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준태 시평] 이해상충(COI) 원칙에 대한 기준잡기, 44대 집행부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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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준태 시평] 이해상충(COI) 원칙에 대한 기준잡기, 44대 집행부에게 바란다
  • 승인 2021.03.26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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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준태

제준태

mjmedi@mjmedi.com


제준태 산돌한의원 원장
제준태
산돌한의원 원장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LH의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거래를 하고, 나무를 심는 등의 방법으로 토지보상비 등의 이익을 얻은 사건에 대해 많은 국민들의 분노가 큽니다. 특히 아파트 가격 상승이 유난히 두드러진 시기 직후에 폭로가 되면서 분노는 기름을 끼얹은 듯 활활 타오르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 폐업, 실직 등과 대조 되는 부동산, 주식, 비트코인 등의 높은 수익률로 상대적 박탈감을 표현한 '벼락거지'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성실하게 살아 온 사람들이 스스로를 벼락거지라고 부를 정도로 상대적 박탈감을 크게 느끼고 있는 시대에 부정부패로 재산을 불려 온 사람들에 대한 폭로가, 그것도 무엇 보다 공정해야 할 주거 문제와 관련된 비리는 사람들을 좌절에서 분노로 옮겨가게 만들었습니다. 미래를 위한 대책과 부당이익의 환수, 파면 등의 엄정한 처벌 없이 적당한 징계나 꼬리 자르기 정도로 끝나서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정도로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입니다.

『관자(管子)』 《목민(牧民)》은 왕 또는 지방의 관리들이 통치에 있어 지켜야 할 것들을 말한 편으로, 이후 다산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에도 큰 영향을 줍니다. 목민이라는 단어도 관자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관자(管子)』 《목민(牧民)》에서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이 지켜야 할 강령으로 사유(四維)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사유는 각각 예(禮), 의(義), 염(廉), 치(恥)로 하나가 지켜지지 않으면 나라가 기울고, 둘이 지켜지지 않으면 나라가 위태로워지고, 셋이 지켜지지 않으면 나라가 뒤엎어지고, 넷이 모두 지켜지지 않으면 나라가 망한다고 하며 국가의 존망이 달려 있을 정도로 중요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예는 법과 도리를 지키는 것, 의는 진급에 연연해 하지 않고 자신이 할 일을 하는 것, 염은 잘못이 있으면 숨기지 않고 알리는 것, 치는 잘못된 것을 알면 부끄러움을 알고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현대에도 공직자 혹은 공정하게 일을 처리해야 할 기관들이 지켜야 하고 또 사람들이 지키길 바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람이든 집단이든 처음에는 잘 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비리가 이익이 되면 비리를 저지르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고, 처음 비리가 나오기 시작했을 때 비리를 알리고 제 때 처벌해서 솎아 내지 않으면 집단 전체가 비리에 익숙해지게 되어 버립니다. 그러면 비리를 더 이상 큰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하는 당연한 일이라고 착각하게 되고, 그것으로 비판을 받게 되면 억울한 비난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심지어 '하지 않으면 바보'라는 논리가 등장하기까지 합니다. 서로 감싸주기가 이뤄지고 비리가 근절되지 않게 되는 이유입니다.

한의사의 대표성을 띤 중앙회는 구성원인 한의사에 비해 더 많은 정보를 사전에 취할 수 있고, 또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의사결정을 해나갈 수 있는 권력을 갖게 됩니다. 예를 들어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사람이 이사가 되면 바뀌는 인적 구성에 따른 수가가산 등 관련 정보를 정책 준비단계부터 사전에 얻어 유리한 쪽으로 경영을 하거나 혹은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을 입안할 수 있습니다. 이익 추구까지는 자연스러운 일이나 한의사협회를 구성하는 회원은요양병원의 경영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과정에서 다른 회원들에게 불이익이 가거나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반면에 제3자는 직접 이해당사자만큼 상황을 잘 파악하기 힘든 부분도 있습니다.

이해상충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정책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겸직금지조항, 소속 및 경력을 명시하여 이해상충 관계에 있을 수 있는 사안들마다 사전에 공개된 정보로 확인 가능하게 하는 규정, 이해상충 사안에 대한 결정시 표결이나 평가에서 배제 등의 방법들이 있습니다. 이해상충에 대해 밝히라고 했을 경우에는 현재 모든 관련 소속, 업무, 이해관계의 지분 등에 대해 공개하고 관련 직무에서 어떤 부분이 있을 수 있는지, 이해상충을 배제하고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에 어떤 것이 있는지를 공개해야 합니다. 대뜸 '이해상충 없음' 같은 말로는 그 어떤 신뢰도 얻을 수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됩니다.

토지거래는 모든 자료가 전산화 되어 있는 만큼, 해당 지역에서 일어난 모든 거래 내역에 대해 전수조사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각 거래에서 가격변동이 일어난 경우 LH 외에도, 중앙부처, 국회의원, 지자체 등과 관련해 인적 네트워크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이해상충 배제를 위래서 현재 경력과 소속에서 더 나아가 친인척까지 공개하는 경우의 대표적인 예시가 각종 선거에 나온 후보자들의 경력과 재산공개입니다. 땅에 대한 정책과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공정하길 바라는 것은 누구나 한 마음일 것입니다.

협회 역시 어떤 일을 하더라도 임원 이상에 대해서는 이해상충 요소를 확인할 수 있게 이력과 소속 등에 대한 사항을 공개하고, 이해상충으로부터 자유로운지를 사전감사하고 그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정책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불필요한 잡음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정관 개정을 통해 이사 이상 임원의 이해상충에 대한 규정을 완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예, 의, 염, 치의 사유 중에서도 협회의 특성상 특히 잘못을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말하고, 하지 않아야 할 일을 하지 않게 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부디 염치가 있는 협회를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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