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온경탕 – 월경이상 처방에서 신경정신계 질환 처방으로!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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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온경탕 – 월경이상 처방에서 신경정신계 질환 처방으로!①
  • 승인 2021.06.25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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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원

권승원

mjmedi@mjmedi.com


일본 CPG 속 한방약 엿보기(38)
권승원 / 경희대학교한방병원순환신경내과 부교수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부교수

<전형증례>

56세 여성.

뇌경색으로 인한 우측 반신소력, 구음장애로 입원하여 치료 중이다. 뇌경색 발병 이전에도 항상 숙면을 취하기 어려웠는데, 입원 이후에는 보다 잠을 이루기 어렵다며 입면장애를 호소하였다. 야간에 잠을 잘 못 자니 결국 낮에 치료받는 도중에 졸게 된다고 한다.

진찰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복부진찰 소견 상 복부 긴장도는 중간 이상, 항상 발이 약간 시리다는 느낌을 받고 있으며, 항상 입이 마르다고 한다. 입이 마를 때는 가슴이 갑갑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상기 진찰소견을 고려하여A 엑스제를 1일 3회 추가 투약했다. 복약 3일차부터 수면 도입까지의 시간이 확연히 감소하였고, 복약 7일차가 되자 1일 6시간 정도의 수면을 취하게 되었다. 항상 느꼈던 발 시림 증상도 편해지는 것 같다며 기뻐했다.

 

오늘의 주인공 A는 바로 온경탕(溫經湯)이다. 온경탕은 중국 한대(漢代) 『금궤요략(金匱要略)』 부인잡병맥증병치(婦人雜病脈證倂治)에 처음 등장한 처방으로 당시에는 갱년기 여성에서 나타난 부정성기출혈과 번열감 그리고 가임기 여성의 난임, 월경이상 같은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치료처방으로 제안되었다. 이후 비교적 현대에 이르기까지 각종 부인과질환과 신경증, 그리고 피부질환에까지 활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그 활용범위를 넓혀 갔다.

 

온경탕 개요

구성약물: 오수유, 당귀, 천궁, 작약, 인삼, 계피, 아교, 생강, 목단피, 감초, 반하, 맥문동

효능효과: 수족번열감, 입술건조감이 있는 다음 모든 증상: 월경불순, 월경곤란, 대하, 갱년기장애, 불면, 신경증, 습진, 요하지부 냉증, 동상(일본 내 허가사항)

 

온경탕 활용의 발전사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온경탕은 한대 『금궤요략』에서 그 첫 모습을 보였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문왈(問曰), 부인이 나이가 오십쯤 되었는데 하리(下痢)가 수십일 동안 그치지 않고 밤이 되면 열이 나며 아랫배가 당기고 배가 그득하고 손바닥에 후끈하게 열이 나며 입술이 마르는 것은 왜일까요?

사왈(師曰), 이 병은 대하(帶下)에 속한다. 일찍이 유산을 한 뒤 어혈이 아랫배에 남아 있는 것이다. 어떻게 그것을 알 수 있을까? 입술이 말라 있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때 마땅히 온경탕으로 치료해야 한다.”

꽤 긴 조문인데 정리하자면, 갱년기 여성이 겪는 부정성기출혈, 번열감, 입술의 건조감에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온경탕을 제시하고 있다. 통상 ‘하리(下利)’는 설사 같은 소화기증상을 가리키는 용어이지만, 여기서는 ‘하혈(下血)’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며, 이 의견이 반영되어 중국 청대(淸代)에 발간된 『의종금감(醫宗金鑑)』에는 ‘하리’가 ‘하혈’로 기재되어 있다. 하지만, 『금궤요략』 속 온경탕 조문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방후주(方後註)의 형태로 추가적인 적응증을 제안해 두었으므로 이 내용도 꼭 살펴보아야 한다.

 

“또한 부인이 아랫배가 차갑고 오랫동안 수태하지 못한 것을 다스린다. 아울러 붕루(崩漏)나 경수(經水)의 과다, 경기(經期)가 되어도 월경이 없는 것을 치료할 수 있다.”

갱년기 여성의 문제를 다루었던 원 조문과는 달리 방후주에서는 가임기 여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가임기 여성의 난임, 그리고 제반 월경이상에 활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제안해 두었다. 『상한론(傷寒論)』, 『금궤요략』의 타 조문과는 달리 조문 상 구체적인 병태생리가 제안되어 있는데, 핵심 병태생리는 “어혈(瘀血)”과 “하복냉(下腹冷)”이다. 물론, 이러한 구체적인 병태생리 제안 때문에 온경탕 자체가 『금궤요략』 성립 당시가 아닌, 후대의 가필로 추정되고 있기도 하다.

온경탕의 활용범위는 이후 큰 변화없이 그대로 이어져 내려왔다. 대부분의 의학서적에서 『금궤요략』에서 제시한 ‘부정성기출혈’, ‘월경이상’에 초점을 맞추어 적응증을 제안했으며, 보다 구체적인 적응증의 병태생리 기전을 제시했을 뿐이다. 그러던 중, 첫 번째 적응증의 확대가 이루어진다. 일본 에도시대(1603~1868년)에 활약한 의사인 와다 토카쿠의 저술 『백진일관(百疢一貫)』에서 임신 중 조리제(調理劑)로서 그 첫 모습을 보인 것이다. 『백진일관』에서는 ‘당귀건중탕 가 아교 지황’을 기본적인 임신 중 조리제로 제안하면서, 만약 어혈이 응체(凝滯)된 경우라면 당귀건중탕 보다는 계지복령환으로 처방하는 것이 나음을 언급하였고, 계지복령환도 당귀건중탕도 적합해 보이지 않는 경우, 바로 온경탕을 활용하여 임신 상태를 보조할 수 있음을 언급하였다.

이후 현대에 들어와 온경탕의 적응증은 피부질환과 신경질환으로도 확대되었다. 주로 일본의 한방의들을 통해 이러한 적응증 확대가 이루어졌다. 오츠카 케이세츠는 『한방의 임상(漢方の臨床)』 제11권 제3호에서 ‘진행성 수장각화증’ 환자에게 온경탕을 활용했던 사례를 소개하였으며, 호소노 시로는 그의 저서 『한방치료 방증음미』에서 안면흑피증항에 온경탕 관련 언급을 했다. 그는 온경탕이 사물탕 + 계지복령환(-복령, 도인) + 맥문동탕(-갱미, 대조)의 방의를 가진다고 언급하면서, 온경탕을 구성하고 있는 각각의 처방들(계지복령환(상열), 맥문동탕(상기), 오수유탕(상열하한))이 상열, 상기에 좋은 효과를 보임을 언급하면서 얼굴이 붉거나 검게 보이는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온경탕 중에는 계지감초탕 조합이 포함됨을 언급하며 이 처방이 신경정신계에 진정효과를 만들어낼 가능성도 있음을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습진항에서도 온경탕을 언급하였는데, 여기서는 온경탕의 가장 전통적인 적응증인 월경이상, 부정성기출혈 같은 증후가 없더라도 피부질환을 목표로 온경탕을 활용할 수 있음을 제안했다.

이러한 현대의 온경탕 활용경험이 그대로 전해져 현재 일본의 온경탕 엑스제 적응증에는 “월경불순, 월경곤란, 대하, 갱년기장애, 불면, 신경증, 습진, 요하지부 냉증, 동상”과 같이 부인과 질환 뿐 아니라 신경증, 습진과 같은 각종 피부질환이 함께 수록되었고, 이 적응증을 대상으로 활용했을 때 건강보험적용의 혜택도 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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