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우리 아이의 부모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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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우리 아이의 부모를 찾습니다”
  • 승인 2021.12.31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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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노웨어 스페셜
감독 : 우베르토 파솔리니출연 : 제임스 노튼, 다니엘 라몬트, 에일린 오히긴스
감독 : 우베르토 파솔리니
출연 : 제임스 노튼, 다니엘 라몬트, 에일린 오히긴스

얼마 전 의류보관함에 버려져 세상을 떠난 아기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런데 그 아이의 엄마는 자신의 또 다른 아이들 역시 쓰레기 가득한 집에 방치했다는 뉴스가 전해지며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이렇게 아이들 관련 사건들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을 보며 부모 자격증 제도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2021년 마지막 주에 개봉하는 영화 <노웨어 스페셜>이 남다르게 다가오는 것 같다.

서른네 번째 생일을 맞은 창문 청소부 존(제임스 노튼)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네 살짜리 아들 마이클(다니엘 라몬트)에게 새로운 부모를 찾아주기로 결심한다. 세상에 혼자 남을 아이를 위해 존은 입양기관의 도움을 받아 여러 가족들을 만나게 되면서 자신의 아이를 잘 키워줄 특별한 부모를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노웨어 스페셜>은 홀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의 장례를 치르고, 지인들을 찾아 초대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스틸 라이프>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4관왕을 차지하며 주목 받았던 우베르토 파솔리니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이다, 감독은 불치병에 걸린 아버지가 죽기 전 갓난아기 아들을 위해 새 가족을 찾는다는 기사를 읽고 영화로 제작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다시 <스틸 라이프> 이후 죽음이라는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며 관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부모가 부재하거나 부모와 분리되어 양육되어야 할 환경에 놓인 아이들의 경우 입양기관 주도로 이루어지는 입양이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정인이 사건 등으로 입양제도에 대한 개선 등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에서 <노웨어 스페셜>처럼 친부모가 직접 새 부모를 찾아 나선다는 독특한 설정은 영화를 보고 난 후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꺼리를 던져주고 있다.

전반적으로 영화는 감정의 큰 굴곡 없이 매우 잔잔하게 진행된다. 주로 아버지와 아들이 입양을 원하는 가족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장면들로 구성되어 있어 이와 같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여타의 영화 속 쓰나미 같이 몰려드는 감동을 원하는 관객들에게는 매우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는 영화이다. 하지만 <노웨어 스페셜>은 감정 표현을 서두르지 않은 채 서서히 축적하며 극적인 감정 과잉 요소 하나 없이도 결말 부분에 관객들의 참았던 눈물을 끌어내는 놀라운 연출력을 선보이며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 다시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차세대 제임스 본드로 거론되고 있는 제임스 노튼이 죽음을 앞둔 사람의 모습을 담담한 연기로 그려내고 있으며, 인생 첫 연기에 도전한 4살인 다니엘 라몬트와의 부자 케미를 제대로 보여주면서 연말연시에 적합한 따뜻한 감성을 표현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여전히 어수선하고 다사다난했던 2021년을 잘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2022년에는 더 이상 책임감 없는 부모들로 인해 상처 받는 아이들이 없는, 올해보다 더 좋은 한 해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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