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월비가출탕 – 소염소종 제1선택약!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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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월비가출탕 – 소염소종 제1선택약!①
  • 승인 2021.12.16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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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원

권승원

mjmedi@mjmedi.com


일본 CPG 속 한방약 엿보기(48)
경희대학교한방병원순환신경내과 부교수 권승원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부교수

<전형증례>

73세 남성.

3개월 전 뇌경색이 발생했고, 이후 좌반신소력이 있어 본원 외래에서 주2회 침구치료와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이다. 하루는 평상 시와 다름없이 침구치료를 진행하려는데, “왼쪽 팔꿈치가 너무 아파요.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라며 상담을 요청했다. 병력청취 결과, 5일 전 집에서 혼자 운동하던 중 좌측 주관절에서 ‘뚝!’하는 소리가 났고 직후에는 그다지 통증이 없었으나 다음 날부터 약간의 부종과 함께 통증이 있다고 한다. 이틀째 되던 날 집 주변 정형외과에서 X-ray는 촬영했으며 이상소견은 확인하지 못했고, NSAIDs를 처방받아 복용해왔으나 특별한 효과를 느끼지 못하겠다고 했다.

이에 주관절부 소염 및 소종효과를 기대하며 원내조제 A 엑스제를 아침, 점심, 저녁 식후 2시간째에 복용하도록 처방했다. 3일 뒤, 침구치료를 위해 내원했을 때 부종은 모두 경감되었으며 통증 역시 감소하여 운동에 큰 무리가 없다고 하였다. 이후 총 7일분을 모두 복용한 뒤, 불편감이 사라져 복용을 중단했다.

 

오늘의 주인공 A는 바로 월비가출탕(越婢加朮湯)이다. 월비가출탕은 중국 한대(漢代) 처방서 『상한잡병론(傷寒雜病論)』에 처음 등장한다. 당시, 피부와 안면부 같은 신체 겉 표면부의 부종과 염증에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제안되었으며, 이후에도 그 적응증이 유지되어 왔다. 현대에 들어서는 그 적응증이 확대되어 염증을 동반한 부종상태, 예를 들어 비염, 습진, 류마티스 관절염 등에 활용되고 있다.

 

월비가출탕 개요

구성약물: 마황, 석고, 감초, 창출, 생강, 대조

효능효과: 부종과 땀이 나며 소변불리가 있는 다음 증상: 신염, 신증후군, 각기, 류마티스관절염, 야뇨증, 습진 (일본 내 허가사항)

 

월비가출탕 활용의 발전사

앞서 언급한 것처럼 월비가출탕은 중국 한대 『상한잡병론』에 처음 등장한다. 『상한잡병론』은 감염질환에 대한 처방을 서술한 『상한론(傷寒論)』과 그 외 다양한 질환에 대한 처방을 서술한 『금궤요략(金匱要略)』으로 구성되는데, 월비가출탕은 이 중 소위 잡병(雜病)을 주로 다룬 『금궤요략』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총 세 조문에서 월비가출탕을 언급하였는데, 그 첫 번째는 중풍역절병맥증병치제오(中風歷節病脈證幷治第五)의 ‘治肉極, 熱則身體津脫, 腠理開, 汗大泄, 歷風氣, 下焦脚弱’이다. 육극(肉極)이라는 용어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지칭하는 것인지는 역사적으로 여러 논의가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근육이 몹시 수척해진 상태’를 지칭하는 것이라는데 큰 이견이 없다. 따라서, 필자는 이 조문이 가리키고 있는 상황이 이유 불문 근육 감소가 일어날 정도로 소모성 상황에 놓인 환자에게 급성 화농성감염질환이 발생하여 해당 부위에는 급성 부종이 발생했고, 발열하며 땀을 줄줄 흘리고 그로 인해 허리 이하의 힘이 빠져 버린 상태로 생각한다. 다음 두 조문은 같은 책의 수기병맥증병치제십사(水氣病脈證幷治第十四)에 등장하는데, 병증명에서 고스란히 드러나듯 철저히 ‘부종’에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제시되고 있다. ‘裏水者, 一身面目黃腫, 其脈沈, 小便不利, 故令病水. 假如小便自利, 此亡津液, 故令渴也. 越婢加朮湯主之.’ 그리고 ‘裏水, 越婢加朮湯主之; 甘草麻黃湯亦主之.’라고 하였는데, 두 조문 모두에서 제일 먼저 등장하는 이수(裏水)라는 용어를 중국 청대(淸代)의 『의종금감(醫宗金鑑)』을 비롯한 후대의 몇몇 서적에서는 ‘이수’가 아닌 ‘피수(皮水)’로 보아야 한다고 해석했다. 이유는 주로 표부의 병증에 활용되는 마황을 함유한 처방을 ‘이수’에 사용할 리 없다는 것이며, 그러한 이유에서 신체의 가장 겉 부분인 피부, 특히 살집이 얇은 얼굴, 눈 주위의 부종을 보이며 소변이 시원치 않을 때 월비가출탕을 활용하도록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의종금감』에서는 이 두 조문에 함께 등장한 방기황기탕과 감초마황탕의 적응증 감별포인트도 함께 제시했는데, 피수이면서 허증일 경우 방기황기탕을, 월비가출탕과 비슷한 실증이지만 열이 없는 경우 감초마황탕을 활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내용은 임상현장에서 처방 활용 시 유의한 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후 『비급천금요방(備急千金要方)』, 『외대비요(外臺秘要)』, 『성제총록(聖濟總錄)』등의 고전의서에서는 ‘육극’과 관련된 조문해설을 답습하는 정도에서 월비가출탕에 대해 언급해 왔다. 그러던 중 일본의 『유취방광의(類聚方廣義)』를 통해 안과, 피부과의 각종 화농성염증질환에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한 차례 적응증 확대가 이루어진다. 『유취방광의』에서는 기존의 ‘육극’에 해당하는 적응증을 설명하면서도, 동시에 안구가 부어 뜨겁게 아프고, 안검종창하며 안검부가 짓물러 가렵고 아프며 시야가 흐리고 눈물이 많은 경우나, 피부의 각종 습진, 화농성 질환 상태에도 월비가출탕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적응증 확대의 영향을 받아 일본의 야가즈 도메이는 『한방의 임상(漢方の臨床)』기고문에서 각막염 환자에게 월비가출탕을 사용했던 증례를 공유하기도 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하에 현재 월비가출탕은 염증에 따른 안면, 피부, 사지, 근육, 관절 및 신체 겉 표면의 부종이나 수종에 대해 소염 + 소종하는 효과를 기대하며 사용되고 있으며, 국내 임상에서는 잘 붓는 경향을 보이는 비만 상태의 치료약으로도 빈번히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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