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재정이 제자리 찾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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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재정이 제자리 찾는 길
  • 승인 2003.03.1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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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고 나면 새로운 보험정책이 한두 개씩 쏟아져 나온다. 무슨 보험정책이 그리도 많은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이 위기이긴 위기인 모양이다. 아무튼 이렇게라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보험정책을 바로잡겠다면 다행스런 일이다.

그런데 바로 그 보험정책이라는 게 전혀 새롭지만은 않은 것은 이상한 일이다. 보건학계에서 5년 내지 10년 전부터 늘 이야기되어오던 것이다. 물론 미국이나 유럽에서 1,2년 전에 논의되던 정책을 그대로 수입해오는 것보다는 낫지만 왠지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나라 제도가 다 그렇지만 의료분야의 보험만큼은 정치바람을 유난히 많이 탄다. 의료보험 도입의 동기 자체부터가 정치적이고 이데올로기적 의도를 깔고 있었다는 점에서 보면 당연한 귀결일 수도 있다. 쉽게 말하면 체제경쟁의 산물이다. 이런 태생적 한계로 인해 의료보험이 도입된 77년 이후 지금까지 사회적 효율과 형평을 주장하는 양 세력간의 다툼의 한 복판에서 시련을 겪어야 했다. 보험재정의 파탄도 단순히 1,2년간의 정책잘못만은 아니다. 보다 멀리 바라보면 그 연원이 길다는 사실을 금새 알 수 있다.

최근의 보험재정안정대책들도 그런 혼란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지출요소를 통제하다가 요즘에는 수입분야를 정비하고 있다. 건강보험단체 통합문제도 이런 고려들이 작용한 것 듯이 보이지만 찬성·반대 세력들의 입장을 절충하다보니 법적 통합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구분계리라는 묘안(?)이 나왔다.

전임자들의 누적된 과오를 한꺼번에 짊어지자니 어느 한 가지도 쉽지 않겠지만 어려울 때일수록 근본으로 돌아감이 의외로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가령 의료보험의 정신이 '만인은 1인을 위하여, 1인을 만인을 위하여'라는 표어에 담겨 있지만 보험금을 내는 사람과 보험 혜택을 받는 사람이 불특정 다수, 그것도 단위가 매우 큰 집단을 대상으로 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보험금 부담의 형평성 시비, 보험금납부자의 사회연대성 저하라는 부작용은 의료보장과 소득 재분배라는 사회보험의 장점을 갉아먹는 요인이다.

우리의 보험제도는 이제 서서히 우리의 옷을 입을 때도 되었다. 우리의 몸에 맞게 유연하게 변화시켜 우리의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 이 작업의 선두에 선 사람이 의보전문가들이다. 의보전문가들은 이 점을 깊이 고려하여 우리 것으로 변형시키는 부단을 노력을 기울여야겠다.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도 보험정책을 제논에 물대기 식으로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 나머지 의료인이나 피보험자, 노조, 등의 역할도 못지 않다.

보험은 1차적인 사회안전망이다. 보험금부담 차원을 넘어선다. 별다른 사회안전망이 갖춰지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건강보험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는 점을 고려해서 통합이니 반대니 목소리를 돋구기보다 양자의 장점을 잘 조화시키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하나하나 합의를 도출해나가는 과정에서 건강보험재정의 안정은 자연스럽게 수반될 것이고, 우리의 소망인 사회연대성도 향상될 것이다. 사회적 하모니는 양보하는 미덕 이외에 그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양보만이 지혜를 되찾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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