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재의 임상8체질] 서로(相 mutu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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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의 임상8체질] 서로(相 mutual)
  • 승인 2021.07.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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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

이강재

mjmedi@mjmedi.com


8체질의학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_31

홀로 외

오이(瓜 Cucumis sativus L.)의 원산지는 인도 북부지방으로 추정된다. 인도에서 그리스와 로마로, 중국을 통해서 동아시아로 전해졌다. 로마인들이 유럽으로 전파했다. 영어 cucumber는 라틴어 cucumere가 어원이라고 하는데, 가운데가 빈 그릇을 뜻한다고 하기도 하고, 또는 굽었다(屈)는 뜻이라고도 한다.

한자로는 오이 과(瓜)인데 오이나 참외 같은 박과식물 열매의 총칭이다. 과자는 덩굴(冖)에 열매(厶)가 달려 있는 모양을 형상한 것이라고 한다. 덮을 멱(冖)은 덩굴이 땅바닥으로 뻗거나 다른 것에 감겨 오르는 줄기를 표현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는 외로울 고(孤)와 통한다. 참외(甛瓜)는 단(甛) 오이(외)라는 뜻이다. 영어로는 melon인데 이는 me와 lone이 합쳐진 글자라고 한다. lone은 혼자라는 뜻이니 메론은 나(me) 혼자라는 의미이다. 한글에서 오이는 외이고 외는 ‘혼자인’의 뜻이다. 한자의 과는 외로움과 통하고, 참외는 영어로 ‘나 혼자’이다. 나 혼자이면 당연히 외롭다.1)

오이는 왜 ‘혼자라서 외로운’ 이름을 갖게 된 것일까.

다른 식물은 대개 쌍(雙)으로 꽃이 피어 열매도 쌍으로 달리는데, 외는 마디 하나에 꽃이 하나씩만 핀다고 한다. 박과식물만은 꽃이 홀로 피니 열매도 하나뿐이다. 꽃이 홀로 피어야 그 열매가 둥글게 자랄 수 있고, 다른 열매의 방해를 받지 않고 마음껏 몸이 굵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식물의 꽃이 쌍이 아니고 홀로라고 ‘외’가 된 것이다. 외라는 이름을 처음 지었던 한글을 쓰던 조상과 한자를 사용했던 사람들 그리고 melon이라고 명명한 유럽인의 인식이 모두 동일했다는 말이다.

그리고 나아가 ‘홀로 되어 쓸쓸함’을 의미하는 ‘외롭다’는 바로 ‘외와 비슷한 처지가 되었다’는 것이다.



상(相)

서로 상 글자는 나무 목(木)과 눈 목(目)으로 구성되어, 눈으로 나무를 자세히 살피는 모습을 그렸다. 그래서 상은 ‘자세히 살피다’가 원래 뜻이다. 지금도 관상이나 수상, 족상 등에 그러한 의미가 남아 있다.

‘살피다’에서 살피는 대상물(相對)이나 대상물의 모습이라는 뜻도 나왔다. 그래서 상관(相關), 상호(相互), 상대(相對)로 쓰인다.

그리고 ‘보다, 보살피다’라는 뜻에서 출발하여 ‘돕다’라는 뜻도 갖게 되었다. ‘돕다’라는 의미에서 다시 ‘돕는 사람, 시중드는 사람, 하인’과 같은 의미가 나왔고, 이러한 의미가 ‘임금을 돕는 사람, 임금의 하인’이 되면서 ‘정승’과 같은 높은 직위를 나타내게 되었다. 오늘날에도 군주국가에서는 장관을 ‘상(相 minister)’라고 부르는데, 일본이나 영국에서 외무부장관을 ‘외상(外相 foreign minister)’, 내무부장관을 ‘내상(內相)’이라고 부른다.

 

서로

체질론에서 가장 중요한 글자를 하나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서로 상(相)을 꼽고 싶다. 이 한자의 뜻은 서로인데 사람들에게 ‘서로가 무엇인지 한번 설명해 보세요.’ 하면 뜻밖에 말문이 막혀버리는 경우가 많다. 일상에서 ‘서로’라고 쓰면서 그 뜻이 무엇인지 말로 표현해 본 기억은 별로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살아오면서 나처럼 서로가 무슨 뜻인지 물었던 사람도 거의 없었을 것이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짝을 이루거나 관계를 맺고 있는 상대”라고 나오는데 서로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말이 있다.

그것은 바로 홀로이다. 홀로와 홀로가 만나서 짝을 이루거나, 홀로와 홀로가 관계를 맺거나, 양쪽인 두 홀로의 상대가 바로 서로이다. 즉 홀로와 홀로가 만나고 그 사이에서 서로가 성립하는 것이다. 그러니 서로가 되려면 반드시 쌍방이 필요하다. 그렇게 이어져서 맺어진 것이 관계이다.2)

상은 영어로 mutual이다. 상호의, 서로의, 공동의, 이런 뜻을 가지고 있다.

 

다름과 관계

지구의 축(軸)은 조금 기울어 있다. 지구 축이 기운 것 때문에 지구상에서는 지역에 따라 기후가 달라지고 계절의 변화가 생겼다. 그리고 대기의 거대한 흐름들이 만들어졌다. 이런 환경조건의 차이가 사람의 체질을 만들었다. 이렇게 다른 환경 조건에서 만들어진 체질은 상대적으로 다르다.

