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메타버스(Gather.town)에서 진행한 한의사 과학자모임
상태바
[기고]메타버스(Gather.town)에서 진행한 한의사 과학자모임
  • 승인 2021.04.14 05: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동엽

장동엽

mjmedi@mjmedi.com


한의사 과학자모임은 임상을 하지 않고 연구에만 종사하는 대학원생, 전문연구요원, Post-doc (박사학위를 받은 뒤 다른 연구자의 지도를 받으며 트레이닝하는 과정 또는 그러한 과정을 이수 중인 사람) 들의 모임이다. 평소 같았으면 오프라인으로 모임을 가졌어야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모임을 가질 수 없었다. 또한, 모임의 역사가 오래 되다 보니 해외로 진출한 회원들도 점차 늘어나서 오프라인 모임에는 참석하기 어려운 사람도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 모임을 온라인으로 가져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20여명이 온라인에서 모여서 담소를 나누는 것은 일반적인 학회나 강의에서는 겪지 않아도 될 어려움이 많아 보였다. 학회나 강의의 경우 발표자가 일정한 시간동안 발언권을 갖고, 나머지 참가자들은 수동적으로 발표를 들으면 된다. 그러나 네트워킹이 중요한 친목모임은 그렇지 않다. 한 사람이 이야기할 동안 나머지 19명이 가만히 듣고만 있어야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랜 시간동안 말할 기회를 얻기 어려울 것 같았다. 또, 내가 관심이 없는 주제로 대화가 계속 이어진다면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자체가 힘들어진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 대화방을 여러 개로 나눠서 진행하는 것은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도 나왔지만, 그렇게 하면 전체 회원들 중 일부분하고만 이야기할 수 있으므로 너무 아쉽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던 중 Gather.town이라는 플랫폼을 접하게 되었다. 마치 2D RPG 게임처럼 보이는 이 플랫폼에는 가상의 사무실, 가상의 집, 가상의 캠퍼스, 심지어는 가상의 대도시까지 구현되어 있다. 이러한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로 자유롭게 돌아다니다 다른 사람에게 가까이 가면 서로 화상대화가 연결되어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실제로 이 플랫폼을 만든 회사는 모든 직원들이 이 플랫폼에 접속해서 가상의 사무실을 다니고,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으로 대체된 많은 학회들도 이 플랫폼을 이용하여 오프라인 학회의 느낌을 낸다고 한다. 4월 10일에 우리 모임도 이 플랫폼을 처음으로 이용해 온라인 모임을 개최하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성공이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사람들은 마치 파티에 온 것처럼 자연스럽게 흩어져 삼삼오오 무리를 이루기 시작했다. 꼭 어느 한 무리에 들어가 있지 않더라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보다가 재미있으면 자연스럽게 대화에 녹아들수도 있었다. 또 모임에 처음 와서 알아가고 싶은 사람이 있거나 오래간만에 만나는 사람이 있다면 다가가 안부를 물을 수도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던 게 벌써 1년 전인데, 이렇게 가상환경에서 만난 모임은 1년 전 오프라인의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오래간만에 나누는 대화였던만큼 정말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갔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관심이 있었던 주제 중 하나는 해외로의 진출이었다. 적지 않은 분들이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해외로 가서 연수를 받고 있었으며, 아예 해외에서 석사학위를 받는 분도 있었다. 회원들 중 국내에서 박사를 받은 뒤 해외로 진출하고자 하는 회원들이 많은 만큼, 해외에서의 연구환경이나 채용과정 등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또, 모임이 성장할수록 회원들의 전공이 다양해지고 있어서 다양한 전공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번에 처음 모임에 참여한 한 회원은 의대에서 복수면허를 취득한 뒤 대학병원에서 의료정책을 연구하고 있었는데, 대학병원 연구직의 일상과 정책연구의 특수성 등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또 다른 신입회원은 이제 막 박사과정에 입학하여 실험환경을 구축하고 있었는데, 그러한 고충을 함께 공감해줄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수확은 이번 모임을 통해 흩어져 있던 주니어 한의사 연구자들을 한 곳에 모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모임에 처음 오게 된 회원들은 주변에 아예 풀타임 대학원생이 없거나, 있더라도 한의사 출신의 연구자는 만나지 못하였다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모임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보고 있자면, 우리 모임과 함께할 수 있는 더 많은 한의사 주니어 과학자들이 있다는 기대가 든다. 더 많은 한의사 과학자 주니어들이 우리 모임에 함께해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과학이라는 먼 길을 가는 데에 동료를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장동엽, 한의사 과학자모임 (https://www.facebook.com/kmdscientis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