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75> - 『小兒保鑑』① 
상태바
<고의서산책/ 975> - 『小兒保鑑』① 
  • 승인 2021.08.21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웃는 얼굴로 징험하는 保嬰功德

  오랜만에 소아과 전문의서 하나를 골라 살펴보기로 한다. 서명은 『소아보감』으로 되어 있고 그 앞에 작은 글씨로 ‘經驗祕方’이란 부제가 달려 있다. 저자 표기가 분명하게 드러나 있지 않아 이리저리 뒤적여 보니 서문에 다음과 같은 사연이 기재되어 있다.

  “세상에서는 최규헌 선생이 젊어서부터 소아를 전문으로 의학을 공부하더니 훌륭한 비법을 얻어 노련한 솜씨와 신통한 식견을 갖추었기에 近古에 짝을 이룰 만한 이가 드물다고 일컬어진다.”

 ◇ 『소아보감』
 ◇ 『소아보감』

  夢庵 崔奎憲은 고종때 太醫院 典醫 출신으로 여러 차례 병석에 누운 국왕의 병을 완치시켜 三登郡守에 오를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서문에 의하면, “그는 나이가 들어서면서 연구를 거듭하여 더욱더 정밀하게 되었으며, 對症投劑로 조화를 회복시켜 조리하는 것을 가장 올바른 치료법(正法)으로 삼았고 극약을 사용해서 심각한 병증을 다스리려고 하지 않았다. …(중략)”고 전한다.

  익명의 편집자는 평소 최규헌의 집과 가까이에 있어 서로 왕래하며 지내는 사이였기에, 어려서부터 점차 자라나는 동안 장장 십 수 년에 걸쳐 실제 징험한 방문을 빠짐없이 베껴 깊숙이 간직해 두었던 것이라고 이 책을 편집하게 된 계기를 서문에 밝혀놓았다.

  따라서 이 책만 있다면 아이가 병이 들어 아프게 되었을 때, 펼쳐보기만 하면 손쉽게 치료약을 찾을 수 있으며, 반드시 의원에게 간청할 필요가 없을 것이니, 실로 어린 생명들에게는 복이라 하겠다고 했다. 또한 이는 참으로 다른 사람은 행하기 어려우나 선생은 능숙해서, 평생 아이를 살려낸 공덕이 매우 크다고 칭송했다.

 이 책이 소아명의 최규헌이 평소 즐겨 사용했던 경험방을 모아둔 것이라 하니, 그의 遺作으로 알려진『小兒醫方』처방과 대조해 볼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오래 전에 소개한 글을 참조해 봄직하다.(166회 소아 명의 崔三登의 遺稿集, 2003.8.4.일자) 사실 두창, 마진과 같은 방역전문서를 제외한다면, 수많은 조선의서 가운데 소아과 전문의서라고 손꼽을 책이 그리 흔한 편은 아니다.

  지난 연재목록을 돌이켜 보니 조정준이 지은 『及幼方』(101회 我國의 風氣가 중국과 달라①, 2002.3.11., 102회 80老醫 평생경험을 쏟아 넣은 東方第一의 兒科書②, 2002.3.18., 103회 발명왕 趙廷俊의 약초이야기③, 2002.3.25.일자.)을 비롯해, 저자의 실명이 밝혀지지 않은『保幼新編』(12회 잃어버린 國籍, 1999.9.27.일자.)과 이 책 정도가 가장 대표적인 소아과 의서라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일제강점기에 나온 『漢方醫學小兒專科』(929회 京城街頭 서점마다 비치된 소아전문서①, 2020.8.27., 930회 소아전문과를 주창한 의론서②, 2020.9.3., 931회 저자미상, 醫原擧綱 규명할 단서③, 2020.9.10.일자.)나 한글로 적은 소아의서 『소아병원록』(242회 첫 선을 보이는 ‘아희보하는신편’, 2005.4.25.일자)등을 소개한 적이 있으니 이 책과 함께 참고해 보시길 바란다.

  이 책 첫머리에는 편집자 명의로 된 서문이 달려 있어 앞서 소개한 사연과 원작의 출처를 알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본문목차나 더 이상 자세한 발행사항을 파악할 만한 기술이 없다. 한국의학대계에 수록된 영인본에는 본문 다음에 판권이 실려 있지 않지만, 필자가 구한 등사본에는 권말에 처방목차가 붙어 있으며, 간략하나마 판권부도 그려져 있어 연구를 위해서는 원서와 세심하게 대조해 볼 필요가 있다.

  서문에는 또한 이런 말이 적혀 있어, 소아과의 특성을 단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소아의 질환은 말로써 증상을 알 수 없으니 울고 웃는 것으로 징험(笑啼爲驗)할 수 있을 뿐이요, 맥상으로 準據를 삼을 수 없으니 色澤을 살펴 법도로 여길 수 있을 뿐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