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기를 왜 삼음삼양이라고 했을까? -두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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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기를 왜 삼음삼양이라고 했을까? -두 번째 이야기-
  • 승인 2021.04.16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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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우

이준우

mjmedi@mjmedi.com


현대적 언어로 풀어쓴 한의학 이야기(6)
이준우
탑마을경희한의원

큰 아들의 질문

필자의 큰 아들은 한의학을 전공하지 않은 대학생이다. 어느 날 같이 운전을 하고 가다가 재미삼아 한의학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해주었는데, 그때 육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었다. 한의학에서는 六氣를 風寒熱濕燥火라고 표현을 하고, 이 표현들은 기상현상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한열은 기온에 대한 표현이고, 조습은 습도에 대한 표현이며, 풍과 화는 기압에 대한 표현이라고 설명해주었다.

그러면서 신기하게도 고대인들이 적도에서 공기가 따뜻해지면서 일어나는 현상들인 熱, 風, 濕은 소음, 궐음, 태음 이렇게 삼음으로 분류를 해놓았고, 극지방에서 공기가 차가워지면서 일어나는 현상들인 寒, 火, 燥는 태양, 소양, 양명 이렇게 삼양으로 분류를 해놓았다고도 설명해주었다.

그런데 다 듣고 나서 큰 아들이 질문을 한다. “아빠 그런데 왜 따뜻하고 가볍고 습한 것이 음이 되고, 차갑고 무겁고 건조한 것이 양이 되요?”

 

수축과 팽창

음양론을 배울 때 우리는 가볍고 따뜻한 것은 陽이고, 무겁고 차가운 것은 陰이라고 배운다. 그런데 왜 삼음삼양에서는 거꾸로 표현했을까? 이 질문 역시도 학생 때 많이 고민했던 질문인 것 같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는 수축과 팽창이라는 현상에서 얻게 된 것 같다. 三陰이라는 현상은 공기가 따뜻해지면서 팽창하며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반대로 三陽이라는 현상은 공기가 차가워지면서 수축하며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또다시 질문이 생긴다. 왜 팽창을 음이라고 하고 수축을 양이라고 했을까? 이것은 앞서 소개한 열역학 제1법칙에 답이 나와 있다. 공기가 팽창한다는 것은 내가 외부를 향해 일을 하는 것이니 에너지를 잃게 되는 것이고, 공기가 수축한다는 것은 외부에서 일을 받게 되니 에너지를 얻게 되는 것이다. 에너지를 얻어가는 과정은 양이 되고, 에너지를 잃어가는 과정은 음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고대인들도 공기가 따뜻해지면 팽창하고 공기가 차가워지면 수축한다는 것은 알았을 것이다. 그리고 너무 팽창만 하다보면 오히려 에너지를 잃게 되고, 수축을 지속하다 보면 거꾸로 에너지를 얻게 된다는 것도 밤낮의 변화나 계절의 변화를 통해서 인지했을 것이다.

음양론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은 정적인 것이 아니라 동적인 것이기 때문에 역경에서도 ‘一陰一陽之謂道’라고 하였다. 즉 만물은 팽창과 수축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밤낮이나 계절 뿐 아니라, 인체의 호흡이나 밀물과 썰물 같은 현상들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왜 熱과 風과 濕을 삼음 즉 ‘음’이라고 표현하고, 寒과 火와 燥를 삼양 즉 ‘양’이라고 표현했을까? 삼음삼양에서의 음과 양은 공기의 팽창과 수축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음경락과 양경락

경락에서 자세하게 다루겠지만, 여기서 삼음삼양과 경락에 대해서 잠시 소개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경락의 가장 주된 노선이라고 할 수 있는 十二經絡은 크게 陰經絡과 陽經絡으로 나뉘게 된다. 음경락은 인체의 전면이나 내측 즉 말랑말랑하고 따뜻한 부분에 위치해 있으며, 음경락으로는 熱, 風, 濕 세 기운이 상행한다. 반면에 양경락은 인체의 후면이나 외측 즉 딱딱하고 차가운 부분에 위치해 있으며, 寒, 火, 燥 세 기운이 하행한다.

체간에서는 음경락이 흉복부 즉 전면에 위치하고, 양경락은 배부 즉 후면에 위치해있다. 다만 체간에서 일부 양경락은 위장운동으로 생기는 하강기류의 영향으로 전면에 지나가게 된다. 상지에서는 겨드랑이부터 손바닥에 이르는 말랑말랑한 곳으로 음경락이 지나가고, 어깨부터 손등에 이르는 딱딱한 곳으로는 양경락이 지나간다. 하지에서는 사타구니부터 발목의 내과에 이르는 하지내측 말랑말랑한 곳으로 음경락이 지나가고, 고관절 주변부터 발목의 외과에 이르는 하지외측 딱딱한 곳으로 양경락이 지나간다.

해부학적으로 보면 음경락은 주로 큰 혈관들과 가깝게 위치하고 있으며, 양경락은 주로 큰 혈관들과 먼 곳에 위치해 있다. 혈액순환을 주관하는 심장이나, 가장 많은 혈액이 공급되는 장기인 간은 인체의 전면에 위치해 있다(1분 동안 심박출량을 5L라고 가정할 경우 간으로 지나가는 혈류량은 분당 1.35L정도 된다). 그리고 상지로 향하는 subclavian artery → axillary artery → brachial artery, 하지로 향하는 iliac artery → femoral artery, 인체 전면에 흐르는 aorta 모두 음경락의 유주노선과 접해 있다(그림 1).

그림 1. 인체혈액순환

 

대기대순환과 음양경락

지난 칼럼에서 대기대순환과 삼음삼양의 관계에 대해서 설명하였는데, 이를 다시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다.

 

대기대순환과 십이경락의 유주를 비교해보면 똑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적도와 음경락에서는 공통적으로 따뜻하고 가볍고 습한 기운이 상승한다. 그리고 극지방과 양경락에서는 모두 차갑고 무겁고 건조한 기운이 하행하게 된다.

적도지방은 태양에너지도 많고 넓은 바다로 인해 증발되는 수분의 양이 많은 곳이다. 반대로 극지방은 태양에너지도 적고 증발되는 수분의 양도 적은 곳이다. 음경락이 지나가는 부위는 큰 혈관들과 가깝게 위치해 있어 혈액순환이 잘 이루어져서 따뜻하고 수분도 많은 곳이라고 한다면, 양경락이 지나가는 부위는 큰 혈관들과 멀리 위치해 있어 상대적으로 차갑고 건조한 곳이다.

요컨대 인체와 자연 모두 따뜻하고 수분이 많은 곳에서 熱, 風, 濕 상승기류가 일어나는 데 반해, 차갑고 건조한 곳에서는 寒, 火, 燥 하강기류가 생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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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을 제공해 준 군자출판사 김도성 차장님께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고대인들이 적도와 극지방을 몰랐겠지만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며, 우리나라의 여름과 겨울을 떠올려 보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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