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재의 임상8체질] 인물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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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의 임상8체질] 인물 분석
  • 승인 2022.01.22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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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

이강재

mjmedi@mjmedi.com


8체질의학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_44

수다맨 강성범과 달인 김병만은 다른 방식으로 웃긴다. 강성범은 입 김병만은 몸이 무기다. 찐빵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고(故) 최희준과 언니로커 김경호는 음역대가 다른 가수이다. 방송인 이성미와 박미선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강호동이 이윤석처럼 되거나 반대로 이윤석이 강호동처럼 되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두 사람은 체형 성격 식성 태도 재능 모든 면에서 다르다. 체질을 간단하게 말한다면 ‘다름’이다. 앞에 나열한 사례처럼 현저하게 다른 사람을 모델로 해서 비교해보면 다름이 금방 이해된다. 그런데 ‘그 다름이 바로 체질의 차이 때문입니다.’하고 말하면 듣는 사람들이 바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체질에 관심은 있지만 실지로 체질을 제대로 이해해 본 적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유명인들이 대중을 향해 보여주는 모습만으로 체질을 유추해낼 수 있을까.

 

사상초본권

동무 공이 남긴 원고 중에서 김구익이 〈동의수세보원 사상초본권〉이라고 이름을 붙인 유고가, 1985년 10월에 연변조선족자치주민족의학연구소에서 발간한 『조의학』에 부록으로 실려서 세상에 알려졌는데 여기에 흥미로운 내용이 들어 있다. 동무 공은 〈사상초본권〉 2권 제4통에서, 중국의 역사 속에서 유명한 인물 30인을 예로 들어서 태소음양(太少陰陽)으로 분류하였다. 동국대학교 사상의학교실의 박성식 교수는 2003년 2월에 나온 『동의수세보원 사상초본권』에서 동무 공이 분류한 30인을, 성왕 사상가 영웅 정치가 병법가 문인 서예가로 세분하였다. 이 인물들은 대중에게 잘 알려진 경우도 있고 생소한 인물도 있다. 그런데 이 인물들 중 동무 공이 직접 만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들의 태소음양을 알 수 있었을까.

사상인의 변증은 체형기상, 용모사기, 성질재간을 보고 병증도 본다. 그런데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를 떠올리니 당장 아쉽다. 특징을 유추하는 과정과 세부적인 설명은 생략되어 있고 인물의 성명과 태소음양만 제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해당 인물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없는 사람이라면 이 내용이 아무런 의미가 없고 공감하기도 힘들다. 그렇다면 동무 공이 어떤 방식으로 인물의 태소음양을 유추했을지 생각을 해 보자. 동무 공은 먼저 역사 속에 남겨진 자료를 통해서 인물들의 정보를 취합했을 것이다. 이들의 성취나 행적에 대한 여러 다른 시각의 평가도 수집했을 것이다. 이 중에서도 특별히 이들이 활동했던 분야와 사상 그리고 행동 특징 등에 집중했을 것이다.

박성식 교수의 분류표로 보니 역사 속에서 인물들이, 사상인 별로 어떤 특징을 보이면서 처세하였는지 비교적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정치가나 병법가의 경우에는 자신이 추구하는 사상과 취향이 잘 드러날 것이다. 또한 문인이라면 사상인 별로 감수성에서 차이가 있고 표현 방식이 다를 것이며, 서예가는 필체에 그 사람의 특징이 그대로 노출될 것이다.

 

유방

동무 공은 한(漢)의 태조인 유방(劉邦)을 태음인으로 보았다. 동무 공의 설명은 이것이 끝이다. 한나라가 건국되기 전에 유방과 천하를 다툰 인물은 초패왕 항우(項羽)이다. 항우는 ‘힘은 산을 뽑아낼만 하고 기세는 세상을 뒤덮을 정도(力拔山 氣蓋世)’라고 자신을 평가했다. 항우는 힘이 장사였고 무예에 능했으며 야망이 큰 인물이었다. 전쟁터에서 보여 준 기세로만 보면 천하는 그의 차지가 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천하통일의 대업은 지방 소읍의 말단 관리 출신인 유방의 몫이었다. 유방은 허풍이 센 사람이었지만 사람들을 너그럽게 품을 줄 아는 포용력이 있었다. 반면에 항우는 자신의 능력을 믿고 독선적이었으며 자비심이 부족했다. 항우는 아마도 금음체질이었던 것 같다.

유방이 태음인이라면 나는 그를 목양체질로 본다. 천하통일에 혁혁한 공을 세운 한신(韓信) 장군은 한나라 건국 후에 초왕(楚王)을 거쳐 회음후(淮陰侯)에 봉해졌으나 여태후의 모함을 받고 죽는다. 한신은 자신의 운명을 예감했고 그의 죽음을 통해 토사구팽(免死狗烹)이 유명해졌다. 이 고사는 원래 춘추전국시대의 범려에게서 유래한 것이다. 유방은 전란 속에서는 오히려 너그러웠지만 건국 초기의 혼란을 돌파하려고 한신과 지녔던 의리를 깨버렸다. 만약 목음체질이라면 한신을 그렇게 죽이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제갈량

제갈량(諸葛亮)은 삼국지의 여러 영웅들 사이에서 가장 빛나는 인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동무 공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삼국지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에 대한 언급은 없이 제갈량만을 선택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삼고초려(三顧草廬) 일화 때문일 것이다. 이 이야기에는 여기에 나오는 두 사람의 성품과 태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정보가 담겨 있다. 물론 주인공은 유비(劉備) 현덕이 아니라 제갈량 공명(孔明)이다.

