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rminology
권도원 선생은 1962년 10월에 타이베이에서 열린 제12차 국제침술학회 亞洲地區大會에 초청을 받았고, 이를 위해 그의 첫 체질침 논문인 「The Constitutional Acupuncture」를 1962년 9월 7일에 탈고한다. 하지만 타이베이에 가지 못했다. 3년이 지나, 1965년 10월에 도쿄에서 열린, 國際鍼灸學會 조직위원회에 미리 보냈던 「A Study of Constitution-Acupuncture」가 있다. 1962년의 것을 「62 논문」, 1965년의 것을 「1차 논문」1)이라고 부르자고 내가 2009년에 『학습 8체질의학』을 통하여 제안하였다.
이 글의 대상으로 삼은 논문 원고는 모두 英文으로 타이핑된 것이다. 아래 그림에서 보이듯이 두 논문에는 밑줄이 있는 용어가 있다. 이 밑줄이 있는 용어들은 ‘권도원 선생에 의해 새로 고안된 전문용어(The words, underlined in the present thesis, are the terminologies newly designated by the present writer.)’라고 「1차 논문」에서 밝히고 있다.2)
‘체질침’이라는 용어는 「62 논문」에서는 ‘Constitutional Acupuncture’라고 썼고, 「1차 논문」에서는 ‘Constitution-Acupuncture’라고 하였다. 그리고 두 논문에서 모두 밑줄 표시를 하였다. 즉 체질침(體質鍼 Constitution-Acupuncture)이라는 용어는 권도원 선생이 새로 만든 것이다.3)
臟腑穴
논문에는 체질침 외에도 밑줄이 표시된 다른 용어들이 있다. 권도원 선생은 「62 논문」을 통해 기존에 五兪穴이라고 불리던 장부경락의 五行穴을 장부혈(the Viscera Points)이라고 명명하였다. 아울러 권도원 선생은 經絡을 “각 장기가 생체 전체에 전달하는 그 경락만이 갖는 고유한 영향력을 운반하는 길”이라고 정의하고, 따라서 “모든 장기는 고유의 경락을 갖는다”고 하였다.
“It is done by the five acupuncture points or Ching Hsueh(經穴), related to each viscera among the many which each Ching Lo has. He called these five ones the Viscera Points, and the other ones, the general points, among the latter of which these are, of course, the differences of each kind.”4)
내장의 상관관계는 바로 경락을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고, 그리고 경락에서 이러한 장기 간의 연락은 많은 경혈 중 井, 滎, 兪, 經, 合의 5혈이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5혈들을 많은 경혈 중에서 특별히 구별하여 장부혈이라고 이름하였다고 하였다.5)
送穴(自穴)과 受穴
장부혈은 송혈(Transmissive point)과 수혈(Receiving points)로 나눈다. 송혈은 5개 장부혈 중에 자기 경락(自經 Self-meridian)의 번호와 똑같은 번호를 가진 혈이다. 그래서 自穴( Self point)이라고도 한다. 자혈은 오로지 자기 장기(自臟器)의 영향력(influential factor)을 나머지 4 장기에 보내는 작용만을 가지고 있다.
5개의 장부혈 중에서 송혈(자혈)을 뺀 4개 혈들은 수혈로서 단지 다른 4 장기, 즉 자기 혈 번호와 동일한 장기 번호를 가진 장기로부터 영향력을 받아 그 혈 자신이 속한 자기 장기(Self-Organ)에 그 영향력을 받아주는 역할만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간경의 자혈(송혈)은 肝의 영향력을 다른 장기에 보내어 그것들을 촉진도 하고 억제도 하는 임무를 하는 것이고, 간경의 수혈들은 다른 장기들이 분비하는 영향력을 받아들여 자장기(肝)가 촉진 당하게 하고 또 억제도 당하게 하는 임무를 맡은 것이다.6)
「62 논문」에는 송혈과 수혈의 개념에 해당하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송혈과 수혈이라고 구체적으로 이름을 붙이지는 않았다. 「1차 논문」에서는 자혈과 송혈, 그리고 수혈을 모두 언급하고 있다.
Manhole
“맨홀(manhole)은 도시의 經穴”이라고 말한 사람이 있다. 맨홀은 도시의 지하를 흐르는 管路의 점검이나 청소, 파이프의 연결이나 접합을 위해 사람이 출입하는 시설을 말한다. 관로에서는 맨홀을, 기점 합류점 관의 지름·방향·구배가 변하는 곳이라든가 긴 관로의 중간점 등에 설치한다.
관로도 여러 종류가 있으니 경락이 어떤 관로와 비슷한지 특정할 수는 없겠지만, 경락과 경혈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한 비유로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관로가 경락이라면 맨홀은 경혈인 것이 맞다. 이 중에도 장부혈은 경락을 통해서 장부와 직접 연결되는 아주 중요하고 민감한 경혈이다. 장부혈은 장기의 상호 영향력을 교환하는 에너지홀(energyhole)인 것이다.
