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한국에서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가 흥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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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한국에서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가 흥할 수 있을까?
  • 승인 2021.11.26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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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영화읽기┃듄
감독: 드니 빌뇌브출연: 티모시 샬라메, 레베카 페르구손, 오스카 아이작 등
감독: 드니 빌뇌브
출연: 티모시 샬라메, 레베카 페르구손, 오스카 아이작 등

아무리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아도 어떤 나라에서는 인기를 얻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각국의 문화적 취향이 있으니 당연하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의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다. 일단 ‘스페이스 오페라’가 무슨 장르인지도 모르거니와 ‘SF’에 대한 이해도도 낮다. 아주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우주를 배경으로 우주선 따위를 타고 다니면서 외계인이나 외계생명체가 출몰하는 곳에서 펼쳐지는 모험을 다루는 장르다.

우리나라는 유독 이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가 힘을 쓰지 못한다. 일단 한국인의 절반 이상이 ‘스타트랙’과 ‘스타워즈’의 차이점조차 모른다는 것에 내 적금 통장을 걸 수 있다. 그나마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에서 흥한 영화라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일텐데 이조차도 사실은 첫 편의 국내 관객 수는 130만 명에 불과하다.

이러한 불모지에 또 다시 오랜만에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의 거대 프랜차이즈 영화가 개봉했다. 그것이 바로 ‘듄’이다. 사실 나 역시 소위 말하는 ‘SF장르’라는 것과 친숙하지 않기 때문에 몰랐는데, 이 영화는 프랭크 허버트가 쓴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SF 소설 장르에서는 워낙 유명하고, 서구권에서는 스페이스 오페라나 SF가 워낙 인기 있는 장르이기 때문에 많이들 아는 듯 했다.

바로 그것이 이 영화 ‘듄’의 최대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이 작품은 너무나 유명하고 인기 있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만큼 적어도 시놉시스에 있어서는 사람들이 어떤 것에 흥분하고, 감격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유약한 귀족 도련님에게 사실 일종의 ‘메시아’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한정된 자원으로 인해 벌어진 문명과 문명의 갈등, 귀족사회의 알력다툼이 벌어지는 이야기라니. 대하사극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눈이 휘둥그레질 법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다.

그런데 문제는 대충 3줄 요약만 해도 어마어마해 보이는 이야기를 2시간 30분짜리 영화 한 편에 밀어넣자니 이야기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그런데 원작이 유명하다? 그래서 감독은 아마도 과감하게 생략해버리는 길을 택했다. “자세한 설명은 책을 읽어보세요”라는 식이다. 대강 굴러가는 상황이야 이해할 수 있지만 그래서 ‘듄’이 무슨 뜻인지, 주인공 폴이 ‘퀴사츠 해더락’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그래서 등장인물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이해가 잘 안 된다. 가뜩이나 낯선 단어의 향연인데, 설명도 안 해주니 어떻게 보면 관객을 왕따 시키는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이 영화는 대놓고 시리즈물의 프롤로그이다. 아마도 트릴로지로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 같고, 실제로 2편 제작이 확정되었다. 프롤로그물이 대체로 그렇지만 마지막에 ‘자 이제 시작이다’는 뉘앙스를 주기 때문에 한 편의 완성도를 논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 한 편만 보았을 때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는 요소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꽤나 호불호가 갈린다. 어떤 사람은 웅장한 영상미와 정치암투극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이 뒤가 더 재밌을 것이라는 생각에 흥분한다. 반면, 어떤 사람은 액션은 거의 없고, 2시간 30분 동안 만든 것이 겨우 프롤로그냐며 투덜댄다.

그렇기에 이 영화 ‘듄’은 아마도 2편이 나오고 시리즈가 완결이 나야 비로소 그 가치를 온전히 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후속편에서 대서사시의 절정을 터뜨릴 수만 있다면, 감히 말하건데 한국에서의 ‘스페이스 오페라’의 부흥을 이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박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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