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엄마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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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엄마라는 이름으로
  • 승인 2021.04.02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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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아이
감독 : 김현탁출연 : 김향기, 류현경, 염혜란
감독 : 김현탁
출연 : 김향기, 류현경, 염혜란

최근 막장 드라마보다 더 한 사건이 현실에서 일어나며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만약 막장 드라마계의 유명 작가들이 이런 이야기를 썼다면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말들이 많았겠지만 반전의 반전 스토리가 실제상황이라는 것이 팩트라는 점에서 전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을 통해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점은 누가 친모이고, 아이를 어떻게 바꿔치기를 했냐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버리고 떠난 비정한 엄마들이라는 것이다. 이 사건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방치하고 학대하는 파렴치한 부모들의 행각이 뉴스에 끊임없이 나오며 공분을 사고 있지만 쉽게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안타깝기만 하다.

누구보다 강한 생활력으로 하루하루 살아온 아동학과 졸업반의 보호종료아동 아영(김향기)은 돈이 필요해서 생후 6개월 된 아들 혁이를 홀로 키우는 워킹맘이자 초보 엄마 영채(류현경)의 베이비시터가 된다. 조금 부족하지만 어떻게든 자신의 힘으로 혁이를 키우고자 하는 영채는 자신보다 더 혁이를 살뜰히 돌보는 아영의 모습에 어느새 안정을 되찾고 평범한 삶을 꿈꾸기 시작한다. 하지만 어느 날, 혁이에게 사고가 나고 영채는 모든 책임을 아영의 탓으로 돌리게 된다. 다시 혁이와 둘만 남게 된 영채는 고단한 현실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고, 이를 알게 된 아영은 혁이를 다시 영채의 품에 돌려놓기 위해 애를 쓴다.

영화 <아이>는 아이를 지켜주고 싶은 여자와 아이를 어떻게 할지 몰라 고민하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영화이다. 사실 영화의 내용은 그리 특별하지도 않고 너무나 짜맞춘 듯한 캐릭터 설정 등으로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내용으로 전개되며, 어쩌면 비현실적인 이야기라고도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보면 이 영화만의 묘한 매력을 느끼게 되는데 특히 요즘 같이 흉흉한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세상 속에서 <아이>는 마치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 같은 느낌으로 가슴 한 구석을 따뜻하게 적셔주고 있다. 그로인해 아동 학대, 방치 사건 범죄를 저지른 인간들이 꼭 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화는 아이에 대한 책임감이 무엇인지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류의 영화가 자칫 신파로 이어지며 감정 과잉으로 표현될 수도 있었지만 <아이>는 적절하게 감정을 조절하는 연출력으로 큰 부담감 없이 감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직업의 귀천을 떠나 엄마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치유하면서 성장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앞으로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하는 점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으며, 김향기, 류현경, 염혜란 등의 여성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인다. 이처럼 <아이>는 아이를 통해 일찍 어른이 되어 버린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봄 날씨 같은 용기를 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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