『難経の研究』
일본 침구계에서 古典派7)란 별칭은, 한반도로부터 舍岩鍼法 필사본을 입수한 후에 이것을 연구하기 위해 조직한 古典硏究會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들이 연구를 시작한 고전은 바로 《難經》이다. 고전파의 연구 성과는 주로 혼마 쇼하쿠가 맡아서 정리하였는데, 그 결과물 중 하나가 『難経の研究』일 것이다.
《난경》 64난은 井滎兪經合의 음양오행적 속성에 관하여 언급한 챕터이다.
“十變又言 陰井木 陽井金 陰滎火 陽滎水 陰兪土 陽兪木 陰經金 陽經火 陰合水 陽合土 陰陽皆不同 其意何也 然 是剛柔之事也 陰井乙木 陽井庚金 陽井庚 庚者 乙之剛也 陰井乙 乙者 庚之柔也 乙爲木 故言陰井木也 庚爲金 故言陽井金也 餘皆倣此”
臟經의 오수혈은 木火土金水의 차례로 배속하였고, 腑經은 金水木火土로 배속하였다. 그런데 이것은 규정만 있을 뿐 유래나 배속원리에 대한 분명한 설명은 없다. 그래서 이후에 난경을 주해한 醫家들 사이에서도 중요한 논쟁거리가 되었다.
혼마 쇼하쿠의 『난경의 연구』에 ‘參考’로 『難經本義』와 『難經古義』의 내용이 인용되고 있는데 이것을 보다가 흥미로운 부분을 발견했다.
『難經本義』
元代의 滑壽는 그 시대까지 난경에 대한 각 의가의 해석을 집대성하여 1366년에 『난경본의』를 펴냈다. 혼마 쇼하쿠가 이 책의 64난 부분을 자신의 책에 인용하였는데 아래와 같다. 정형수경합의 다섯 혈을 장부혈이라고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다.
“剛柔者 卽乙庚之相配也 十干所以乙庚而言者 蓋諸臟腑穴 皆始於井 而陰脈之井始於乙木 陽脈之井始於庚金 故自乙庚而言剛柔之配 而其餘五行之配 皆倣此也”
혼마 쇼하쿠는 1962년 8월 5일에 별세했다. 그리고 『난경의 연구』는 그의 死後인 1965년에 초판이 출간되었다. 권도원 선생은 1965년 5월에 『대한한의학회보』 16호를 통해 발표한 「體質鍼」에서 臟腑穴이라는 용어를 분명하게 썼다. 그리고 「62 논문」에서는 이를 ‘the Viscera Points’라고 같은 의미로 표현했다. 권도원 선생이 당시에 『난경본의』의 내용을 알고 있었는지 확인할 수는 없다. 다만 장부혈이란 명칭은 이미 그보다 600년 전에 滑壽라는 先驅가 있었던 것이다.
※ 참고 문헌
1) 本間祥白, 『難経の研究』 醫道の日本社 1965.
2) Dowon Gwon, 「The Constitutional Acupuncture」 1962. 9. 7.
3) 權度沅, 「體質鍼 Constitution-Acupuncture」 『大韓漢醫學會報』 제16호 1965. 5. 18.
4) Dowon Kuan, 「A Study of Constitution-Acupuncture」 1965. 10.
5) 權度沅, 「體質鍼에 關한 硏究」 『大韓漢醫學會報』 제22호 1966. 1.
6) Dowon Kuan, 「A Study of Constitution-Acupuncture」 『國際鍼灸學會誌』 1966. 6.
7) 이강재, 『학습 8체질의학』 행림서원 2009. 11.
8) 이강재, 『시대를 따라 떠나는 체질침 여행』 행림서원 2019. 10. 20.
주석
1) 1965년 10월 20일에 도쿄에서 권도원 선생이 체질침 논문을 공식적으로 처음 발표했으므로 이 논문을 1차 논문(The 1st Paper)이라고 한다.
2) 1965년 10월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동경문화회관에서 열린 國際鍼灸學會에서 발표된 논문을 수록하여 1966년 6월에 醫道の日本社에서 발간한 『國際鍼灸學會誌』에서는, 논문에서 밑줄이 필요한 용어에 밑줄 표시가 누락되었다.
3) 더욱이 이 치료처방으로 필자가 연구한 체질진단법을 써서 그 처방이 제각기 적용될 수 있는 病型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새로운 침술이론체계를 필자는 체질침이라 명명하였다. (해당하는 부분의 번역)
4) Dowon Gwon, 「The Constitutional Acupuncture」 1962. 9. 7. p.8
5) 「體質鍼 Constitution - Acupuncture」 『大韓漢醫學會報』 제16호 1965. 5. 18. p.26
6) 「體質鍼에 關한 硏究」 『大韓漢醫學會報』 제22호 1966. 1. p.144
7) 고전파의 중심인물은 柳谷素靈(야나기야 소레이 1906~1959), 井上惠理(이노우에 케이리 1903~1967), 竹山晉一郞(다케야마 신이치로 1900~1969), 本間祥白(혼마 쇼하쿠 1904~1962), 岡部素道(오카베 소도 1907~1984) 등이다.
이강재 / 임상8체질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