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60> - 『韋庵茶說』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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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60> - 『韋庵茶說』②
  • 승인 2021.04.2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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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淸明과 穀雨, 品茶의 기준점

  음식문화사에 있어서, 차는 인간이 자연에서 찾아낸 대표적인 기호음료 가운데 손꼽히는 식료라 할 수 있다. 동서 문명에 걸쳐, 주식 재료로 나누어 보자면, 쌀과 밀 문화권으로 대분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음료에 있어서는 차와 커피 음용문화권으로 양분할 수 있을 정도로 오랜 기간 차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해 왔다고 할 수 있다.

 ◇ 『위암다설』
 ◇ 『위암다설』

  차에 관한 문헌이야 당나라 陸羽가 지은 『茶經』을 그 원전으로 삼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신라 崔致遠이 남긴 茶詩를 비롯하여 고려시대 시인, 묵객들이 남긴 수많은 다시와 차에 관한 문장이 전하고 있다. 또 초의선사 意恂이 지은 『東茶頌』과 『茶神傳』은 동국 음다문화의 자긍심으로 받들어진다. 특별히 우국지사이자 언론인의 표상으로 여기는 韋庵 張志淵(1864~1921)이 지은 다설을 되새겨 보는 것은 동국 음다 전통과 醫食同原 문화를 상기해 본다는 의미가 있다.

  본문 가운데 특징적인 몇 구절만 가려 뽑아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첫 구절에 이런 내용이 보인다. “일찍 딴 것은 茶라 하고 늦게 채취한 것은 茗이라 한다. 또한 잎이 벌어지기 전에 따서 만든 것은 點茶용으로 쓰고 이미 잎이 다 벌어진 다음에 딴 것은 煎茶에 사용한다.”고 말하였다. 곧 시기에 따라 차의 종류를 엄격하게 구별하였으며, 이름과 용도까지 제한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 말 뜻은 곧 상시 음용하는 차음료도 역시 원료 식물의 채취시기에 따라 약성이 다름을 인식해 음용방법을 엄밀하게 구분한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雨前茶, 雨後茶란 명칭이 있으니, 穀雨를 전후로 채취한 것을 말하는 것이다. 청명 이전에 딴 것을 상품으로 치니 대개 일찍 채취하는 것을 으뜸으로 여기고 늦을수록 더욱 하등품으로 여긴다. 그러므로 老茗, 晩茗이라고 이름붙인 것은 그 잎이 크게 벌어져버린 下品이다.”라고 하였다. 이 말은 마치 『향약채취월령』에서 채취시기에 따라 약성의 좋고 나쁨과 약효 유무를 결정짓는 것처럼, 차에 있어서 開葉 여부에 따라 품질이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청명절로부터 곡우에 이르는 시기에 채취해야 가장 약성이 좋고 맛이 좋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의 글에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된다. “또 水揀茶라는 것은 雨水때 딴 것이요, 麤色茶라는 것은 곧 雨前차를 말한다. 대개 빛깔이 선명하고 아름다우며, 싹이 가늘고 작아야 상품으로 귀하게 여긴다. 일찌감치 따는 것은 土性이 과도하게 온난해지면 향내가 너무 세차서 맛이 좋지 않으며, 너무 한냉하면 그 맛은 비록 풍부하지만 향기가 몹시 나쁘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결국 차 맛은 음양의 기가 토양의 성질에 얼마만큼 반영되었는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좋은 차를 길러내기 위한 재배법도 얘기된다. “오직 培養이 精妙해야만 겨우 상품을 얻을 수 있다. 외양간의 두엄(廐肥)이나 인분을 써야 가장 적합하다. (차의) 성질이 산록의 북쪽 편, 수풀 우거진 그늘 속, 북풍이 불어 상쾌하고 건조한 곳을 좋아하며, 습기가 흘러넘치는 강바닥 같은 곳을 가장 꺼려한다.”고 하여 적합한 지형과 토질에 따른 배지의 선택 및 施肥 방법 등에 대해 자세히 논하였다.

  또한 “9월 하순에 이르러 오래 된 나무의 열매 껍질이 장차 터지려고 하는 것을 거두어 종자를 삼는다. 껍질을 벗겨내고 마른 짚자리(藁席)에 펴서, 습기가 있는 땅을 파고 묻은 다음, 그 위에 덤불을 덮어서 한기에 손상을 입지 않도록 해준다. 때때로 따뜻한 물이나 쌀뜨물(米泔水)을 부어주면, 정월 하순경 춘분 때, 종자의 배꼽으로부터 싹이 트게 되는데, 옮겨 심는 것(移植)을 좋아하지 않으므로 모종을 길러 심는다. 붉거나 검은 흙, 혹은 모래나 돌이 섞인 흙을 가릴 것 없이 구덩이를 파고 …… (이하 생략, 필자 역.)” 특별히 차를 재배하여 생산하는 방법을 자세히 논구한 것은 수요가 늘었다는 반증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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