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80> - 『拔萃良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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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80> - 『拔萃良方』 
  • 승인 2021.10.0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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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爲善最樂, 선행하는 즐거움

  청대 말엽에 간행한 외과방서를 살펴보기로 한다. 목판본으로 소장하던 중 표지가 훼손되어 改修되어 있다. 청판본은 대체로 얇은 죽지를 즐겨 사용한 탓에 지질이 취약해 상태가 좋은 전본이 드물다. 이제면에는 ‘咸豐九年歲次己未孟春月 /拔萃良方 /寄漚氏募善飜刊’이라 적혀 있어 간행시기와 판본유래를 짐작할 수 있다.

 

 ◇『발췌양방』

 또 그 이면에는 ‘爲善最樂/種善堂藏板’이란 판원이 기재되어 있어, 당시 출판을 맡았던 판각처의 社是라 할 덕목을 드러내주고 있다. 권두에 1841년(道光21) 夏世堂의 원서와 1850년 陸增祥의 서문이 실려 있다. 본문은 권1, 2, 그리고 속첨보유방 곧 ‘癸卯年續補集驗拔萃良方’이라 제목을 단 보유편이 합편되어 있다. 권수제는 ‘集驗良方拔萃’, 목록제는 ‘集驗良方拔萃目錄’으로 되어 있다.

  의학문헌사전에는 저작자를 黃省齋로 기재했으나, 정작 저자가 직접 쓴 발문에 따르면, 황성재란 인물은 저자의 友人同志로 校勘을 맡은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다른 해제를 참고해 보니 편자는 恬素란 인물로 기재되어 있다. 본편에는 창양과 치방 91수, 오관과방 24수, 잡증방 28수, 상과방 14수, 여과방 20수, 소아잡증방 12수 등 경험방 약 200수 가량이 수록되어 있고 제형도 탕환산고단주 등 내복, 외용이 고루 구비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일반적인 수록내용보다는 다른 책과는 달리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그것은 여러 차례 경험하여 가장 효과가 좋았던 것을 가려내 처방명 상단에 3개의 공권점을 찍어 표시하였고 다른 책이나 友人이 전해준 것으로 아직 시험 삼아 써보지 못한 경우는 점을 찍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 대부분의 경우, 출처나 혹은 傳抄한 사람의 이름을 주석으로 달아 놓아 조목마다 출전을 명확하게 밝히는데 주력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중국본 의서에서 이렇게 철저하게 지적정보를 밝혀놓은 것은 보기 드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편 續添한 보유편에는 天竺膏藥方과 按圖治症(정면도, 배면도) 등이 실려 있는데, 정면도에는 아랫도리를 길쭉하고 넙적한 나뭇잎사귀로 아랫도리를 가려 놓은 그림이 판각되어 있어 흥미롭다. 이 그림들은 단순히 경혈위치나 인체부위를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고 ‘依經按穴貼圖’ 곧, 외상창양의 부위를 경락별로 가려 고약을 붙일 위치를 표시해 놓은 것이라는 설명이 붙여져 있다.

  또 한 가지 특기할 사안은 이 중국본을 한때 소장했던 분이 남긴 애독의 흔적이다. 찢어지기 쉬운 책장 갈피를 조심스레 넘겨보다가 발견한 종이쪽에는 본문에서 抄出한 외과방 화제(편지지에 펜글씨로 적은 보안만령단, 화룡단 등) 3건이 들어 있었다. 아울러 본문 처방명 상단에 소장자가 기재한 일련번호와 함께 자신이 직접 경험한 특효방마다 朱點을 찍어놓았기에, 곁에 가까이 두고 필요할 때마다 찾아 쓴 애용방서임을 단숨에 알아차릴 수 있다.

  더욱 신나는 일은 오래된 대한한의사협회 공문(대한의82)을 발견한 것이다. 한의사회관 이주에 관한 건으로 당시 한의사회장이던 조용안의 직인이 날인되어 있다. 또 첨부한 문건 뒷장에는 이전지 부근약도가 그려져 있고 다음과 같은 변동사항이 명기되어 있었다. “구주소: 서울특별시종로구낙원동235의5, 신주소: 종로구신문로2가91(서울출판협동조합건물5층) 이전일자: 1967.7.12.”

  당시 회원에게 배포된 1장의 공문, 한의사협회와 회관변천사를 더듬어볼 수 있는 역사자료가 되어 빛바랜 책장 사이에 오롯이 간수되어 있었다. 지난 봄 경희대에 들렀을 때 김남일 교수의 호의로 제공받아 간직했던 것인데, 코로나방역 거리두기와 추석연휴로 여가를 얻어 다시 꺼내 펴보게 된 덕분에 찾아온 행운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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