濕을 왜 土에 배속시켰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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濕을 왜 土에 배속시켰을까?
  • 승인 2021.07.02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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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우

이준우

mjmedi@mjmedi.com


현대적 언어로 풀어쓴 한의학 이야기(11)
이준우 탑마을경희한의원
이준우
탑마을경희한의원

원래 이번에는 오행과 육기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해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오행과 육기의 관계를 써내려가다 보니 상대적으로 濕에 대해서 설명해야 할 내용이 많아서 따로 소개하려고 한다.

고대인들이 濕을 왜 土에 배속시켰을까? 土는 바뀌려는 성질이라고 했으니 濕 역시도 바뀌려는 성질이 있을까? 이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고온다습한 날씨는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기 힘들어서 상태가 바뀌기 쉽다” “그래서 濕은 바뀌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이다.

寒濕이라는 표현도 있지만 長夏를 土에 배속시킨 것으로 보아 濕은 고온다습한 날씨에 더 가깝고, 온도가 높을수록 공기가 포함할 수 있는 수증기의 양이 현저히 많아지기 때문에 고온다습한 날씨가 濕의 의미와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결국 濕이란 공기가 수증기를 잔뜩 머금은 상태를 의미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공기가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으려면 어떤 조건들이 필요한지 그리고 고온다습한 날씨가 한의학적으로는 어떻게 해석되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 소개해보려고 한다.

 

증발과 三陰

공기가 습하다는 것은 공기 중에 수증기가 많은 상태를 의미하기 때문에, 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증발’이라는 개념을 먼저 알고 있어야 한다. 물의 온도가 100도 이상이 되면 물이 끓으면서 수증기로 변한다. 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대기에서 일어나는 기상현상이 아니다. 상온에서는 물 분자가 증발하면서 수증기로 변하게 되는데, 물 1g이 600cal 가까운 에너지를 얻으면 증발하게 된다.(물의 온도에 따라서 증발에 필요한 열량이 다르며 540~600cal/g 정도 된다) 그러면 물은 어떤 경우에 증발이 잘 될까? 온도가 높을수록 그리고 압력이 낮을수록 증발이 잘 된다.

그림1.
그림1. 증발곡선

 

증발곡선(그림 1)을 보면 A에 있는 액체의 온도가 올라가거나 압력이 내려가면 기체로 바뀌기 시작한다. 반대로 B에 있는 기체의 온도가 내려가거나 압력이 올라가면 액체로 바뀌기 시작한다. 물도 마찬가지로 온도가 높을수록 그리고 압력이 낮을수록 증발이 잘된다. 대기 중에서는 기온이 높고 기압이 낮으면 물의 증발이 보다 많이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

육기 편에서 소개한 내용을 반복하자면, 적도부근은 바닷물도 많고 태양의 복사에너지도 많아 수증기의 증발이 많이 일어난다. 그리고 증발이 많이 일어나는 날씨는 三陰三陽 중에서 三陰에 해당된다. 즉 기온이 높은 것은 少陰君火이고 기압이 낮은 것은 厥陰風木이며 습도가 높은 것은 太陰濕土에 해당한다.

물은 온도가 높을수록 그리고 압력이 낮을수록 증발이 잘 된다

 

고온다습한 날씨와 土의 성질

습도는 공기 중의 수증기의 양을 설명하는데 사용되는 용어이다. 공기 중에 존재하는 수증기의 양이 많으면 습도가 높은 것이고, 공기 중에 존재하는 수증기의 양이 적으면 습도가 낮은 것이다. 이것은 절대습도의 개념이다.

지구과학시간에 포화수증기압과 상대습도라는 개념도 배웠다. 수증기가 공기 중에 가득 찬 것을 포화라고 하며, 이때 수증기의 압력을 포화수증기압이라고 한다. 온도가 높을수록 공기는 더 많은 수증기를 포함할 수 있으며, 공기 중에 똑같은 양의 수증기가 들어있다면 온도가 높을 경우 상대습도는 더 낮게 된다. 겨울철 방안의 온도를 올리면 더 건조해지는 현상이 온도가 올라가면서 상대습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그림2. 포화수증기압곡선

 

포화수증기압 곡선(그림 2)을 보면 그래프의 모양이 포물선이어서 온도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포화에 필요한 수증기의 양이 급격히 늘어남을 볼 수 있다. 온도가 낮을 때는 포화에 필요한 수증기의 양이 얼마 되지 않지만, 온도가 올라가면 포화에 필요한 수증기의 양이 상당히 많아진다.

계절이 바뀔 때 마다 土의 성질 즉 바뀌려는 성질이 나타나는데, 왜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長夏에 土의 성질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날까? 그 이유는 고온다습한 날씨를 유지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앞서 물이 증발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물 1g당 약 600cal)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이는 고온다습한 날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도 주변의 섬들이 사막보다 최고기온이 낮은 이유도 바닷물이 증발하면서 많은 에너지를 가져가기 때문이다. 반대로 날씨가 차가워지기 시작하면 증발이 억제되어 대기가 건조해진다. 우리나라 날씨만 봐도 8월초에는 무덥고 습하다가 8월말이 되면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바로 피부가 뽀송뽀송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고온다습한 날씨를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에 長夏에 土의 성질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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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을 그리는데 도움을 준 군자출판사 김도성 차장님, 유학영 과장님께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참고문헌 1) 안중배 외 옮김, 대기과학 13판, 시그마프레스, 2016. 2) 네이버 지식백과/ 화학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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