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03> - 『詳譯東醫寶鑑』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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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03> - 『詳譯東醫寶鑑』③
  • 승인 2022.03.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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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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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고전의서 번역, 첫 걸음을 내딛다

책머리 역자의 譯刊辭 다음으로는 1613년 처음 간행할 무렵 내의원제조로 있던 月沙 李廷龜가 지은 서문이 실려 있다. 이것을 필두로 3편의 서문이 잇달아 실려 있는데, 2번째 서문은 1723년(享保8) 일본에서 중간판을 간행할 당시 막부의 朝臣이었던 藤原信篤이 지은 것이고 3번째 것은 청대말엽 일본각본을 가져다가 다시 간행할 당시 閔萃祥이 1890년(光緖16)에 지어 붙인 것이다.

◇『상역동의보감』
◇『상역동의보감』

『동의보감』은 동아시아 삼국에서 공히 여러 차례에 걸쳐 끊이지 않고 간인되었기에, 다종다양한 판본이 전해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 이외에도 청대 凌魚의 서문이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지만 어찌된 까닭인지 여기서는 수록하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閔萃祥의 서문에서도 등장하고 있지만, 역간사에 일본판을 구해 참고하지 못한 것이 유감이라고 밝힌 것으로 보아 능어서가 붙은 청대 판본을 구해보지 못해 여기 싣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다음으로 ‘저자 허준선생의 略歷’이 실려 있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과 다소 다른 것이 있다. 우선 자가 明國(一云 淸源)이라고 적혀있어 무언가 다른 문헌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데, 典據가 상세히 밝혀져 있지는 않다. 또한 생몰연대를 명종시대(약 380년전)에 탄생하여 선조조를 거쳐 광해군 때에 서거하였다고 적었는데, 이 번역본의 발행연대를 폭 넓게 감안해 보아도 생존시기와 어울리지 않아 무언가 오차가 있는 듯하다. 다만 생몰년월과 상세한 사적을 입수하지 못해 우선 간략하게 초록해 두고 다음에 더 수집하여 하권 말단의 부록에 첨부하기로 한다고만 밝혀져 있다.

흥미로운 것은 글의 말미에 附記라 적혀있는 내용인데, “선생에 대한 滋味있는 逸話 한 토막을 여기에 부기한다.”고 하였다. 요지인즉, 조선시대 班常의 차별과 귀천존비가 엄격한 시절임에도 庶族으로 태어난 허준의 공적에 특전을 베풀고자 광해군이 특별히 親旨를 내려 양천허씨에 한해서는 嫡庶의 차별을 하지 못하도록 國令으로 엄명을 내렸기에 누대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차별대우가 없이 세칭 ‘陽許無庶族’이라는 말이 전해진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이 책의 범례에 해당하는 조항들이 차례로 열거되어 있는데, 여기서는 ‘刊例’란 제목으로 정리해 놓았다. 곧 이 번역서의 기본원칙을 제시한 것이다. 내용을 모두 옮겨 적기에는 지면에 제한이 있기에 여기선 제어만을 간추려 소개하기로 한다.

1)편집의 序次를 변경하지 않는다. 2)목록의 全篇을 三分하여 卷頭마다 부쳤다. 3)고금의 正誤를 정확하게 수정한다. 4)考證의 중복을 그냥 옮겨 놓았다. 5)약재의 명사는 鄕名에 치중하였다. 6)최신 신형장부도 및 參考諸圖를 하권부록에 첨부하여 신구대조의 편의를 제공한다. 7)난삽한 한자는 간추려서 簡易字典을 만들어 부록에 첨부한다. 8)신구병명의 대조, 9)문법의 左往, 右往을 止揚, 10)고금의 升斗尺寸의 比照, 11)配本의 방법이 적혀있다.

  다소 부연하자면, 이 번역에서는 원서의 면모 그대로를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서 전3책 각권마다 해당 목차를 나누어 수록하고 조선판과 중국판을 대조하여 취사선택하여 원문을 보정했으며, 허준이 고증한 출전문헌은 원래대로 옮겨 적었다고 밝혔다.

  또한 약재 명칭에 있어서 탕액편의 향약명만은 산지의 원명을 중시하여 표기하였으며, 신형장부도는 원서의 舊圖를 그대로 두고 새로운 新圖를 수집해 부록에 실어 대조해 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병명에 있어서도 신구대조표를 부록에 첨부하고 원서의 표현을 중시해 가능한 원문용어를 그대로 남기는 한편 각종 명사술어와 난해한 한자를 모아 자전을 첨부한다고 밝혔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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