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에 제공하는 의료서비스 한계 느껴 '정책-시스템' 다루는 보건학에 관심”
상태바
“지역민에 제공하는 의료서비스 한계 느껴 '정책-시스템' 다루는 보건학에 관심”
  • 승인 2021.09.09 06: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what@mjmedi.com


▶인터뷰: 존스홉킨스 보건대학원 재학 중인 김명선 한의사.

“국가-지역간 건강 형평성에 기여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

[민족의학신문=김춘호 기자] 한의대 재학 시절 국내 및 해외 의료봉사에 참여하면서 지역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에 한계가 있다고 느끼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최근 존스홉킨스 보건대학원에 진학한 김명선 한의사. 그는 한의대 졸업 후 1년간 일반 수련의 과정을 마치고 유학의 길을 택했다. 그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간략한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경희한의대 13학번이고 한의대를 졸업하고 병원에서 1년간 수련받은 뒤 유학을 준비해서 현재 존스홉킨스 보건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한의대 재학 중 친구와 함께 <대신만나드립니다>라는 한의대생 진로탐색 단체를 만들었으며, 통일의료와 국제보건에 관심이 있어 관련 강의를 듣고 인턴십을 수료했다.

▶한의대에 입학한 계기는 무엇이었나.
어릴 적 한의사 분들을 따라 의료봉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침만 있으면 어디에서든 의술을 펼칠 수 있다'는 말에 깊이 공감하여 개발도상국이나 국내 의료소외지역에서 의료봉사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한의대에 진학했다. 그런데 한의대생으로서 해외, 국내 의료봉사에 참여해보니 의사로서 한 지역의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에는 한계가 있고, 오히려 그들에게는 보건시스템의 개선이 더욱 필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정책과 시스템을 다루는 보건학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졸업후에는 모교 한방병원에서 일반수련의 과정도 거쳤다. 전문수련의 과정이 아닌 유학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보건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은 졸업하기 전부터 있었지만, 어느 학문을 공부하든 병원에서 일해본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교수님의 조언을 따랐다. 실제로 인턴을 해보니 짧게나마 학교에서 배운 한의학적 치료법이 실제로 어떻게 환자에게 제공되는지 이해할 수 있었고, 환자와의 라포를 형성하는 법이나 양한방 협진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 지를 알 수 있었다.

전문의 과정을 선택하지 않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수련의는 해당 과의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 불문율이라 대학원과의 병행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유학은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는 선배의 조언을 따랐다. 인턴을 하며 병원 업무가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전문수련의 과정에서 유학 준비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고, 유학 준비에 집중하기 위해 전문의 과정을 포기했다.

한국의 보건학 석사는 2년 과정인데 비해, 미국은 1년 과정이라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미국의 보건대학원 석사과정은 보통 두 가지 학위를 제공한다. MPH는 Master of Public Health 의 약자로 보통 9개월-11개월의 밀도있는 수업을 진행하며, 의사나 의사에 준하는 전문성을 가지고 업무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지원한다. 박유리 선생께서 처음 한의사가 MPH 과정에 입학할 수 있도록 길을 여셨다고 들었다. 반면 MSPH는 Master of science of Public Health의 약자로 2년 과정이며 보건/의학 배경이 아니거나 학부를 졸업하고 바로 입학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유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미국 대학원은 영어 점수나 자기소개서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며, 각 요소마다 계량적으로 합격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준비하는 내내 GRE 점수가 지원하기에 충분한지, 자기소개서, 이력서 등의 서류를 작성할 때 어떤 식으로 풀어내야할지 방향을 잡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해외에서 학위를 밟으려고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조언할 점이 있다면. 
크게 두 가지다, 먼저는 '유학'이 목적인지, '해당 학문'이 목적인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좋을 것 같다. 유학을 가고 싶은데 어떤 학문을 하면 좋겠냐는 질문을 하신 분이 있었는데, 어떤 학문을 공부할 것인지를 정한 후에 유학을 고민하는 것이 좋다. 만일 해외에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면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 등의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두 번째는 학위 과정에 소요되는 비용과 장학금을 정확하게 알아보는 것이다. 학비 외에도 각 도시의 생활비, 의료보험, 초기 정착비용, 식비 등 모든 비용을 계산해서 비교하고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지를 현실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또한 각 장학금의 지원 요건과 지원 기간을 파악하여 미리 서류를 준비해둔다면 합격 가능성이 올라갈 것이다.

▶MPH과정을 마쳤을 때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본다면.
학교에 지원할 때에는 MPH를 취득하고 국제기구나 iNGO(international NGO)의 입사를 목표로 했다. 이를 위해 모 재단에서 국제기구 입사 시 초기 정착지원금 제공을 약속 받기도 했다. 그런데 여름 학기에 커리어 관련 강의와 선후배 만남에 참여하며 국제기구 입사 외에도 가능성을 넓혀서 학교에 남아 연구를 지속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앞으로 계획을 말해달라.
국제보건 분야에서의 커리어를 시작하는 첫 걸음을 내딛었다. 현재로서는 내가 일하는 곳이 어디가 될지, 어떤 업무를 하게 될지 알 수 없지만 국가간, 지역간 건강형평성에 기여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