량과 함께 인구도 늘었다. 중세는 왕권신수설의 사회. 왕조차 권력은 신이 주는 것이다에 기반했으니, 신의 대리인인 교황은 최고의 권위자였다. 교황은 인구증가와 도시화의 진전으로 기존 성당이 부족해지자 1175년 캔터베리 1194년 사르트르 대성당의 착공에 들어갔고, 기존 수도원으로는 부족한 지도자의 양성을 위해 대학을 짓는다. 소르본느, 옥스퍼드, 캠브리지대학 모두 교회가 설립한 대학이었다. 곡물의 생산증대로 교세확장을 꿈꾸었는데, 이것이 십자군기획이다. 당시 전쟁은 투자였다. 포로는 무상노동력의 취득, 전리품인 토지는 농업혁명의 새로운 확장기지였던 셈이다. 그렇게 교황의 품에서 생겨난 대학에서 연구된 자연과학은 이성과 신성의 충돌을 일으켰고, 코페르니쿠스의 천문학, 뉴턴의 물리학 등 과학혁명은 근대로 이끈다.

텍사스의 조지 미첼은 유가가 급등하던 중 수압파쇄를 통해 셰일오일의 채굴기술을 만든다. 미국을 중심으로 셰일오일의 생산량이 늘며, 중동의 석유독점은 막을 내렸다. 예전에는 국제유가가 급등해도 속수무책이었다. 지금은? 유가가 오르면 세일오일 증산체제로 바뀐다. 그래서일까. 미국은 아프간에서 철군하여, 중국과의 패권전쟁으로 전장을 옮겼다.

초강대국인 미국역시 노예제도를 근간으로 거대자본을 축척했다. 16세기. 당시에는 사탕수수와 커피를 재배하여 팔면 그대로 돈이 되었다. 노예제와 결합해 대규모 농장이 발전했고, 엄청난 규모가 유럽에 수출되었다. 심지어 아메리카 원주민들도 노예로 둔갑하여 시장에서 거래되었다. 아픈역사지만 과거 노예가 노동력의 한축이었다면, 현대는 인공지능이 노동력의 한축이 될 것이다. 인간 사회의 주요 노동력은 역사적으로 보면 중세의 농노, 신대륙의 노예, 근대 자본주의 사회의 노동자, 그리고 현대에는 인공지능이 이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고, 인건비보다 인공지능의 개발 유지비용이 저렴해지만 보편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양의 중세사를 되돌아보면 농업혁명으로 곡물생산량이 증가하고, 인구밀집이 가속화되며 기근과 흑사병이 몰려왔다. 흑사병이 휩쓸며 당시 유럽인구의 1/3이 죽었다. 중세는 그렇게 해체되었다. 2020년 1월 시작된 코비드19 역시 기후변화와 도시과밀이 초래한 질병이다. 이제 코로나의 끝이 서서히 보인다. 바이러스 극복에 전세계가 정신이 없지만, 가닥이 잡히며 다시 미중 패권전쟁이다. 역사의 대반전은 미세한 틈새에서 출발하여 반복된다. 거대한 역사의 순간은 되짚어보면 여기가 부의 대반전의 출발점이구나 하고 동공이 확커지는 순간이 있다. 통찰력을 발휘하여 함축된 핵심을 읽어야 한다. 이현효 / 활천경희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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