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64> - 『疹方要覽』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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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64> - 『疹方要覽』① 
  • 승인 2021.05.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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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해를 넘겨 머물렀던 감염병의 유행

  요사이 코로나로 인한 감염환자 발생수가 하루 600~700명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예방백신이 원활하게 보급된다면, 올해 연말쯤엔 감염상황이 누그러져 마스크를 벗고 거리두기 제한을 벗어날 수 있으리라 예상하고 있다. 작년 세계적인 대유행이 시작될 무렵, 조선 후기 유행했던 역병의 경우는 어떠했는지를 살펴본 바 있다. 보통 짧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2~3년씩 해를 넘겨 퍼졌던 것을 알 수 있었다.

 ◇ 『진방요람』
 ◇ 『진방요람』

  조선시대 성년으로 가는 길목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야할 관문으로 여겨졌으리만큼 빈발했던 소아 감염병의 대표격으로 무엇보다도 마진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조선 전기에는 두창과 마진을 합해 瘡疹이라 불렀지만 점차 음증과 양증으로 구분하고 치법을 달리하였으며, 방역전문의서로『두창집요』나 『마과회통』같은 명저가 탄생하였다.

  근대로 접어든 이후로는 전염병 예방규칙이 발효됨에 따라 천연두와 홍역이라는 이름의 법정전염병으로 분리해 대처하게 되었으며, 일제강점기 부족한 의료 인력을 충당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의생제도를 이용해서 전통 한의들을 방역 최전선에 배치해 사투를 벌였다.

  오늘 소개할 자료는 조선시대 마진치료와 방역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한의들이 역대 마진의서를 결집하고 경험처방을 망라하여 편집한 마진전문의서 가운데 하나이다. 서명은 ‘진방요람’으로 비교적 평이한 색채를 띠고 있지만 내용은 갖가지 의서를 망라해 증상별로 역대 의가의 병론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집합해 놓은 의론서라 할 수 있다.

  건곤 2책으로 이루어진 필사본으로 서발이나 목차 없이 상하편으로 나누어 기술하였다. 상편에는 ‘諸名醫家經驗神方症論’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고 그 아래 해수로 부터 인후(失音附), 구토, 대소변, 설사와 이질, 疳瘵, 창옹(腫脹附), 회충, 중악(안질, 학질, 脣浮, 咬牙)의 순서대로 수록하고 권미의 마지막 단에는 斑疹總論을 기술해 놓았다.

  아마도 마진에 수반되는 병발증상별로 구분하여 역대의가의 병론과 치법을 차례로 제시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비교를 통해 장단과 적부를 판단하여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와 같이 역대 의가의 의론이나 치법을 분류별로 모아 집약시킨 것은 정약용이 펴낸 『마과회통』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데, 이 책에서도 이와 같은 방식을 취하고 있는 점이 가장 돋보이는 특점이라 할 수 있겠다.

  인용방식에 있어서도 위에서 말한 『마과회통』과 마찬가지로 역대의가의 성씨만을 취해 약칭으로 표기하고 있다. 예컨대, ‘李氏曰, 萬氏曰, 孫氏曰~’하는 것과 같이 여러 의가의 약호를 거명하고 나서 의론의 요지를 기재하였기에 역대의론을 상호비교해 보기에 용이하다.

  다만 『마과회통』의 경우, 권두에 63종에 달하는 ‘抄撮諸家姓氏書目’을 제시해 조선과 중국의 역대 의가와 인용의서를 열거해 두었기에 약칭만으로도 그 출전을 파악하기에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별도 인용서목을 제시해 놓지 않았기 때문에 본문에서 인용한 의가와 출전의서를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와 같은 인용방식은 대체로 정약용의『마과회통』에 제시된 ‘抄撮諸家姓氏書目’을 따르고 있어 참작해 볼 수 있다. 예컨대, 첫머리에 등장하는 孫氏는 孫一奎의『痘疹心印』, 繆氏는 繆仲淳의『沙疹論』, 萬氏는 萬全의『世醫心法』, 翁氏는 翁仲仁의『金鏡錄』, 景氏는 景日昣의『嵩崖尊生書』를 말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동국 의가의 경우, 다산은 夢叟, 許浚, 僿說, 祕笈 등의 약칭을 사용해 표기하였다. 이에 반해, 이 책에서는 李獻吉의 『乙未新詮』에 등장하는 문귀를 ‘夢叟’ 대신 ‘李氏’로 표기하고 있다. 반면 『마과회통』에서 이씨라 약칭한 것은 李梴의 『의학입문』을 의미하기에, 상호 대조를 통해 세심하게 살펴보아야만 할 필요가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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