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우가의 임상경험, 현대 한의사들에게 시사하는 바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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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가의 임상경험, 현대 한의사들에게 시사하는 바 커”
  • 승인 2021.04.22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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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what@mjmedi.com


▶인터뷰: 온역론 번역한 김상현 한국한의학연구원.

“온역론, 당시 유행했던 역병 치료 경험 토대로 펼쳐낸 이론 및 치법 기술”

[민족의학신문=김춘호 기자] 17세기 중반의 명나라 말기, 산동성ㆍ절강성 등지에서 광범위하게 성행하던 역병을 오우가가 직접 치료하고서 그를 바탕으로 병의 원인과 그 침입 경로, 침범 부위와 기전, 전염성, 수반증후, 치료원칙, 처방 등을 종합하여 저술한 서적 <온역론>이 최근 번역 출간됐다.

온병조변이나 온열경위처럼 번역된 서적이 풍부하게 있어야 온병에 대한 관심이 더 생기지 않을까 생각에 이 책을 번역했다는 김상현 연구원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간략한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학부 졸업 후 원전학교실에서 4년간 조교 생활을 했다. 학부 때부터 온병학에 흥미를 느껴 대학원 진학 후에도 관련 문헌을 보고 논문 주제도 주로 온병에서 찾았다. 한국한의학연구원에는 전문연구요원으로 입사했고 인연이 닿아 계속 근무하게 된 것이 벌써 9년차다. 현재 연구원에서는 한의학 고문헌 DB 구축 업무를 주로 하고 있고, 올해부터 신·변종 바이러스 감염병에 대한 한의 범용기술을 개발하는 과제에도 참여하게 됐다.

 

▶최근 번역한 수퍼노바 온병시리즈 《온역론》은 어떤 책인가.

명(明) 말 활동했던 의사 오우가(오유성)의 저작으로, 당시 광범위하게 유행했던 역병을 수없이 치료한 뒤 그 경험을 토대로 펼쳐낸 이론 및 치법을 기술한 책이다. 청대(淸代)이후에 형성된 온병학의 시초로서 논의가 다소 거칠긴 하지만 기존의 의가들이 밝히지 못한 부분을 밝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사기가 입과 코로 들어온다는 논의, 막원(膜原)을 활용한 병리기전 논의와 그에 적용하는 처방 달원음(達原飮) 등은 현대 온병학에서도 계승하는 핵심적인 내용이다.

 

▶다른 고서들도 많았는데 이 책을 번역하게 된 계기를 말해달라.

학부 시절, 《임상온병학특강》, 《온병종횡》 외에도 《온병조변》, 《온열경위》 번역서가 있었기에 관심분야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온병학 분야의 서적이 많을수록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막연하게 해 왔다. 그래서 개론서를 번역하고 나서 참고문헌(레퍼런스)이 되는 고문헌들도 번역할 계획을 했었고, 아직 번역이 되지 않은 온병학 주요 서적 중 시초가 되는 《온역론》을 우선으로 선정했다. 판본 조사, 원문 수립을 한 뒤 한창 번역을 할 무렵 COVID-19가 발발했다. 운명적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관련 서적들을 한시라도 빨리 번역해야겠다는 사명감도 들었다.

 

▶그동안 《유경원 온병학 강의》 등 여러 권의 책을 번역했다. 개인적으로 온병에 관심을 둔 이유는 무엇인가.

 

고(故) 박찬국 교수님을 따라 소규모 스터디를 하면서 온병 얘기를 많이 접했다. 결정적으로 정창현 교수님의 온병학 강의 때 SARS에 대응했던 내용을 들으며 크게 흥미를 느꼈다. 일각에서 한의원에 오지 않을 환자군이기 때문에 대충 배워도 된다는 인식도 있었지만, 도리어 열심히 연구하면 한의학의 치료 영역을 넓힐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적을 출간하는 행위가 그 목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 있지만 앞선 선배님들이 하셨듯이 씨를 뿌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

 

▶이번에 출간된 《온역론》 번역 작업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번역은 꾸준한 작업의 결과물인데 전문 번역가라고 하기에는 아직 초심자에 가깝기 때문에 매번 페이스를 꾸준하게 유지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다. 집중하기 어려웠던 시기에 작업한 부분에서 오류가 많이 나오는 것을 보니 앞으로도 끊임없이 공부해야겠다는 것을 느낀다.

더욱이 스스로 번역한 글을 다시 읽어가며 오류를 잡아내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정창현 교수님과 한의학연구원의 박상영 박사님이 감수에 큰 도움을 주셨다. 지면을 빌려 감사 말씀을 전한다.

 

▶임상가들이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말해달라.

《온역론》에 “(역병의 사기를) 어떤 것으로 억제할 수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한·토·하의 세 가지 치법을 열심히 써서 해결한다.”는 문장이 나혼다. 요즘 말로 바꿔 말하면, 새로이 마주하는 감염성 미생물에 대해 매번 새로운 약물을 찾기 전에(한·토·하로 상징되는) 우리가 가진 치법을 활용해 직면한 증상을 해소함으로써 환자가 병을 잘 겪어 나가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온역론》이 다른 온병학 개론서만큼 다양한 상황을 상정하여 쓰여지지는 않았지만, 당시 새롭게 접한 역병이더라도 증후와 치법을 토대로 유연하게 대응했던 오우가의 임상경험은 현대 한의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꼭 《온역론》의 처방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그러한 태도에서 임상가들이 영감을 얻을 수 있길 기대한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연구원에서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면서 논문과 번역 작업을 병행할 계획이다. 그 중 번역 작업은 조소금 선생님의 온병학 서적을 선정하여 착수했고, 내년 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참고로 이 책은 매 편이 온병학 이론에 대한 소논문 수준의 글이고 실제 임상 경험을 근거로 들어 두었는데, 온병학을 심화학습 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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