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정유옹의 도서비평] 메타버스 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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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정유옹의 도서비평] 메타버스 한의원
  • 승인 2021.11.26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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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옹

정유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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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암은성한의원 원장이자 경희대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사암한방의료봉사단 위원장이며, 서울 중랑구한의사회 수석부회장이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도서비평┃메타버스

2026년 11월 26일, 정 원장은 아침 알람 소리와 함께 핸드폰 앱을 열었다. 구독자 수를 확인했다.

‘밤새 3명이 추가되었군’

조만간 구독자가 천명을 넘을 것으로 보였다. 한의원에 출근하기 전에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벌써 300명 정도가 정 원장의 메타버스 한의원에서 기다리고 있다. 라이브를 시작했다. 오늘의 날씨와 함께 건강 관리법 등을 소개했다.

김상균 지음, 플랜비디자인 출간

“오늘처럼 추운 날은 뜨거운 물에 찬물을 섞은 따뜻한 음양탕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살을 좀 빼고 싶은 사람은 생강차나 율무차 음양탕도 좋고요, 살을 좀 찌우고 싶다면 매실이나 오미자차 음양탕도 좋고요~”

이렇게 건강 라이브를 시작한 지도 벌써 1년이 다 되어 간다. 정 원장은 요즘 핸드폰 건강관리 앱에 한의원을 등록한 덕분에 부수입이 생겨서 기분이 좋다. 출근해서 환자가 없을 때는 건강관리 앱에 있는 정 원장의 메타버스 한의원에 비치할 홍보 콘텐츠를 만들기에 바쁘다. 동기인 김 원장은 유료 구독 환자가 만 명이 넘어서 병원 운영을 접고 한의원 앱만 운영한다고 하니 더욱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구독자 중 한 명이 앱상의 한의원에 들어오더니 원장실 문을 노크한다. 환자의 정보를 보니 8개월 연속 구독자로 이른바 VIP. 채팅을 시작하였다.

“어떻게 오셨지요?”

“제가 요즘 아랫배가 아프고 소변을 자주 봐서요.”

“아~ 제가 이렇게 대화만 해서는 정보를 알 수 없으니 손목의 와치에서 건강관리 앱 좀 활성화해주시겠어요?”

활성화된 앱을 통해 정보가 들어온다. 와치에 있는 심장 박동 측정기, 체온계, 맥진기, 혈압계 등의 기능을 통해 평소 체크된 정보로 스트레스 지수와 체온 변화, 오장육부 맥의 변화 등이 분석되어서 나왔다.

“요즘 좀 춥게 주무셨나요?”

“넵~ 며칠 난방을 안 하고 잤네요.”

“체온이 좀 낮아지고 특히 신, 방광에서는 염증성 소견도 보이네요. 제가 치료를 해드리겠습니다. 와치에서 치료 앱을 활성화해주시고요.”

“네, 선생님 지금 너무 불편한데 꼭 고쳐주세요.”

“일단 제가 원격으로 해보고 안되면 한번 내원해주세요.”

“예 제가 요즘 너무 바쁜데 시간 한번 내어 볼게요.”

정 원장은 원격 진료시스템을 이용하여 와치에 삽입된 전자침에 전류를 넣었다. 폐경(肺經)은 보(補)하는 방향으로 하였고 심경(心經)은 사(瀉)하는 방향으로 미세전류를 흘려보냈다. 30분 정도 치료 후 환자에게 쪽지가 왔다.

‘원당님~~^^ 아랫배 통증이 거의 없어졌어요, 너무 신기해요, 정말 감사합니당!’

답장을 보냈다.

‘찬 음식 조심하시고 아침에 라이브로 말씀드린 음양탕 복용하세요~~:)’

쪽지함을 열어보니 미국의 구독자인 앤드류 씨에게 편지가 와 있었다.

’지난번에 보내준 약 잘 먹고 많이 좋아졌습니다. 한 번 더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미국의 국제생약 회사에 지난번과 동일한 주문을 넣었다. 주문 즉시 약을 달여서 가루 형태로 고형화해서 드론 택배로 바로 보낼 것이다.

앱과 오프라인 진료를 마치고 점심 배달을 기다리는데 문자가 왔다.

‘환자 구독료 건강보험 급여화 확정!- 대한메타버스한의사협회’

『메타버스』를 읽고 가까운 미래에 메타버스를 이용하는 한의원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이미 여러 직업군에서 메타버스는 진행되고 있다. 변호사들은 이미 로톡이란 공간에서 법무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비록 변호사 협회와 갈등을 빚고 있지만,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기는 힘들 것이다. 앞으로 우리 생활에서 메타버스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될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이용하는가는 우리가 준비한 만큼 채워질 것이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철저하게 준비해서 플랫폼 대기업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한의학적인 치료의 특성에 맞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가능하면 한의사 협회에서 가상공간 한의원 앱을 만들어 전국의 2만 한의원을 입주시키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

 

정유옹 / 사암침법학회, 한국전통의학史 연구소

정유옹
서울 사암은성한의원 원장이자 경희대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사암한방의료봉사단 위원장이며, 서울 중랑구한의사회 수석부회장이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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