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이현효의 도서비평] 영국식 양복에서 시작된 한일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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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이현효의 도서비평] 영국식 양복에서 시작된 한일관계
  • 승인 2021.06.1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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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효

이현효

mjmedi@mjmedi.com


도서비평┃옷장속의 세계사

2021년이 되었다. 아직 세상은 코로나의 창궐속에 바깥 공기는 차갑다. 지난 몇 년간 한국사회에서는 ‘아웃도어’ 구스다운이 유행을 했는데, 올겨울 의류회사에서 부쩍 ‘헤링본’ 코트나 ‘헤링본’자켓을 띄우려는 것 같다. ‘헤링본’하면 유명한 원단이 스코틀랜드산 ‘해리스 트위드’다. 이 트위드 원단을 코코샤넬이 갖다 쓰면서 ‘샤넬 트위드 자켓’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옷과 관련한 재미있는 역사적 사실을 담은 책이 있어 한권 읽어보았다.

이영숙 지음, 창비 출간

우선 청바지와 캘리포니아 ‘골드러시’와의 관계가 흥미롭다. 골드러쉬란 미국이 1846년 멕시코와의 전쟁후 소유하게 된 캘리포니아, 뉴멕시코, 텍사스주. 넘겨받은 캘리포니아 땅에서 ‘사금’이 발견된다. 황금을 노리고 미국전역에서 사람들이 몰려든다. 1849년에는 특히 10만명이 이상의 사람들이 몰려와서 이들을 ‘forty-niners’라 불렀다고. 사금을 채취하는 일은 단순하고 지루한 노동으로 튼튼하고 질긴 기능적인 옷이 간절했다. 그때 최초로 데님을 만들어 팔아 돈을 번 사람이 ‘리바이 스트라우스’다. 주머니가 뜯어져 물건이 빠지자, ‘리벳’을 바지 주머니에 달아 이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리벳이 박힌 멜빵바지, ‘waist overalls’는 대히트를 쳤고, 조카들이 물려받아 1920년대에 만든 ‘리바이스501’은 자유와 저항의 패션아이콘이 되었다.

사넬에 트위드자켓이 있다면, 토마스 버버리가 만든 개버딘 트렌치 코트역시 고유명사에 가깝다. trench는 ‘참호’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트렌치코트는 참호전투를 할 때 입던 옷이다. 땅속에서 물기가 배어나와 질척해진 곳에서 젖은 양말과 군화를 신고 전투하던 군인들을 위해 개버딘 원단으로 만들어 지급된 트렌치코트. 전쟁 중 영국에서 군용으로 납품되다 전쟁이 끝난후 일상에서 즐겨입는 옷이 되었다.

최초의 합성섬유인 ‘나일론’이 1884년 특허권을 얻어 세상에 나온 과정도 흥미롭다. ‘질량보존의 법칙’으로 근대 화학의 아버지라 추앙받는 ‘라부아지에’.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고, 세금징수관으로 일한 경력이 문제되어 혁명가 로베스피에르는 라부아지에를 단두대에서 처형한다. 라부아지에와 스승과 제자의 관계였던 ‘듀퐁’은 혁명후 공포스러운 프랑스에 환멸을 느껴 미국에 망명하여 화약공장을 세운다. 그게 듀폰사의 시작이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이 사용한 폭약의 절반가까이를 공급하며 떼돈을 번 듀폰사는 ‘죽음의 상인’이라는 악명을 얻었고, 악명을 씻기 위해 군수산업에서 평화산업으로 눈을 돌리면서 만들어낸 섬유가 나일론이다. ‘석탄과 물, 공기가 당신의 몸을 감싼다’는 마법같은 광고 문구에 사람들은 매혹되었고, 시판되던 1940년 나일론 스타킹의 가격은 그 인기 덕에 실크 스타킹보다 두 배나 비쌌다고 한다.

끝으로 가장 오랜기간 재위한 쇼와 천황이 되는 황태자 ‘히로히토’는 양복 애호가였다고. 1870년 메이지 유신때부터 일본의 엘리트들은 전통복장대신 유럽식 정장을 입었다. 당시 일본에는 이와쿠라 도모미 특명 전권 대사의 이름을 딴 이와쿠라 사절단이 있었다. 1871년부터 1873년까지 이토 히로부미를 비롯한 행정가와 학자들이 서양 여러나라를 돌아보며, 일본을 근대국가로 만들기 위한 방법을 연구했다. 제도도 서양처럼, 옷도 서양식 차림으로 바뀐다. 헌데 이 모방이 영국식 양복을 입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를 지배한다는 제국주의적 행태까지 포함하고 있을 줄이야. 아마도 그런 연유로 2021년 오늘까지도 한일관계가 삐걱대는 것이다.

 

이현효 / 활천경희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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