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침 치료를 받을 때 특별히 가려야 할 음식은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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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침 치료를 받을 때 특별히 가려야 할 음식은 없을까요?
  • 승인 2021.06.24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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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민

이승민

mjmedi@mjmedi.com


‘이개국어? 이개의어(醫語)!’로 설명하는 한의학(3)
이승민
자생한방병원
자생메디컬아카데미

본 기고문에서는 국내외 임상 진료 시 환자들이 자주 물어왔던 질문 중, 답변을 했을 때 반응이 좋았던 것들을 ‘이개국어’ 및 ‘이개의어’로 정리해서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현대적 언어로 한의학의 내용을 소통하는데 미약하게나마 기여하여 한의학이 다른 학문과도 함께 나아가서 세계 의학의 발전에도 기여하기를 기대합니다.

*이개의어: 글로벌시대에 영어와 모국어 이개국어가 필수가 된 것처럼, 현시대의 한의사가 사용해야 하는 현대과학 기반 언어와 한의학 언어 두 가지를 의미

 

Q. 한약을 먹을 때 한의사 선생님께서는 올바른 복용법과 함께 복용 시 피해야 하는 음식들을 자세히 안내해 주시는데요. 침구 치료를 받을 때에는 특별히 조심해야 하는 음식이 없나요? 평상시에 먹던 것과 똑같이 먹어도 되는 것인지, 아니면 먹어서 치료에 더 도움이 되는 음식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A. 보통 한의원에서 한약 처방을 받으면, 자극적인 음식이나 기름지고 짠 음식, 술, 담배는 피하라고 안내하고 있고, 어떤 처방에 따라서는 추가적으로 돼지고기와 녹두, 혹은 닭고기도 피하라고 되어 있는데요. 같이 먹으면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음식과 한약 중에서는 궁합이 안 맞는 경우도 있고, 음식이 한약의 소화를 방해하거나 약효를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한약이 비싼 만큼 그 효과를 더욱 높이기 위해서 특별히 신경 쓰도록 안내해 드리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침구 치료를 받는 동안 특별히 조심해야 하는 음식이나 금기사항은 없을까요? 내경이나 동의보감에서는 침 치료 시 금기사항에 대하여 몇 가지 언급하고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①성관계 전후, 과로한 경우, 포식한 경우, 허기진 경우, 과음한 경우에는 침을 놓으면 안 된다고 하고,  살이 많이 빠졌거나 피나 땀을 많이 흘린 뒤, 설사를 많이 한 뒤, 아니면 출산을 하고 하혈한 뒤의 다섯 가지 탈증의 경우인 五奪에도 침을 놓으면 안 된다고 하고 있습니다.[1]

각각의 금기사항들을 별개로 놓고 보면 엉뚱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이러한 증상들은 일반적으로 ❶자율신경계의 항상성 기능이 쉽게 깨지는 상황, 혹은 기능이 깨져 있는 상황들을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면 훨씬 해석이 쉬워집니다. 침 치료라는 것도 결국은 바늘을 이용하여 특정 혈위 및 신경들을 자극하고 이를 통해 신체 변화를 유도하는 치료 행위이기 때문에, 몸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침 치료가 과한 자극으로 다가올 경우에는 훈침 혹은 미주신경설 실신까지 유발할 수 있고, 이러한 현상을 두고 학계에서는 침 관련 혈관미주신경성 실신 (acupuncture-associated vasovagal response)이라고 따로 명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고된 바에 의하면 약 0.02%~7%의 경우에서 발생하는 드문 현상입니다.[2]

 

그렇다면 복용하면 안되는 음식은 없을까요? 옛 문헌에 따르면 뜸 치료 후에는 닭고기 물고기, 밀가루처럼 풍을 유발할 수 있는 음식이나 찬 성질의 음식은 복용하지 말라고 적혀 있기는 하지만 ②침 치료 후에 복용하면 안 되는 음식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되어 있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됩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와서 새로운 연구들이 많이 발표되었고, ❷근래에 침의 진통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피해야 하는 대표적인 음식으로 ‘커피’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급만성 통증의 침 치료 진통 기전은 아데노신 A1 수용체에 의해 매개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커피, 즉 카페인은 아데노신 수용체 길항제로 작용하여 신경전달물질의 기능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물론, 적은 양의 카페인도 침 치료의 진통 기전을 떨어뜨리기에 충분했지만 다행히 체내에서 카페인이 분해되고 나면 침 치료 효과는 회복되는 것으로 밝혀졌으니 크게 걱정하지는 않아도 됩니다.[3,4]

   이렇게 특정 음식이나 약물이 침과 궁합이 잘 맞지 않는 경우는 경희대학교 한방병원과 심장내과에서 공동으로 진행한 심장연구에서도 최근에 밝혀졌는데요. 침의 혈관내피세포 보호 효과를 탐색한 연구에서 진통 목적으로 흔히 복용할 수 있는 진통소염제인 celecoxib을 투여한 후에 재실험한 결과, 복용 전에는 나타났던 침의 혈관내피세포 보호 효과가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5]

국내에서는 침 치료를 쉽게 받을 수 있고, 건강 보험 덕분에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은 편이라 굳이 한의사 선생님들께서도 침 치료를 할 때 가려야 할 음식과 금기사항들을 일일이 나열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상기한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한의원 내원 전에 커피 정도는 잠시 참았다가 침 치료를 받고 나서 마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현대인들이 하루에도 수시로 복용하는 다양한 음식과 약물 속에 침 치료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즉 ‘궁합이 좋지 않은’ 음식이 더 있는 것은 아닌지 한의사 및 한의계 연구자들은 계속 밝혀내야 할 것입니다.  

 

참고문헌

1.      Heo J. Donguibogam. Namsandang; Seoul: 1980. 

2.     Christensen KA, Gosse BJ, Hildebrand C, Gershan LA. Acupuncture-Associated Vasovagal Response: Revised Terminology and Hospital Experience. Med Acupunct. 2017;29(6):366-376. doi:10.1089/acu.2017.1245

3.     Moré AO, Cidral-Filho FJ, Mazzardo-Martins L, et al. Caffeine at Moderate Doses Can Inhibit Acupuncture-Induced Analgesia in a Mouse Model of Postoperative Pain. J Caffeine Res. 2013;3(3):143-148. doi:10.1089/jcr.2013.0014

4.     Fujita T, Feng C, Takano T. Presence of caffeine reversibly interferes with efficacy of acupuncture-induced analgesia. Sci Rep. 2017 Jun 13;7(1):3397.

5.     Lee SMK, Kim HS, Park J, Woo JS, Leem J, Park JH, Lee S, Chung H, Lee JM, Kim JB, Kim WS, Kim KS, Kim W. Electroacupuncture prevents endothelial dysfunction induced by ischemia-reperfusion injury via a cyclooxygenase-2-dependent mechanism: A randomized controlled crossover trial. PLoS One. 2017 Jun 7;12(6):e0178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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