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너의 음악을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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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너의 음악을 보여줘
  • 승인 2021.10.15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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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코다
감독 : 션 헤이더
출연 : 에밀리아 존스, 퍼디아 월시-필로, 트로이 코처, 말리 매트린,
다니엘 듀런트

10월인데도 불구하고 모기와 낮 더위로 인해 가을이 실종된 것이 아니냐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점차 낮의 길이가 짧아지고, 그 어느 때보다 높고 맑은 하늘이 완연한 가을 속에 있음을 증명해주고 있다. 물론 변덕스러운 날씨와 코로나가 가을 축제로 향하는 발목을 붙잡기도 하지만 10월의 가을은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만끽할 수 있기에 방역수칙을 잘 지키며 보냈으면 좋겠다. 만약 가을을 심하게 타는 바람에 옆구리가 허전함을 느낀다면 안방 1열에서 따뜻한 감성의 음악 영화 한 편 감상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청각 장애인인 부모님과 오빠가 있는 루비(에밀리아 존스)는 가족 중에 유일하게 소리를 듣고 말을 할 수 있는 코다로서 가족을 세상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루비는 학교 동아리를 선택할 때 짝사랑하는 마일스(퍼디아 월시-필로)를 따라 합창단에 들어가게 된다. 거기서 노래하는 기쁨과 숨겨진 재능을 알게 된 루비는 합창단 선생님의 도움으로 마일스와의 듀엣 콘서트와 버클리 음대 오디션의 기회까지 얻지만 자신 없이는 어려움을 겪게 될 가족과 노래를 향한 꿈 사이에서 망설이게 된다.

솔직히 필자의 경우 영화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가 음악 영화라는 것 밖에 없었을 때 영화의 제목인 <코다>가 음악 기호를 뜻하는지 알았다. 하지만 <코다>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청각 장애인 부모 사이에 태어난 비장애인 자녀를 일컫는 말이며, 이 영화가 단순히 음악 영화로만 머무르지 않고 들을 수 없는 청각 장애인과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과정을 매우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특히 관객들이 청각 장애인의 입장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은 이 영화가 단순히 감동을 주기 위해 장애인을 등장시킨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전반적으로 여러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나는 성장 드라마의 이야기가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코다>는 신파적인 요소를 배제한 채 쿨하게 순수하면서도 에너지 넘치는 이야기로 영화 속에 몰입하게 하고 있다.

또한 아카데미 역사상 최연소이자 최초의 청각장애인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말리 매트린과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 활동 중인 청각장애인 배우 트로이 코처와 다니엘 듀런트가 함께 연기하면서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하고 있다. <라라랜드>의 음악감독이 함께 참여하면서 음악의 따뜻한 감성을 영상으로 표현하며 누구나 한번쯤 고민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며 관객 스스로 답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어 영화 감상 후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2021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과 감독상을 비롯하여 총 4개 부문의 수상작으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당당히 세상과 맞설 수 있는 꿈과 희망을 주고 있는 <코다>는 점차 쌀쌀해지는 날씨로 인해 쓸쓸해진 우리 가슴 한 켠을 따뜻하고 잔잔한 감성으로 채워줄 것이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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