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약자를 치료하는 의료인의 길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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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약자를 치료하는 의료인의 길 결심했다”
  • 승인 2021.11.04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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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책, 사람을 잇다(16) 이재준 한의사

야간진료 후 자투리 시간에 읽는 책이 삶의 활력소…SNS 온라인 서평단 활동 등

인생의 책, ‘호밀밭의 파수꾼’과 ‘의학이란 무엇인가’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다독가들에게 여유시간에 읽는 책은 힘든 하루의 활력소가 된다. 이재준 한의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본인을 “프로 지식경영인을 지망하지만 진료에 쫓기는 한의사”라고 소개하는 그는 “점심시간이나 야간진료 후 남는 시간에 보는 책이 힘든 진료의 활력소”라고 고백했다. 이재준 한의사는 지난 2017년에 세명대 한의대를 졸업한 뒤에 3년 간 공중보건의사 생활을 했고, 경희의료원에서 인턴을 수료했다. 그 이후 현재까지 청주 동의보감한의원에서 진료원장으로 근무하며 임상가의 길을 걷고 있다.

이재준 원장은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서 읽어주는 책을 통해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듣거나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가 본격적으로 책을 많이 읽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3학년 이었다. 그는 “당시 국어선생님이 ‘난쟁이가 쏘아올린 공’, ‘올리버 트위스트’, ‘무정’ 등 교과서에 언급된 책들을 보너스 점수를 얻는 과제로 많이 내주셨다”며 “자발적으로 읽다보니 재미가 붙어 그 이후로도 꾸준히 고전문학작품이나 철학책을 많이 읽었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과학사, 과학철학, 통계에 관한 책들에 흥미를 많이 느껴 수업이 끝나면 대학교 중앙도서관에서 자주 책을 빌려 읽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었다고 했다. 임상 한의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진로를 희망했기 때문에 다양한 학문 분야의 교양서적을 읽었고, 졸업 후 공중보건한의사로 근무하던 시절에는 보다 전문적인 수준의 책을 보며 진로를 고민했다고 했다. 이 과정을 통해 그는 자신이 업으로 삼을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관심분야로 둘 분야는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었고, 그렇게 관심사의 폭을 좁히면서 최종적으로 임상 한의사로서의 길을 결정하게 되었다. 이 원장은 “비록 임상 현장에 나온 지 1년도 되지 않았지만 좋은 대표원장님과 진료 환경에서 일하면서 환자들을 치료하는 보람을 느낄 수 있게 돼서 행복하다”고 고백했다.

이 원장의 독서생활에서 SNS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여러 출판사의 서포터즈로 활동하며 다수의 서평을 작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SNS에서 내가 존경하는 전문가들이 낸 책이나 추천한 책을 사서 보는 편이고, 또한, 출판사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서적을 소개받아서 읽고 있다”며 “책을 구입하거나 서평을 신청하기 전에 목차나 서문, 저자의 배경을 꼭 참고한다. 이 때, 책의 옥석을 가리는데 SNS가 도움이 많이 된다”고 전했다.

서평단 활동을 통해 다양한 책을 읽고 있지만 그의 책 취향은 확고했다. 문학보다는 비문학을 좋아하는데, 특히 생소한 분야에 대해 경력 있는 전문가가 쓴 교양입문책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유서가 출판사에서 낸 ‘첫단추 시리즈’를 예로 들었다. 반면 “에세이나 감성만을 자극하는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뚝심 있는 독서가인 그의 인생의 책은 J. 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과 파울 운슐트의 ‘의학이란 무엇인가’ 였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호든 콜필드라는 소년이 학교에서 퇴학을 당해 집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사춘기 소년의 방황과 위선으로 가득한 사회를 비판하는 고전이다. 이 원장은 이 책을 십대 때 읽으면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는 “고등학교 때 알 수 없는 병에 시달렸다. 많은 병원을 다녔지만 어떤 병인지 알지 못해 내 고통을 해결해주지 못했다”며 “대학교 입학 후에는 증상이 사라졌지만, 병을 앓는 과정에서 심한 고통과 피로감 때문에 많이 방황했고, 스스로 정상적인 코스에서 탈선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내 자신이 기존 질서에 반항과 회의를 하고 정규 과정에서 낙오한 주인공과 처지가 비슷하다고 생각해 공감이 많이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국 방황하던 주인공이 약자인 아이들이 호밀밭에서 놀다가 낭떠러지에 떨어지지 않게 그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파수꾼이 될 것임을 결심하면서 내적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나 또한 약한 환자를 치료하고 보호할 수 있는 의료인이 돼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의료인으로서 그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으로 언급한 ‘의학이란 무엇인가’는 동양과 서양의 치유에 대한 서로 다른 접근을 역사적으로 비교하면서 의학 사상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는 책이다. 이재준 원장에 따르면 “저자는 독일 출신 의사학자로 동서양 역사를 비교하며 동양의학의 이론에 대한 역사적 맥락과 유연한 관점을 유지한다”며 “예과 때 한의학의 이론들을 어떻게 수용해야 될지 고민이 많았었는데 이 책의 관점을 통해 보다 유연한 수용이 가능해졌고, 의사도 한의사도 아닌 제3의 관점에서 보다 객관적으로 현재 서양의학의 패러다임의 한계와 동양의학의 장점을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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