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12시간마다 나는 다시 깨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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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12시간마다 나는 다시 깨어난다
  • 승인 2021.12.10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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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유체이탈자
감독 : 윤재근출연 : 윤계상, 박용우, 임지연, 박지환
감독 : 윤재근
출연 : 윤계상, 박용우, 임지연, 박지환

혹시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정도의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필자의 경우 어릴 때부터 스트레스에 매우 취약했기에 몽유병을 앓기도 했고, 헛것을 본 적도 많다. 나이가 들어서는 자주 가위에 눌리기도 했는데 그 와중에 내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 즉 유체이탈의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다. 매우 짧은 순간이었지만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이 매우 소름끼치는 경험으로 몇 십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도 잊히지 않고 있다. 

교통사고 현장에서 눈을 뜬 한 남자(윤계상)는 거울에 비친 낯선 얼굴에 놀라고, 자신 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잠시 후, 또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난 남자는 12시간마다 몸이 바뀐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기 시작한다. 그리고나서 이들이 쫓고 있는 국가정보요원 강이안이 바로 자신임을 직감하게 되고 자신을 찾기 위한 사투를 시작한다. 

영화 <유체이탈자>는 제목만 봤을 때는 판타지나 공포 영화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영화 <범죄도시>의 제작진과 그 영화에서 장첸 역을 맡아 연기 변신에 성공했던 윤계상이 다시 만나 제작된 작품답게 처음부터 끝까지 액션으로 점철된 작품이다. 그리고 윤계상이 12시간마다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가게 된다는 설정답게 <유체이탈자>는 윤계상으로 시작해서 윤계상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1인 7역을 무난히 소화해내고 있고, 몸을 빌려주는  역할을 하는 배우들도 1인 2역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 어떤 영화들보다 배우들의 액티브한 연기들을 볼 수 있는 재미를 볼 수 있다. 대신 몸이 바뀌는 상황이 초반에는 약간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캐릭터가 거울 등에 비쳐지는 모습일 때를 제외하고는 윤계상이 연기하는 것으로 나오기 때문에 영화를 이해하는데 큰 불편함은 없다.

그러나 유체이탈이라는 너무나 좋은 아이디어를 약간 촘촘하지 못한 스토리텔링으로 인해 영화가 다 끝났을 때 도대체 관객에게 전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물론 엄청난 스케일의 액션 장면들이 관객들에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선사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기에 아쉬움이 큰 편이다. 또한 박용우의 평소 모습과 달리 악랄한 빌런 역할이 눈에 뜨이지만 단편적인 캐릭터 설정으로 인해 극적인 재미가 반감되는 등 결국 <유체이탈자>는 유체이탈이라는 독특한 설정과 다양한 캐릭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배우 윤계상과 액션만을 각인시키고 있어 어떤 관점에서 영화를 보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답답한 코로나 시국에 시원한 액션을 보고 싶거나 배우 윤계상의 팬이라면 한 번쯤 볼만한 작품이며,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결정이 되었다고 하니 향후 어떻게 리메이크 될 것인지 예상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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