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위기, 정책기획위 정비해야

정부의 한의약정책이 방향을 잡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있고, 한의계의 의견이나 원칙이 무시된 채 행정편의만을 내세우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의사협회는 한의학의 발전을 위한 중 장기 전망이나 전략적 비전을 제시하고 있지 못해 한의학이 궁지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총체적 위기감이 한의계에 팽배해졌다.

특히, 내년 대선을 맞아 이익집단간의 대립이 치열해질 것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의협은 발등의 불을 끄기에도 허덕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아직도 수렁에 빠져있는 한약사 문제를 위시해 이를 계기로 양약사들이 모든 한약을 자기 영역 안에 넣기 위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는데도 한의협은 한약관리법으로 격하된 독립법 제정만을 제기하고 이렇다할 대응전략은 마련하고 있지 못하다"며 "법안에 대한 한의계 전체의 구체적 공감대형성도 미약하고, 이를 어떻게 입법화시킬것인지도 명확히 밝히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방관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특히 약무, 의무, 보험, 교육 등이 기본적인 연계를 이루지 못하고 있고, 각개의 발전 계획도 부재한 채 구호적인 발전상만 제시되고 있어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일례로 '한의학의 세계화'의 경우 후진국으로 분류되는 국가에서조차 한약을 약으로 인정하지 않아 한방해외의료봉사단의 한약 엑스제제 반입이 불허됐다. 그러나 한의계는 서로 연계된 상태에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함에도 이를 총괄할 구심점조차 마련돼 있지 못하다는 비판도 있다.

한약사와 관련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곧 공개할 것이라는 한약관리법 역시 약사회를 위시해 관련단체의 반발을 예상할 수 있어 현재와 같이 한의협이 한의계의 구심적 역할이 부진한 가운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나타나고 있다.

한의협이 정치적으로 약화될 수밖에 없고 아무런 장기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협회 정책기획위원회가 유명뮤실화된 데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책기획위원회는 한의협 정관이 정한 "협회의 중 장기 사업기획수립"과 위원회 규정이 정한 사업 -사회보장 및 국민보건 -법률 및 행정 연구 -회원의 권익 및 복지 -회무행정 -자료수집, 정리, 분석, 한의학술에 관한 사항을 추진하기 위해 구성된 조직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장기적 계획의 마련보다 현안 문제를 수습하기에 급급했던 것은 구성자체가 중앙회 운영진 위주로 짜여있기 때문이다.

정책기획위원회는 한의협 회무의 결정기구가 아닌 정책의 방향을 연구하고 제시하는 기구이니 만큼 한의협 집행진과 별도로 구성돼야 하고 위원 역시 회무의 연속선상에서 흐름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는 인물로 구성돼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내년에는 한약사와 전문의 문제에다 양방과의 대립이 노골화될 전망이다. 한 소식통에 의하면 내년도 양의계는 현재 한의사가 사용하고 있는 의료장비에 대한 문제점을 본격적으로 제기하기 위해 준비를 거의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한의협이 빠른 시일내 정책기획위를 정비해 한의학의 중 장기적 목표와 전망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한의계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시련을 겪을 것이 예상된다.

이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