유비는 제갈량을 얻기 위해 그의 오두막으로 세 번 찾아간다. 일단 유비에게는 끈기가 있다. 그가 절실하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갈량은 가볍게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자신을 쉽게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그러니 표출하려는 욕구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토성(土性)이 강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토양체질, 토음체질, 금양체질은 아니다. 동무 공은 제갈량을 소음인이라고 했다. 소음인은 수양체질과 수음체질로 나뉜다.

 제갈량은 세밀하고 철저하며 직관력을 지닌 사람이었다. 직관력은 금기(金氣)이다. 금기가 강한 소음인은 수양체질이다. 수양체질은 삶의 기본적인 태도가 의심이다. 제갈량은 유비의 의도와 진심을 선뜻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사마천

사마천(司馬遷)은 《사기(史記)》를 지은 위대한 역사가이다. 그는 한(漢) 무제(武帝) 때 흉노에게 항복한 이릉(李陵)을 변호하다가 남성이 잘리는 궁형(宮刑)을 당했다. 그는 이런 굴욕을 극복하고 《사기》를 완성했다. 역사가는 다양한 자료를 검토하고 비교하고 판단하고 정리해야만 한다. 엉덩이가 무거워야 하고 반드시 끈기가 필요하다. 또 상상력과 예민한 감수성도 필수다. 지나간 역사 속의 인물들을 현실감 있게 읽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소양과 태도를 지녔을 사마천은 궁형을 당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는 《사기》 집필 작업에 더 집중하고 몰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 내려진 형벌을 삶의 끝까지 잊을 수가 없었고, 그래서 타오르는 분노와 복수심을 역사 집필의 열정으로 승화시킨 거룩한 영혼의 소유자였다. 동무 공은 사마천을 태음인이라고 했다. 목양체질은 감수성과는 그리 어울리지는 않으니 사마천은 목음체질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동무 공이 이렇게 좀 자상하게 써주셨다면 좋았을 뻔했다.

 

인물 분석

동호 권도원 선생은 어떤 지역이나 사회의 독특한 문화나 풍습이 역사 속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지도자의 체질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말했다. 그러면서 불교의 살생금지나 일본의 육식금지령 같은 것을 예로 들었다. 하지만 역사적인 인물의 체질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체질의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많고 관찰하는 일이 생활화되어 있다. 나는 책과 강연에서 종종 유명인들의 체질을 말하곤 했다. 이것은 동무 공이 취한 방법과 동일하다.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유명인은 이미 그 특징이 대중에게 각인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누구’하고 이름과 체질을 연결하는 순간 사람들은 그 관계를 직관적으로 알게 된다. 사람을 8개의 체질로 구분한다는 개념을 쉽게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8체질로 분류한 표는 내가 주로 예로 드는 유명인들이다. 물론 나도 여기에 오른 분들의 체질을 감별하기 위해서 체질맥(體質脈)을 직접 잡아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런데 어떻게 그들의 체질을 말하는가. 스티브 잡스의 경우 민음사에서 번역본으로 나온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통해서 알았다. 금음체질인지 금양체질인지 매우 어려웠다. 대중 예술인인 경우에는 인터뷰 자료를 많이 참고한다. 물론 사전 준비가 충실한 대담자의 인터뷰 자료에 좋은 정보가 많다. 특히 영화감독들을 인터뷰한 자료를 책으로 엮은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독보적이다.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 출신인 박찬호와 현역 메이저리거인 류현진 선수는 ‘흔들림’의 측면에서 아주 대조적이다. 선수 시절의 박찬호는 아주 예민해서 잘 흔들렸다. 하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류현진 선수는 쉽게 흔들리지 않기로 유명하다. 낸시 랭은 어깨에 얹은 고양이가 그의 특성을 대표한다. 자기표출적인 것이다. 란제리 일화는 굳이 꺼낼 필요도 없다. 데이비드 배컴은 한 시절의 유행을 선도했던 ‘배컴 머리’를 떠올리면 된다. 작고한 조경환 씨는 ‘땀’이 트레이드 마크이고, 홍금보는 둥그렇게 눈사람 같은 체형이다. FT아일랜드의 리드보컬인 이홍기는 그가 아주 소중하게 여기는 네일아트와 특유의 솔직함이다.

최용수는 축구인 말고 프로권투 세계챔피언 출신의 최용수이다. 그의 얼굴을 안다면 그렇게 생긴 사람이 금음체질이라고 알면 된다. 고(故) 이태석 신부는 성자(聖者)다. 타인과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 토양체질이다. 그런데 같은 체질인데 정반대로 사기꾼이 될 수도 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은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실존 인물인 프랭크 애비그네일이 그런 사람이다. 변화무쌍했던 자신의 사기행각처럼 그는 감옥에서 나온 이후에는 금융보안전문가로 변신했다.

관심을 두고 오래 관찰해야 알 수 있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의 특징이 어쩌다 한순간에 포착되기도 한다. 영화감독 봉준호는 아카데미 시상식 시즌의 인터뷰 동영상과 기사를 검색해서 보다가 공통적으로 ‘창의’를 발견했던 경우이다. 그러니 내가 직접적으로 체질맥진을 통하지 않고 유명인의 체질을 추측하는 방법에 대한 어떤 매뉴얼을 구성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지난 20여 년간 체질의학 공부를 하면서 내 속에 쌓여서 섞여 있는 수많은 정보가 어떤 매커니즘을 통해서 효율적인 결과로 도출되는지, 혼자 생각으로도 아주 신비롭기만 하다.

 

이강재 / 임상8체질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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