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강솔의 도서비평] 코로나19 덕분에 생각하게 되는, 멈춤의 시간–오늘부터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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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강솔의 도서비평] 코로나19 덕분에 생각하게 되는, 멈춤의 시간–오늘부터의 세계
  • 승인 2021.07.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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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솔

강솔

mjmedi@mjmedi.com


도서비평┃오늘부터의 세계

지금은, 이 책이 발간 된 때로부터 일 년이 지났다. 작년 6월에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중의학으로 코로나19를 치료하는 자료들을 수집하거나 세계현황들을 동료들과 나누고 있었다. 작년 8월엔 마스크를 쓰고 일하기 힘들어 짜증이 많이 났다. 내년 여름엔 마스크를 벗고 살 수 있겠지 스스로 다독이던 생각이 선명하다. 그런데 이제 곧 다시 8월이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나왔고, 수도권은 4단계 방역을 시행한다. 또 일 년 뒤는 어떨까? 그럼 10년 뒤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닌 다른 바이러스로 팬데믹이 오면 어쩌지? 인류는 지금 혹시 변곡점에 서 있는 것일까? 방역을 잘하고 백신을 맞으면 전처럼 살 수 있겠지 생각했던 일 년 전보다 오히려 지금 생각이 많다. 지금 나는 어디에 서 있는 것일까. SF 소설들 속에서 읽었던 디스토피아의 미래가 지금부터 시작하는 것일까.

안희경‧제레미 리프킨 외(인터뷰) 지음, 메디치미디어 출간
안희경‧제레미 리프킨 외(인터뷰) 지음,
메디치미디어 출간

이런 의문들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미국에 거주하는 저널리스트 안희경씨가 작년에 세계의 석학들과 인터뷰 하고 그 기록을 모은 책이다. 경항신문에 연재되었던 글들이라고 한다.

미래학자 제레미 러프킨, 중국사회의 농촌 문제의 심각성과 중요성을 주장한 학자이며 실천가인 원테쥔, 경제학자 장하준, 저명한 법철학자 정치철학자인 마사 누스바움, 역학자 케이트 피킷, 분석철학자 닉 보스트롬, 인도에서 토종 종자보존과 유기농 농법 확산을 위한 운동을 벌이고 있는 반다나 시바 등 일곱명의 석학들이 코로나19로 비롯된 세계를 진단하고 무엇이 중요한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자신들의 견해를 밝히는 글이다.

제레미 리프킨은, 화석연료에 기초한 문명의 발달과 그로 인한 기후변화가, 야생생명들의 이주를 불러 왔고, 바이러스까지 기후재난을 피해 탈출하고 있는 현실이 사스, 메르스, 같은 팬데믹이 발생한 이유이며 화석연료에 기초한 문명을 벗어나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원테준은 자연으로 돌아가서 새로운 생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과 식량위기를 타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글로컬라이제이션, 지역중심 세계화의 필요성이 코로나19로 강조된다고 말했다. 장하준은 마이너스 성장의 시대에 성장의 질, 성장을 어떻게 공평하게 나누느냐에 초점을 맞추어야한다고. 마사 누스바움은 코로나 19바이러스가 장기화 되면서 드러나는 혐오와 동시에 나타나는 연민 보살핌, 성찰들에 대해서 이야기 하였다. 그는 세계 곳곳에 편견과 혐오는 이미 드러나 있다고 말하며 (코로나19로 ‘숨겨진’ 편견이 드러났다는 말에 반박하며) 혐오는 우리를 갈라놓지만 취약함은 우리를 뭉치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인간으로서 품격을 누리는 삶을 기본으로 보장 받는다면 세상의 두려움이 줄어들고 두려움이 줄어들면 혐오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취약할 때 다른 집단에게 그 탓을 돌리고 싶은 욕망이 생기기 때문에 그래서 사회안전망의 확충이 중요하다고. 케이트 피킷은 코로나 19 바이러스를 통해 불평등한 사회가 인간에게 얼마나 치명적인지 돌아보게 한다고, 미래의 감염병이 팬데믹으로 확산되는 상황을 막고자 한다면 먼저 사회 구성원들이 회복 탄력성을 갖추도록 사회조건을 변화시켜야한다고 말했다. 닉 보스트롬은 인공지능, 바이오기술등에 대해서도 섬세한 대응이 필요하며 위기에 대응하는 지도자들의 섬세한 자세가 부족함에 대해서 언급했다. 반다나 시바는 자연은 인간이 물러서면 한발 다가서는 존재이며, 바이러스는 적이 아니라는 것, 추출하고 짜내는 경제가 아니고 지역에서 순환하는 경제로 가야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 책을 읽은 후에 코로나19를 물리치고, 공항이 북적이고, 세계의 경제가 하나의 큰 공장에서 다른 지역으로 실어 나르며, 몬산토에서 판매하는 종자로 전 세계에서 농작물을 공급하는 사회, 즉 코로나 19로 세계가 봉쇄되기 전 사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멈추어야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이 ‘기회’에 오늘부터 세계는, 인류의 다른 측면을 살펴야하는 걸까. 다른 문명, 다른 식량공급 방식, 좀 더 안전한 사회 안전망을 만드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였다. 지금 코로나19로 인한 이 순간들은 이런 부분을 생각해 보게 되는 멈춤의 시간인 것이다. 인류가 바이러스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변곡점에 서 있는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진로를 틀어야겠다고 결정해야하는 시간이 아닐까.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책이었지만, 숨쉬기는 더 편해지기도 하였다.

 

210711

강솔 / 소나무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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