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전통의학 용어 표준화 회의 경과보고 및 전망(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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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전통의학 용어 표준화 회의 경과보고 및 전망(上)
  • 승인 2004.10.2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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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표준화는 각종 표준화작업의 기본

지난 10월 20, 21일 양일간 북경 중국중의연구원 회의실에서는 국제 전통의학 표준 용어(International Standard Terminology on Traditional Medicine) 개발을 위한 제1차 한·중·일 대표들의 비공식 자문회의가 있었다.
이 회의는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 지역 전통의학 자문관인 한국의 최승훈 박사가 추진하는 국제 전통의학 표준 용어 개발을 위해 마련된 모임이었다.

회의 첫째 날에는 한·중·일 각 국의 용어 표준화 상황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작업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조직된 총 11개의 전문가 발표가 있었으며, 둘째 날에는 첫째 날 발표를 기초로 용어 표준화 작업을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사항이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토론했다.
회의는 상당히 밀도있게 진행되어 잘 준비되었다는 느낌을 주었다. 한국 대표들은 회의가 대체로 성공적이었다고 자체 평가하였다.

전통의학 용어 표준화는 어떻게 보면 앞으로 우리들의 학술활동을 제약하고 한국 한의학의 위상이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 사업이다. 그러므로 이런 작업은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조용히 진행될 일이 아니며 한의계 전체 구성원들에게 잘 알려서 충분한 공감대 속에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이런 취지에서 이번 회의의 경과를 보고하기 위한 것으로 이 내용이 널리 공유되었으면 한다.
이 글에서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용어 표준화가 무엇인가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졌던 용어 표준화 사업에 대해 짧게 소개한 후 북경회의에 대한 보고와 앞으로 이루어질 일들에 대해 전망해보는 순서로 쓰려고 한다.

1. 전통의학 용어 표준화(Standardization of Terminology)란?

여기서 말하는 용어(terminology)란 어떤 분야의 전문가들이 의사소통을 위해 사용하는 전문 학술 용어를 말한다.
전문용어의 표준화는 크게 두 가지 면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용어 자체의 표준화이다.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용어들을 정확한 개념에 바탕을 둔 표준적인 용어로 통일하는 작업을 말한다. 한의학 용어의 경우를 예로 들면 현재 한의사들 사이에서 징가(징가)와 징하(징하)와 같이 두 가지 이상의 발음으로 사용되는 용어들 중에서 표준 발음을 정하거나, 간기울결, 간기울체의 경우처럼 같은 의미를 표현하는 복수의 동의어나 유사어들 중에서 하나의 표준용어를 선정하여 통일하는 작업이다.

둘째는, 전문용어의 기술(記述)을 표준화하는 것이다. 이것은 용어 사전이나 용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 때 반드시 필요한 작업으로, 예를 들어 용어들의 선정방식과 분류체계, 사전이나 데이터베이스에서 표준용어와 관련된 각 항목들의 배열방법, 용어에 대한 정의의 수준 등을 통일하여 표준화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전통의학 용어 표준화란 한국의 한의학을 비롯한 전통의학 분야에서 전문가들에 의해 사용되는 전문용어에 대해 표준 용어를 선정하고, 이 선정된 용어들을 일정한 체계에 따라 분류하며 배열하고 정의하는 작업을 말한다.
또 한 가지 전통의학 용어 표준화에 있어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작업은 한의학 용어의 영역(英譯)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한의학 용어는 대부분 한자어다. 그러므로 한의학 용어의 국제 표준에는 반드시 용어의 영역을 포함하게 된다.

2. 한국의 한의학 용어 표준화 사업

한국에서 한의학 용어의 표준화는 다음 두 가지 배경을 가지고 추진되었다. 하나는 용어를 통일함으로써 전문가들 사이의 의사소통 혼란을 막아 한의학의 학문적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당위성이고, 다른 하나는 제도권 의학으로서 한의학에 요구되는 각 종 표준화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서 한의학 표준 용어의 중요성과 필요성이다.

1977년 7월 의료보험이 처음 실시된 이후 1984년 12월 1일부터 1986년 11월 30일까지의 시범실시를 거쳐 1987년 2월 1일부터 한방의료보험이 전국적으로 실시되었다. 이것은 한의학이 실질적인 제도권의학으로 자리매김하는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의료보험 업무와 군의관, 공중보건의 업무를 규정하고 시행하는 데에는 다양한 항목의 표준화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1972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의 1차 개정 때 처음 제정된 한의질병사인분류는 1979년의 1차 개정, 1994년의 2차 개정을 거쳐 현재 3차 개정이 준비 중에 있다. 그리고 2001년 9월 한국한의표준의료행위분류 연구가 완료되었으며 2004년 4월에는 한의의료행위 정의개발연구가 완료되었다. 그 동안 이루어진 이런 종류의 표준화 작업들은 모두 제도권 의학으로서 한의학에 대해 정부가 요구하는 다양한 필요에 대응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한의학 표준 용어는 이런 각종 표준화 작업을 수행하는데 필수적인 기초자료가 된다.

한의학 용어 표준화 사업은 주로 대한한의학회가 중심이 되어 이루어져 왔다. 대한한의학회 산하에는 학회 교육이사(경원대 이영종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한의학용어제정심의위원회가 구성되어 있으며 이 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2000년 3월부터 한의학 용어 표준화 사업을 수행하였다. 용어심의위원회는 이 작업을 위해 다시 19개의 정회원 분과학회에서 선정한 대표를 중심으로 실무위원회를 구성하였고, 실무위원들로 하여금 각 분과학회에서 그 학회가 사용하는 교육용 교재, 논문, 보고서, 한의학 사전들로부터 한의학 용어를 수집하고 이 용어들 중에서 표준 발음과 표준 용어를 선정하게 하였다.

이렇게 결정된 용어들은 다시 용어심의위원회가 “현재, 한국에서, 사용되는, 공인된, 한의학 학술용어”라는 원칙에 따라 심의하였다. 이후 실무위원들은 용어심의위원회에서 정한 해설원칙과 용어 기술(記述) 포맷에 따라 표준용어에 정의를 붙이는 작업을 하였으며 이것이 지난 4월에 취합되어 현재 마지막 교열 중에 있다. 올해 안으로 마지막 교열이 이루어지면 거의 5년 가까이 수행된 용어 표준화 작업이 한국한의학 표준 용어집이란 결과물로 출판될 것이다. 내년부터는 한의학 표준 용어에 대해 영역을 할 계획으로 있다. 대한한의학회의 용어 표준화 사업과 함께 진행되고 있는 한의학 용어 관련 사업으로는 한국한의학연구원이 수행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 한의학연구원에서는 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국가지식정보자원 디지털화의 일환으로 한의학 지식자원의 디지털화 작업을 하고 있다. 한의학 용어와 관련해서는 한의학 용어를 집대성하며 디지털화된 한의학 지식정보자원을 이용하기 위한 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의학 용어 사전 및 시소러스를 구축하고 검색 목적의 한의학 용어 분류체계를 마련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금년 4월부터 시작되어 이제 시작 단계에 있다. <계속>

이충열
경원대 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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