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편견으로 분열된 사회, 그리고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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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편견으로 분열된 사회, 그리고 스릴러
  • 승인 2021.10.29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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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F20
감독 : 홍은미출연 : 장영남, 김정영, 김강민
감독 : 홍은미
출연 : 장영남, 김정영, 김강민

우연히 지인과 대화를 하다가 지인의 가족 중에 조현병 환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 지인이 처음부터 조현병이라는 것을 밝히지 않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종종 조현병 환자 관련 뉴스들이 전해지다보니 제3자에게는 당연히 선입견이 생길 수밖에 없기에 아마 감추고 싶은 비밀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예전에는 ‘정신분열증’이라고 불리웠던 조현병은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사회적인 인식은 부정적인 측면이 더 큰 관계로 제대로 공론화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시점에 조현병 환자와 가족을 소재로 한 영화 <F20>은 대중에게 조현병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스릴러 장르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어디에 내놔도 자랑스러운 아들을 둔 엄마 애란(장영남)은 군 생활을 떠났던 아들 도훈(김강민)에게 조현병이 발병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완벽했던 자신의 일상을 빼앗길까 두려운 애란은 아들의 병을 숨긴 채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순조로울 것만 같았던 그녀의 삶에 유일한 비밀을 알고 있는 또 다른 조현병 환자 가족인 경화(김정영)가 나타나자 애란의 불안은 점점 광기로 변해간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F20>은 조현병의 질병분류코드이다. 그래서 영화는 앞서 언급했듯이 조현병 환자와 그 가족을 둘러싼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조현병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직설적인 화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조현병 환자라는 것만으로 아파트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의 가해자로 의심을 받으며 주민들에게 외면을 당하고, 결국 엄마가 무릎까지 꿇어야 하는 일련의 상황들을 보여주며 아직까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오래 된 병폐이자 너무나 당연한 현실의 모습 속에서 더욱 더 안타까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런데 영화는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여타의 영화들처럼 긍정적이면서 따뜻한 시선으로 내용을 전개시키기보다는 마치 반어적인 표현처럼 더욱 더 강한 스릴러 양식을 차용하면서 관객들에게 주제의식을 강렬하게 전달하고 있다.

물론 이런 내용 전개 방식 때문에 나름대로 기대를 하고 관람했던 많은 조현병 환자 가족들에게 오히려 선입견을 가중시킨다는 혹평을 듣기도 했지만 영화는 색다른 결말을 통해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주제를 충분히 전달하고 있다. 그로인해 관객들이 어떤 시각으로 영화를 접하느냐에 따라 <F20>에 대한 호불호가 나누어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두려움으로 인해 점차 광기에 빠져드는 인물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 장영남의 연기는 누구나 조현병 환자가 될 수 있지만, 조현병은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할 수 있는 치료가 가능한 질병임을 계속 강조하면서 선입견으로 인해 차별과 편견 속에 빠져버린 이타적인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간접적으로 꼬집고 있다. 비록 실제 고통을 겪고 있는 가족들이 보기엔 불편한 영화일 수도 있지만 이 영화를 통해 조현병 환자와 가족들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개선되길 바라며, 그들 역시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숨어 지내지 말고, 당당히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하며 함께 아픔을 나누고 질병을 치료해 나가길 기원해 본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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