체질론은 관계론이라고 말하는데, 관계라고 말할 때는 그 관계가 상대적이라는 생각을 늘 해야만 한다. 체질이란 다름이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의미 있는 관계가, 그리고 가치가 성립한다. 같은 것끼리의 관계는 서로에게 이익이 없다. 그래서 같은 것끼리는 늘 충돌한다.

철학자이면서 아동문학가인 윤구병 선생은 1988년에 펴낸 『잡초는 없다』에 실린 「팽나무 할매」 이야기 중에서 “사람이 사람으로, 풍뎅이가 풍뎅이로 살 수 있는 건 전체의 생명체를 서로 이어주는 그물망 속에서란다. 수십억 인구 가운데 생김이나 느낌이나 마음씀이 판에 박은 듯 똑같은 사람이 하나도 없는 건 그렇게 해야 서로 주고받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꼭 같다면 줄 것도 받을 것도 없어서 상호교류가 일어나지 않아.”라고 썼다.

윤구병 선생은 체질을 상정하고 말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체질론의 중요한 원칙을 말해 주었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주고받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가치는 상대적

이 세상에 존재하는 만물의 모든 가치는 서로로 성립되었을 때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 즉 가치는 반드시 비교대상이 필요하고 상대적이라는 뜻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목음체질 이강재와 금음체질 박OO는 정반대의 체질이다. 둘은 모든 면에서 정반대로 다르고 공통적인 부분은 거의 없다. 둘이 만나서 관계를 맺는다면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 수 있다. 그렇지만 다르기 때문에 서로를 위해 줄 것도 있고 배울 점도 많다. 내 안에는 나와 다른 것이 전혀 없으므로 나와 정반대로 다른 박OO를 통해 내게 없는 부분에 대해서 알 수 있다. 그래서 내가 박OO를 통해 금음체질에 대해 많이 배웠다면 그는 내게 좋은 존재다. 그가 나와 맺은 관계를 통해서 그에게 ‘좋다’는 가치가 생긴 것이다. 물론 이때의 좋다는 그와 나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성립한 것이다.

목음체질인 나와 금음체질인 박OO 사이에 고등어란 놈이 끼어든다. 고등어는 우리 사이에 끼기 전에, 고등어 홀로로서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그런데 고등어가 우리 사이에 끼어드는 순간 서로가 성립되고, 고등어는 목음체질인 내게 해로운 음식물이 되고, 금음체질인 박OO에게는 유익한 반찬이 된다. 서로 다른 두 체질 사이에서 고등어가 정반대의 가치를 동시에 지니게 되는 것이다.

 

조화

8체질이란 8로 구분되는 여덟 가지의 다른 내장구조(內臟構造)를 말한다. 8체질 각각의 내장구조에서도 다름이 존재한다. 상대적으로 강한 장기가 있고, 상대적으로 약한 장기가 있다. 예를 들어, 목양체질(Hep.)이라면 간(肝 最强)과 신(腎 次强)은 췌(膵 次弱)와 폐(肺 最弱)보다 상대적으로 강하다. 이 체질의 내장구조 안에서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간과 신 그리고 췌와 폐는 서로 돕고, 간신과 췌폐는 서로 견제하고 억제한다. 이렇게 해서 내장구조 내에서 조화가 유지되고 기능이 만들어진다. 이런 조화가 깨지는 것이 병리이다.

내 몸 안에서 내장기관 사이의 관계, 내 몸과 타인, 그리고 외부 환경과의 관계를 보는 것이 관계론인 체질론이다.

 

상생과 상극

상생과 상극은 오행의 규칙이다. 그런데 전통적인 오행의 법칙은 상생과 상극의 한 방향만을 말하고 있었다. 즉 상생은 목생화(木生火), 화생토(火生土), 토생금(土生金), 금생수(金生水), 수생목(水生木)으로, 상극은 목극토(木剋土), 토극수(土克水), 수극화(水克火), 화극금(火克金), 금극목(金克木)으로만 규정하고 있었다.

상은 서로이므로 홀로가 아니고 짝을 이루거나 관계를 맺고 있는 상대를 항상 고려해야만 한다. 즉 일방(一方)과 타방(他方)의 양 측이다. 그러므로 권도원 선생이 「1차 논문」에서 오행의 상생과 상극 법칙으로 장부 간의 영향력 교환기전을 설명하면서 아래에 인용한 단락과 같이 표현한 것은, 기존 오행의 상생과 상극개념을 확대해석했다기보다는 상이 가진 원래의 의미를 복원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본 논고에서 사용된 相生·相剋의 「相(mutual)」이란 단어는, 가령 生하거나 剋하는 작용이 있다고 할 때, 어느 한쪽은 그 작용을 받기만 하는 반면 다른 한쪽은 그 작용을 주기만 한다고 하는 일방적인 작용을 뜻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그 양쪽이 공조하여 그 작용을 서로 주고 또 받는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호관련성은 장부(Ⅰ, Ⅲ, Ⅱ, Ⅳ)의 경우에 있어서나 경락(Ⅰ', Ⅲ', Ⅱ', Ⅳ')과 영향력(Ⅰ", Ⅲ", Ⅱ", Ⅳ") 그리고 장부혈(1, 3, 2, 4 )의 경우에 있어서 모두 동일하다.3)

 

※ 참고 문헌

1) 윤구병, 『잡초는 없다』 보리 1988.

2) 김서령, [삶의 향기] 참외는 참 외롭다 『중앙일보』 2002. 8. 2.

3) 이강재, 『학습 8체질의학』 행림서원 2009. 11.

4) 이강재, 『개념8체질』 행림서원 2017. 12. 7.

5)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https://stdict.korean.go.kr

 

이강재 / 임상8체질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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