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경락의 이름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두 번째 이야기-
상태바
십이경락의 이름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두 번째 이야기-
  • 승인 2021.12.31 07: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준우

이준우

mjmedi@mjmedi.com


현대적 언어로 풀어 쓴 한의학 (23)
이준우
탑마을경희한의원

육장과 육부

주지하다시피 육장과 육부의 역할은 서로 다르다. 우선 육부에서는 음식물에서 영양분과 수분을 섭취하고 찌꺼기인 대소변을 배설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반면에 육장에서는 육부에서 들여온 음식물 속에 들어있는 에너지를 이용해서 우리 몸에 필요한 열에너지와 운동에너지로 바꾸는데 관여한다. 이 과정에서 대사가 이루어지고 대사량에 비례해서 혈액순환이 이루어진다.

육장에는 많은 양의 혈액이 지나가고 조직 역시 폐를 제외하고는 액체로 가득 차 있는 반면에, 육부에는 음식물이나 대소변이 지나가는 비어 있는 통로가 있다. 그래서 『素問 五藏別論篇』에 보면 ‘所謂五臟者 藏精氣而不瀉也 故滿而不能實 六腑者 傳化物而不藏 故實而不能滿也’라고 하였다.

 

육장은 왜 음경락과 연결이 될까?

육장은 주로 혈액순환과 대사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많은 양의 혈액이 공급되거나 혹은 통과한다. 국소 조직에서는 대사량이나 기타 필요에 따라 혈류가 조절이 되는데, 심박출량을 분당 5L라고 할 때 기초상태에서 심장, 기관지, 간, 콩팥에 공급되는 혈류량을 모두 합하면 분당 2.75L로 심박출량의 55%가량 된다(표1). 폐를 통과하는 혈액량은 심박출량과 거의 같기 때문에 단순히 통과하는 혈액량만 보면 심장과 폐는 분당 5L라고 할 수 있다.

따뜻한 혈액이 지나가는 곳으로는 따뜻하고 가볍고 습한 기운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육장에는 熱, 風, 濕 세 가지 기운이 흐르게 된다. 설령 폐와 신은 냉각기능에 관여하고 심포는 높은 압력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고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정한 온도와 일정한 양의 혈액순환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각자 맡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일 뿐이며, 결과적으로는 육장의 활동을 통해서 중심체온이 37도에 이르는 따뜻한 혈액순환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여러 번 반복하지만 혈액순환 주변에는 따뜻하고 가볍고 습한 기운이 상승하기 때문에 음경락이 흐르게 되고, 이러한 이유로 육장은 모두 음경락과 연결이 된다. 하지만 폐는 건조한 기운을 가지고 있고, 신은 차가운 기운을 가지고 있으며, 심포는 높은 압력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경락의 기운과 장부의 기운이 서로 다르게 되는 것이다.

 

육부는 왜 양경락과 연결이 될까?

반면에 육부에는 차갑고 무겁고 건조한 기운이 흐르게 되는데, 이는 육부가 가지고 있는 비어 있는 공간 즉 빈 통로에 흐르는 기운을 말한다. 이들 육부에도 당연히 혈액순환이 이루어지고 대사도 이루어지지만 육장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혈액이 흐르고 있고 그로 인해 이루어지는 대사 역시 현저히 적다. 무엇보다 육부에서는 지나가는 음식물에서 따뜻하고(영양분이 많고) 습하고 말랑말랑한 부분을 인체 내로 흡수하기 때문에 육부의 빈 통로에는 차갑고 건조하고 딱딱한 부분만 남게 된다. 이렇게 육부의 빈 통로에는 寒, 火, 燥 세 가지 기운이 흐르게 되어 육부는 모두 양경락과 연결되는 것이다. 하지만 소장은 따뜻한 기운을 가지고 있고, 담은 가벼운 기운을 가지고 있으며, 위는 습한 기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락의 기운과 장부의 기운이 서로 다르게 된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점은, 고대인들이 방광을 통해서 제거되는 수분을 太陽寒水 즉 차가운 기운이라고 인식했다는 것이다. 고대인들이 수분을 어떻게 인식했는지는 그 수분이 어떻게 활용되느냐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게 인식했는데, 고대인들의 수분에 대한 인식에 대해서는 추후에 따로 소개하고자 한다.

 

---------------------------------------------------------------------

※ 참고문헌) 의학계열 교수 32인 공역, Guyton and Hall 의학생리학 12판, 범문에듀케이션, 2017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