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상화는 고기압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네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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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상화는 고기압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네번째 이야기-
  • 승인 2021.03.11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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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우

이준우

mjmedi@mjmedi.com


현대적 언어로 풀어쓴 한의학 이야기 (4)
이준우
탑마을경희한의원

시호

소양경락의 사기를 제거하는 대표적인 약재 하나를 꼽으라면 누구나 시호를 지목할 것이다. 필자도 시호라는 약재의 효능에 대해서 수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상한론의 소양병증과 소시호탕, 간기울결증과 소요산, 현맥, 흉협고만 등등 한의학 서적에 수없이 반복해서 나오는 용어들이지만 이해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다.

하지만 소양상화를 인체 내부의 높은 압력이라고 가정한다면 의외로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즉 시호는 압력밥솥의 높은 압력과 열기를 함께 제거하는 약재라는 것이다. 熱만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소양상화 즉 높은 압력을 제거하는 약재이다. 시호는 소염작용, 해열작용과 함께 caffeine과 methamphetamine에 의한 중추신경흥분 작용에 길항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김호철 저, 한약약리학, 집문당, 2008) 카페인은 교감신경을 흥분시키는 것과 비슷한 효능이 있으며, 메스암페타민은 교감신경을 간접적으로 흥분시키는 효과가 있다. 시호가 이런 상태를 억제한다는 것이며, 이는 압력밥솥의 압력을 제거하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마황

시호가 압력밥솥의 압력과 열기를 함께 제거하는 약재라고 한다면, 반대로 마황은 압력밥솥의 기능과 똑같은 역할을 하는 약재라고 할 수 있다. 즉 마황은 열과 압력을 동시에 높이는 약재이다. 마황의 에페드린은 교감신경 흥분작용이 있다. 심근의 β1 수용체와 말초혈관의 α1수용체를 흥분시켜 심박수와 심박출량을 증가시키고 혈관 평활근을 수축시켜 혈압을 상승시킨다. 즉 마황은 심박출량을 증가시키면서도 말초혈관을 수축시켜 열과 압력을 동시에 높이는 역할을 한다.

감염으로 인한 발열이 있는 경우, set point에 다다를 때까지는 말초혈관이 수축하면서 오한과 발열이 함께 나타난다. 상한론에서는 이때 마황탕을 처방해서 set point에 더 빠르게 다다르도록 돕는다. Set point에 다다르고 나서도 발열이 계속된다면 땀이 나기 시작하고, 수분 손실이 심해지면서 갈증이 생기게 된다. 땀이 난다는 것은 압력밥솥의 증기가 빠지고 있는 상태를 의미하고, 더 이상 높은 압력은 존재하지 않고 강한 화력만 남아있는 상태이다. 이때는 석고가 들어간 처방을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set point에 다다르고 나서도 열이 오르내리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한열이 왕래하는 시기에는 열과 압력을 함께 제거해야 한다. 이때 등장하는 처방이 소시호탕이고 주지하다시피 시호가 군약이다.

 

간기울결

오행편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肝은 따뜻해지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팽창하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해서 외부의 압력이 높아지게 된다면, 간이 팽창을 하려고 해도 하지 못하게 되고 빵빵한 상태가 된다. 이것을 한의학에서는 肝氣鬱結이라고 부르고 있다. 팽창하려고 하는 힘이 외부압력에 의해서 팽창하지 못하게 된다면 이 힘은 열에너지로 바뀌게 되고, 이 열에너지가 심해진 경우를 肝火上炎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높은 압력에 의해서 열에너지가 축적이 될 때, 열과 압력을 동시에 제거하는 처방이 소요산이나 단치소요산이며 가장 핵심이 되는 약재는 시호가 된다. 소시호탕은 외부감염으로 인해서 생긴 ‘열+높은 압력’을 제거하는 처방이라고 한다면, 소요산은 스트레스로 인해서 생긴 ‘열+높은 압력’을 제거하는 처방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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