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전통의학 용어 표준화 회의 경과보고 및 전망(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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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전통의학 용어 표준화 회의 경과보고 및 전망(下)
  • 승인 2004.11.05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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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표준화, 한·중·일 공동진행에 큰 의의

3. 북경 전통의학 용어 표준화 회의

앞서 언급한 대로 북경회의는 10월 20, 21일 이틀간 진행되었다. 첫째 날에는 용어 표준화와 관련된 몇 개의 발표와 각국의 용어 표준화 과정에 대한 보고, 그리고 국제 용어 표준화의 향후 추진 방법 등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오전 세션에서 관심을 끌었던 내용은 경희대 동서의료공학과 박경모 교수의 국제 전통의학 표준 용어 컴퓨터화에 관한 발표와, 영국인으로 대만 장경대학(長庚大學) 중의계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와이즈만(Nigel Wiseman) 교수의 전통의학 용어 영역화(英譯化)에 관한 발표였다.

박경모 교수는 발표에서 서양의학 분야에서 이미 컴퓨터화되어 온라인상에서 제공되고 있는 용어 시스템인 ICD-10(국제 질병사인 분류), MeSH(Medical Subject Headings, 미국 국립의학도서관에서 만든 분류체계로 의학 문헌 색인작업과 검색에 사용하는 주제어 체계), SNOMED(Systemized Nomenclature of Medicine, 미국 병리학회에서 만들어 40년 이상 발전시켜온 의학 용어 체계), 그리고 UMLS(Unified Medical Language System, 미국 국립의학도서관이 운영하는 통합용어 모델)를 분석하고 이런 온라인상의 브라우저 시스템을 전통의학 표준 용어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하였다.

중의학 용어 영역문제에 대해 발표한 와이즈만 교수는 20년 가까이 중의학 고전이나 용어의 영역 작업에 종사해 왔으며 몇 권의 영어 용어 사전과 번역서를 출판한 이 분야의 명실상부한 전문가이다. 그는 그동안 자신의 중의학 용어 영역작업을 통해 얻은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있을 표준 용어의 영역 작업을 대비하여 상당히 구체적인 충고와 제안을 하였다.

오후에는 일본, 중국, 한국, 마카오, WHO 대표들이 자국에서 이루어진 용어 표준화 경과에 대해 발표했다. 일본에서는 일본동양의학회 산하에 용어위원회가 구성되어 있으며 용어 표준화 사업은 아니지만 1969년부터 동양의학 용어집이 발간되었고 몇 차례의 개정이 있었음을 보고하였다. 중국에는 두 개의 각기 다른 그룹에서 진행한 용어 표준화 작업이 있었는데 하나는 중국중의연구원 주지엔핑(朱建平) 교수가 연구책임자가 되어 국가과기부 2000년도 사업비를 받아 수행한 중의약기본명사술어규범화연구(中醫藥基本名詞術語規范化硏究, 2003년 7월 보고서 완료)고, 다른 하나는 20년 이상 중의학 용어 표준화와 영역작업에 몰두해 왔던 80고령의 시에주판(謝竹藩) 교수가 국가중의약관리국과의 연관하에 수행한 중의약명사술어영역표준화연구(中醫藥名詞術語英譯標準化硏究)다. 이 연구 결과물은 《중의약상용명사술어영역(中醫藥常用名詞術語英譯)》이라는 책으로 출판되었다. 이처럼 중국은 동양 3국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가장 용어 표준화 작업이 많이 진척되어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순서로 한국 경희대 심범상 교수가 앞으로의 조직과 계획에 대해 ISO 용어 표준화 작업 조직과 방법론을 참고하여 발표하였다.

둘째 날에는 먼저 각국이 앞으로 국제 전통의학 용어 표준화 사업에 기꺼이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회의를 시작하였다. 한국, 중국, 일본, 마카오 대표가 모두 이 일에 참여할 의향이 있음을 밝혔으며, 이후 향후 표준 용어의 활용방법에 대해 간단하게 토론하였다.

그 다음은 이미 각 국에서 용어 표준화 사업을 진행하였기 때문에 이 사업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 보다는 이미 이루어진 결과물을 바탕으로 작업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공감대 위에 작업을 위한 주 참고자료를 선택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이미 영역화까지 완료된 중국중의연구원 보고서와 시에주판 교수의 보고서가 검토대상이 되었으며 투표 결과 영역작업에서 우위를 보인 시에주판 교수의 결과물이 선택되었다. 하지만 이 책은 효율적인 작업을 위한 주 자료일 뿐 실제 작업과정에서 중의연구원 보고서와 한국과 일본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기로 하였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2차 회의는 2005년 5월 일본 도야마에서 일본동양의학회가 주최하기로 하였으며 내년 2월까지 각 나라에서는 각 나라의 의견을 반영한 표준 용어안을 제시하고 5월 회의에서는 이를 취합한 초안에 대해 심의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영역작업과 용어에 대한 정의작업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를 토론하여 결정하기로 하였다.

4. 의미와 앞으로의 전망

국제 전통의학 표준 용어의 제정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이번 회의처럼 한·중·일이 함께 이 일을 진행한다는 점에 더욱 의미가 있다. 사실 지금까지 이런 종류의 일들은 중국이 주도해왔다. 실제로 WHO 내에서도 이미 중국을 중심으로 상당 수준의 용어 표준화 사업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한·중·일이 공동으로 이 일을 진행해야만 진정한 의미의 용어 표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명분으로 이번 회의를 이끌어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점에서 최승훈 자문관의 역할이 컸다. 그리고 이번 회의의 분위기로 볼 때 앞으로 이 사업에 대한 전망도 그다지 어둡지 않다고 생각된다.

전통의학 표준 용어는 앞으로 활용가치가 대단히 클 수 있다. 우선 일차적으로 표준용어는 앞으로 추진될 27개 질환의 증거중심의학(Evidence Based Medicine)에 기반한 임상 가이드라인 작업에 활용될 것이다. 그리고 국문, 영문 한의학 논문의 작성, 또 한의학 논문, 자료의 검색이나 색인 작업을 위한 주제어(TM-MeSH)선정에도 활용될 수 있으며, 다양한 분류체계 적용을 통한 전통의학 용어의 온라인 브라우저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국내의 각종 표준화 작업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으며, 특별히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나 국제표준질병사인분류(ICD)에도 일부 용어가 반영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일을 위해 국내에서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국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한의학 용어 관련 작업들을 전체적으로 조정하고 국제 용어 표준화 사업을 실제로 수행하기 위한 태스크포스 팀을 구성하는 일이다. 아쉽게도 지금까지 국내의 용어 관련 사업은 서로간의 정보 교환이나 협력없이 각 기관에서 독자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이런 상황은 때때로 쓸데없는 일의 중복이나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번 용어 표준화 사업 외에도 지금 경혈 혈위, 한약에 대한 국제 표준화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용어 표준화뿐만 아니라 다른 각종 국제 표준화 사업에 대해서도 전체적으로 정리, 평가, 조정하는 일이나 조직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회의에는 한국 한의계 대표로 경희대 한의대 침구과 김용석 교수, 병리학 교실 심범상 교수, 동서의료공학과의 박경모 교수, 한국한의학 연구원의 임병묵 책임연구원 그리고 필자가 참여했다. <끝>

이충열 (경원대 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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