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침 치료 받을 때 환자는? 안정과 휴식 vs 치료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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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침 치료 받을 때 환자는? 안정과 휴식 vs 치료에 집중
  • 승인 2021.10.08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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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민

이승민

mjmedi@mjmedi.com


‘이개국어? 이개의어(醫語)!’로 설명하는 한의학(8)
이승민
자생한방병원
자생메디컬아카데미

Q. 침 치료를 받으러 가면 코까지 골며 편안하게 주무시는 환자분들이 계시는 반면, 같은 증상으로 왔는데도 긴장해서 침 맞는 내내 긴장하고 하나도 쉬지 못하는 환자분들도 있습니다. 잠드는 것이 더 좋은 건가요? 아니면 잠을 자지 말아야 침 맞은 부위의 기혈 순환이 더욱 잘 일어나서 치료 효과도 더 좋지 않을까요?

 

A. 당연한 얘기일 수 있겠지만, 이는 치료하는 질환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특정 질환군은 침 치료를 받으면서 환자 분이 잠이 드는 경우에 치료 효과가 더욱 좋은 경우가 있고, 어떤 질환군에서는 잠이 드는 경우보다 침 치료를 맞은 부위에 환자가 의식을 집중하고 있는 경우에 치료 효과가 더 좋은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의사는 단순히 침만 놓을 것이 아니라, 침 치료로 인해 나타나는 각 질환의 환자 반응을 알고 있고,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한 최적의 방법까지 환자분에게 안내해 줄 수 있으면 제일 좋을 것입니다.

 

오히려 침 치료를 받으면서 환자가 잠이 드는 경우, 그 효과가 더욱 긍정적인 경우는 보통 긴장성 두통, 불안, 소화불량 등이 있습니다. 이는 침 치료의 원리 및 현대과학적 기전을 알고 있으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데요. 침구학 교과서에서는 전통적으로 침 치료의 작용을 조화음양調和陰陽, 부정거사扶正祛邪, 소통경락疏通經絡으로 설명하고 있고, 이 중에서 조화음양이라고 하는 것은 침이 신체내의 음양 균형이 깨진 곳을 원상태로 돌려준다는 의미로, 현대에서는 ‘자율신경의 균형’ 및 ‘신체의 항상성’이라는 단어를 이용해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보통 상기한 질환들은 음양 조화가 깨져서 오는 경우가 많고, 곧 자율신경의 균형이 (특히 교감신경의 항진) 만성적으로 깨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침 치료로 균형을 맞춰줄 경우 환자와 의료인이 대표적으로 느끼게 되는 증상이 호흡과 맥박의 변화 및 몸의 이완입니다. 침 치료가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맞춰준다는 연구는 많아서 일일이 다 언급할 수 없지만, 특히 흥미로운 것은 침을 잘 놓았을 경우, 환자분들께서 ‘눈이 맑아지는 느낌이 있어요, 눈에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는 느낌이 있어요’ 라고 표현하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이 눈의 동공인 것을 생각하면 침 치료 반응을 몸의 이완 정도 및 눈을 통해 확인하는 선조들의 방식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반대로 침 치료를 받으면서 환자가 편안하게 안정을 취하는 것보다 오히려 침 맞는 부위에 집중하는 경우에 효과가 더 좋은 질환군은 무엇이 있을까요? 만성요통이 여기에 속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연구가 두 개 있어서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지난 수 십 년간 하버드 대학교 등 해외 유수 대학교에서 침 관련 연구를 발표하면서 침 치료군이 플라세보 대조군에 비해 유의하게 치료 효과가 높지 않게 나왔고, 이로 인해 비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침은 플라세보 효과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하였는데요. 이는 일부분만 맞는 말입니다. 침 치료를 구성하는 다양한 치료 요인 중에 플라세보 효과는 분명히 있으나, 플라세보 효과의 정도는 질환군마다 매우 다르고, 그 중에서 특히 만성 요통은 주관적인 요소도 많이 들어가서 플라세보군과 침 치료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온 연구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진단 및 측정 기기의 발전으로 최근에 fMRI를 이용한 침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정상인과 만성요통 환자 사이에는 통증감각을 처리하는 뇌 영역이 유독 발달되는 등 뇌신경망에 차이가 있음이 밝혀졌고, 플라세보군과 다르게 진짜 침 치료를 받은 환자군만 대뇌피질의 허리영역 회백질 부피가 줄어들고 뇌 백질 구조의 이상이 개선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1]

이는 2013년도에 진행되었던 연구를 뒷받침해주는데요. 뇌 구조의 변화로 인해 통증을 느끼게 되는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인 환지통(절단되어 없는 부위에서의 통증)의 재활치료에 많이 쓰는 감각차별훈련기법 (sensory discrimination training tool)을 침 치료에 접목시킨 경우, 침의 진통 효과가 더욱 좋아졌다는 연구[2]는 결국 만성 요통의 통증은 단순히 국소 부위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구조 변화로 인해 발생하여 급성 요통과는 조금 접근이 다를 수 있음을 시사해 줍니다. 이 연구에서 ‘감각차별훈련’이라고 하는 것은 다른 복잡한 것이 아니라 환자분들에 침 치료 맞을 때 치료 받고 있는 부위에 최대한 신경을 쓰게 하는 훈련 기법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침을 놓을 부위를 허리 사진에 동그라미로 표시하여 침을 놓으면서 어느 부위에 침을 맞고 있는지 최대한 집중하여 맞추도록 하고, 환자들이 잘못 맞췄을 경우에는 틀렸다고 알려주며 치료를 받는 20분동안 환자가 모든 신경을 치료 부위에 집중시킬 수 있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25명의 만성 요통 환자를 모집하여 감각차별훈련기법을 적용한 침 치료를 하고, 교차하여 침 치료 받으면서 치료 받는 곳에는 신경 쓰지 말고 단순히 휴식을 취하게 한 경우, 통증은 전자의 경우에 더욱 유의하게 줄어들어 있었습니다 (-0.8, 95% CI -1.4 to -0.3; p=0.011). 교차연구인 점을 감안하여 전후 결과 비교를 하였을 때 치료의 선후 관계는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물론, 상기 연구에도 한계는 몇 가지 있지만, 한약에도 키우는 사람의 정성, 달이는 사람의 정성, 마시는 사람의 정성이 있다고 하는 것처럼 침 치료에도 침을 놓는 의료인 뿐 만 아니라 침을 맞고 있는 환자의 마음가짐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질환군에 따라 때로는 충분히 안정과 휴식을 유도하거나 오히려 의사와 같이 치료에 집중하실 수 있으면 조금이라도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참고문헌

1. Kim H, Mawla I, Lee J, Gerber J, Walker K, Kim J, Ortiz A, Chan ST, Loggia ML, Wasan AD, Edwards RR, Kong J, Kaptchuk TJ, Gollub RL, Rosen BR, Napadow V. Reduced tactile acuity in chronic low back pain is linked with structural neuroplasticity in primary somatosensory cortex and is modulated by acupuncture therapy. Neuroimage. 2020;217:116899.

2. Wand BM, Abbaszadeh S, Smith AJ, Catley MJ, Moseley GL. Acupuncture applied as a sensory discrimination training tool decreases movement-related pain in patients with chronic low back pain more than acupuncture alone: a randomised cross-over experiment. Br J Sports Med. 2013;47(17):1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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