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외과정종 소풍산 – 아토피피부염에 쓸 수 있는 소풍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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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외과정종 소풍산 – 아토피피부염에 쓸 수 있는 소풍산①
  • 승인 2022.01.14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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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원

권승원

mjmedi@mjmedi.com


일본 CPG 속 한방약 엿보기(50)
경희대학교한방병원순환신경내과 부교수 권승원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부교수

<전형증례>

28세 남성.

모야모야병으로 인한 뇌출혈로 좌빈신소력이 있어 본원 외래에서 침구치료와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이다. 침구치료를 위해 팔다리를 걷었는데, 여기저기 피부를 긁은 자국을 볼 수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니 초등학교 시절부터 아토피피부염이 있어 종종 피부과에 다녔었는데, 여름이라 더워서 그런지 (매년 여름 증상이 심해졌다고 함), 최근 다시 증상이 심해 피부를 긁을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피부를 살펴보니 피진은 붉은 편이며, 피부는 약간 습윤한 경향을 보인다. 피부에 손을 대어보면 열감이 느껴진다. 이에 탕전약 A와 보험제제 황련해독탕을 함께 하루 3회 복용하도록 처방했다.

1주 뒤 침구치료 시, 가려움이 확연히 감소하여 긁을 일이 줄었다고 했으며, 다시 1주 뒤 증상이 거의 개선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 여름철인 관계로 증상이 재악화될까 걱정된다고 하여 추가로 7일분을 복용한 뒤, 불편감이 없어 남은 약 1개월의 여름을 편하게 보낼 수 있었다.

오늘의 주인공 A는 바로 소풍산(消風散)이다. 소풍산은 중국 명대(明代) 외과 전문서적 『외과정종(外科正宗)』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 전형적인 재발을 반복하는 두드러기에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제안되었는데, 이후 그 적응증은 유지되면서도 구체화되어 갔다. 현대에 들어서는 분비물을 동반하며 심한 가려움이 있는 다양한 피부질환, 특히 아토피피부염에 주로 활용되고 있다.

 

소풍산 개요

구성약물: 당귀, 지황, 방풍, 선퇴, 지모, 고삼, 호마, 형개, 우방자, 석고, 목통, 창출, 감초

효능효과: 체력중등도 이상인 사람의 피부질환이면서 가려움이 심하고 분비물이 많으며 때때로 국소의 열감이 있는 다음 증상: 습진 피부염, 두드러기, 무좀, 땀띠 (일본 내 허가사항)

 

소풍산 활용의 발전사

앞서 언급한 것처럼 소풍산은 1617년 중국의 진실공(陳實功)이 출간한 외과 전문서적 『외과정종』에 처음 등장한다. “개창론제칠십팔(疥瘡論第七十八)”에 “풍습(風濕)이 혈맥(血脈)에 침음(浸淫)하여 창개(瘡疥)가 생겼는데, 가려움이 멈출 줄 모르며, 성인과 소아의 풍열은진(風熱癮疹), 전신에 구름조각 모양의 반점이 생겼다 사라졌다 하는 것을 치료한다”고 하였는데, 그 묘사된 적응증은 전형적인 두드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금 더 시간이 흘러1742년 중국 청대(淸代)에 출간된 종합의서 『의종금감(醫宗金鑑)』에서도 소풍산과 관련된 서술을 볼 수 있는데, 그 적응증이 조금 다르다. 『의종금감』 “외과권사(外科卷四) 편집외과심법요결(編輯外科心法要訣) 항부(項部) 유구풍(鈕扣風)”에서 “유구풍으로 가려움을 참을 수 없고, 긁어 진물이 나거나 피가 나는 경우를 치료한다”고 했다. 유구풍은 목 부위인 천돌혈(天突穴) 주위가 몹시 가려운 병증을 이야기하는데, 묘사된 모습은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항부 피진과 매우 유사해 보인다.

이와 같이 주로 가려움을 동반한 두드러기, 습진 양상의 피부질환에 사용되던 소풍산은 일본의 의가들에 의해 보다 폭넓은 피부질환에 구체적인 적응증을 토대로 활용되기 시작하는데, 먼저 일본 에도시대 후기의 의가 후쿠이 후테이가 저술한 『방독변해(方讀辯解)』에서는 화농성 피부질환으로 그 활용범위가 넓어졌다. “하부(下部) 개선(疥癬)”에서 소풍산에 대해 “소창(小瘡), 농(膿)이 있고 습(濕)이 많을 때 사용해야 한다.”고 하면서 동시에 “농이 많고 혈조(血燥)하면 당귀음자가 좋다”고 하여 피부의 습윤 여부에 따라 소풍산과 당귀음자를 구분해 사용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러한 소풍산의 활용은 현대 일본의 한방의사들에게도 영향을 끼쳤고, 야가즈 도메이는 그의 저서 『한방후세요방해설(漢方後世要方解說)』에서 보다 구체적인 적응증을 내놓게 된다. 이 책에서는 소풍산을 “여름철 더위에 매년 발생하는 악창(惡瘡), 피부가 건조하더라도 때때로 분비물이 있는 경우, 가려움이 심할 때” 사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으며, “만성 두드리기”에도 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슷한 병태일 경우 “고방이라면 백호가인삼탕을 쓰기 적합하며, 소풍산은 그보다 이환기간이 길고 독이 깊어 혈조(血燥)한 경우 좋다”고 하여, 단순히 “습-조”로 구분했던 『방독변해』와 달리 소풍산 역시도 오랜 피부질환으로 피부가 건조한 경향임을 언급했다. 소풍산의 구성약물에 당귀, 지황과 같은 윤조(潤燥) 작용을 지닌 약재가 함유된 것을 감안하면 야가즈 도메이의 의견이 보다 임상적으로 의의가 있어 보인다.

오츠카 케이세츠 역시 구체적인 적응증을 언급했다. 『한방의 임상(漢方の臨床)』 “제10권, 제6호”에 수록된 오츠카 케이세츠와 야가즈 도메이의 좌담회 내용을 보면, 소풍산에 대해 “발이나 손에 화폐상으로 나타나는 습진이면서, 진물이 나고 질척질척하게 가피가 생기는 경우” 효과가 좋다고 언급했다. 동시에 “석고 용량이 적어서 효과가 나지 않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현대의가들의 사용경험에 기초한 적응증이 현재 일본 내 소풍산 엑스제 허가사항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체력중등도 이상인 사람의 피부질환이면서 가려움이 심하고 분비물이 많으며 때때로 국소의 열감이 있는 다음 증상”이라는 문구가 소풍산 엑스제 적응증에 적혀 있으며, 이러한 양상을 보이는 습진 피부염, 두드러기에 사용할 경우, 보험적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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