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린 깐부잖아” 침의 짝궁 전침에 대한 흔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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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린 깐부잖아” 침의 짝궁 전침에 대한 흔한 오해
  • 승인 2021.10.21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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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민

이승민

mjmedi@mjmedi.com


‘이개국어? 이개의어(醫語)!’로 설명하는 한의학(9)
이승민
자생한방병원
자생메디컬아카데미

Q. 한의원에서는 침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전침을 같이 하던데 실제로 전기가 몸에 흘러 들어오는 건가요? 그리고 원장님 말씀대로 침 치료 효과를 더 강하게 해주는 거라면, 아파도 최대한 많이 참아야 할 것 같은데 어느 정도까지 참아야 할까요?

A: 빈도와 강도를 조절하는 복잡한 버튼과 화려한 불빛 및 삑삑 거리는 소리 때문에 전침기는 많은 환자분들에게 공포와 신비감을 유발하는 대상이지만, 전침에 대한 많은 오해는 전침이 처음에 개발되었던 목적을 찾아보면 쉽게 풀립니다. 전침기는 1950년대 중국에서 처음으로 개발되었는데요. 그 당시에는 수술할 때 사용하는 마취약이 지금처럼 효과가 좋지 못하여 그 대안으로 침술 마취가 유행하였었고, 수술실에서 계속 침을 돌리며 자극을 줘야 했던 의사들이 단순 노동을 대신해줄 목적으로 개발하였습니다.[1] 즉, 전침기는 침 치료를 하는 동안에 지속적이고 정량적인 제삽(提揷)과 염전(捻轉)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었고, 전기가 몸에 흘러 들어가도록 설계된 기계는 아니기에 크게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정확히 말해, 전기가 들어와서 몸에 흐르는 것이 아니라 적은 양의 전기가 경혈에 꽂혀있는 침을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침이 꽂혀 있는 조직 주변의 신경을 활성화(fire)시켜서 제반 치료 효과를 강화시키는 요법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물론, 사용하는 전침 기기의 전류 방식이나 침 재질에 따라 예외 사항들도 있고 아주 소량의 전기가 들어올 수 있다는 보고는 있으므로 체내에 심박동기나 심부 뇌 자극 장치를 장착한 환자분들께는 적용을 안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일반 한의원에서 대중적으로 쓰는 전침기기 및 호침으로는 인체에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참에 잠깐 말씀드리면, 한국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호침은 스테인레스 강선을 주재료로 하며, 그 중에서도 국내 식약처에서 관리하는 일회용 호침 소재는 오스테나이트계 스테인레스 소재라고 합니다. 안 그래도 스테인레스강은 철이나 탄소강에 비해 전기 전도도가 상대적으로 낮은데, 오스테아니트계는 다른 계열보다도 전기 전도성이 20~30%가 더 낮고 열전도도까지 낮다고 하니[2], 전침기가 만약 전기를 소량 흘러 보낸다고 하더라도 그 영향은 더더욱 미미할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재질적 특성 덕분에 자성을 띄고 있지는 않아서 페라이트계 스테인레스 강선으로 만들어진 다른 호침에 비해서 MRI 내에서도 사용이 안전한 것으로 최근에 보고가 되기도 하였습니다.[3]

이제 두 번째 질문에 대해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침 치료의 효과는 선혈과 취혈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수기법에 의해서도 많은 영향을 받으며, 황제내경에서 언급한 수기법 중 전침기의 작용에 해당하는 것이 제삽과 염전입니다. 그리고 이런 의미에서 전침기는 침과는 짝궁처럼 침의 치료 효과를 강하게 해주는 기기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빈도 고강도 치료가 좋은 것은 아닙니다. 많은 통증 연구 및 심장 관련 전침 연구에서는 최적의 전침 자극을 ‘환자가 아파하지는 않지만 느낄 수는 있고, 침 바늘이 육안적으로도 조금 움직이는 정도’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침기의 세기를 최소로 낮춘 상태에서 아주 조금씩 강도를 높이면서 환자분께 자극이 느껴지면 말씀해 달라고 요청하고, 아프다고 하시면 안 아픈 정도로 줄여 드립니다. 간혹 연세가 많으신 분이나 만성 요통, 마비 환자처럼 신경의 감각이 둔해진 환자분들의 경우 전침기의 세기를 많이 올려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러면 침 바늘이 육안적으로 조금 움직이는 정도로만 올리면 되고, 무조건 강하게 하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닌, 과유불급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대부분의 환자분들이 통증이나 마비가 회복될수록 침감도 예민해지는 경향이 있으니 변화하는 전침 강도도 치료 시에 차트에 같이 적어두면 도움이 됩니다.

이외에도, 감각 신경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자극에 적응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렇게 지속적인 자극에 신체가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 것을 ‘tolerance’라고 하는데, 많은 동물 및 임상 연구에서는 전침 tolerance 현상을 보고하고 있기 때문에 이상적인 전침 치료는 빈도수를 5분에서 10분마다 바꿔줘야 하며, 될 수 있으면 저빈도인 2Hz와 고빈도인 100Hz를 바꿔 틀어주는 것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각기 다른 빈도에서 분비되는 체내 아편양 진통물질인 베타 엔도르핀, 엔케팔린, 다이노르핀 등의 분비를 한꺼번에 최대치로 유도하여 침의 진통 효과를 최대로 이끌어 낼 수 있는 근거를 가지고 있지만, 많은 환자를 봐야하는 한국 한의원에서는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렇듯 전침은 1950년대에 수술실에서 의사들이 침술 마취를 할 때 침 바늘에 지속적이고 정량적인 제삽과 염전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었으나, 오히려 침술마취가 없어진 21세기에 그 활용도가 더욱 많아졌고 이제 침과는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또한,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자극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임상에서 뿐 만 아니라 침 연구에서도 매우 거부감 없이 활용이 되는데요. 그래서인지 영향력 지수가 높은 학회지에 실린 침 연구의 다수는 전침 연구가 많고, 2014년에 이어 올해 10월에도 네이처(Nature) 지에 실린 한의학 논문은 전침 연구로[4], 이제 전침 치료는 한의계 뿐만 아니라 현대의학에서도 관심을 갖게 된 치료법인 만큼 더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White A, Cummings M, FIlshie J. An Introduction to Western Medical Acupuncture. London. Churchill Livingstone. 2008.

2. Hong DH. Development of magnetized ferromagnetic stainless steel acupuncture needles. The Acupuncture. 2014;31(2): 21-30.

3. Mei L, Long X, Diao Y, Yu H, Yang W, Standish LJ, Qiu B. MRI evaluation of metal acupuncture needles. Acupunct Med. 2013 Dec;31(4):404-8.

4. Liu S, Wang Z, Su Y, Qi L, Yang W, Fu M, Jing X, Wang Y, Ma Q. A neuroanatomical basis for electroacupuncture to drive the vagal-adrenal axis. Nature.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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