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안세영의 도서비평] 채식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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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안세영의 도서비평] 채식에 관하여
  • 승인 2021.03.12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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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안세영

ajhj@unitel.co.kr

1987.02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1993. 02 경희대학교 대학원 한의학박사 1996.10-현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1997.03-2012.02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신계내과학교실 주임교수 2017.03-2020.02 대한한방내과학회장 저서 남자 그리고 여자, 갑상선클리닉, 몸 한의학으로 다시 태어나다, 성학, 다한증의 이해와 치료 등


도서비평┃무엇을 먹을 것인가

설을 며칠 앞두고 아끼는 제자로부터 안부인사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혹시 ‘더 게임 체인저스(The Game Changers)’를 보셨느냐 묻더군요. 저는 백신 접종이 시작되려면 아직도 한 달여 남지 않았느냐며 동문서답 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저 또한 가입한 OTT서비스 업체의 아카이브에 들어있는 다큐멘터리라는 걸 몰랐거든요. 아무튼 연휴기간에 강요된 ‘집콕’을 이겨내며 ‘강추’받은 영화를 틀어보았는데, 아! 정말 놀라웠습니다. 익숙한 얼굴의 배우·운동선수들이 등장하여 채식 체험담을 털어놓고, 효능 관련 데이터를 보여주는데 설득되지 않을 재간이 없더군요. 내친 김에 ‘채식의 바이블’로 일컬어지는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다시금 구독했습니다.

콜린 캠벨‧토마스 캠벨 지음,
유자화‧홍원표 옮김,
열린과학 출간

책의 원제인 『The China Study: The Most Comprehensive Study of Nutrition Ever Conducted and the Startling Implications for Diet, Weight Loss, and Long-Term Health(중국 연구: 지금까지 시행된 영양에 대한 가장 포괄적인 연구와 식단·체중 감량 및 장기 건강에 대한 놀라운 시사점)』은 너무 길지요? 그렇다고 아무 설명 없이 『중국 연구』라 옮기기도 마땅치 않으니, 내용과 합치되는 우리말 제목이 제법 그럴듯해 보입니다. 지은이는 코넬대 명예교수인 콜린 캠벨(T. Colin Campbell)과 그의 아들 토마스 캠벨(Thomas M. Campbell)인데, 이들은 4년에 걸친 방대한 자료 정리 끝에 이 역작을 출간했다고 합니다. 총명탕(聰明湯)을 창안한 명나라 때의 명의 공정현(龔廷賢)은 아버지 공신(龔信)이 저술하던 원고를 이어받아 『고금의감(古今醫鑑)』을 펴냈는데….

책은 19개의 챕터가 4개의 파트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첫째 파트 「중국에서 얻은 교훈」에서는 중국 농촌지역에서 20여 년간 수행한 여러 연구 결과 동물성 단백질이 암 발생의 스위치 역할을 한다는 내용을 중점적으로 설명합니다. 심장질환·비만·당뇨병·유방암·전립선암·대장암·자가면역질환·뼈 신장 눈 뇌질환 등을 다룬 「풍요병」 파트에서도 동물성 단백질은 거의 백해무익하다고 역설합니다. 세 번째의 「건강한 영양지침」에서는 저자들이 홀리즘(wholism)에 입각하여 이름 붙인 자연식물식(wholefood, plant-based diet; WFPB diet), 곧 무가공의 정제되지 않은 채식 위주의 식단이 질병 예방과 건강 증진을 위한 최선책임을 주장합니다. 마지막의 「누구를 위한 건강인가」에서는 현 과학의 보편적 방법론인 환원주의를 비판하는 한편,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학계·기업(특히 축산물 관련 기업)·대중매체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평소 육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로서는 든든한 우군을 얻은 기분이 들어 한층 채식을 공고히 하겠노라 다짐했는데, 이 책을 혹독하게 비판한 사람도 있습니다. 가령, 데니스 밍거(Denise Minger)는 캠벨의 주장이 체리피킹(Cherry Picking: 어떤 대상에서 좋은 것만 고르는 행위를 통칭하는 용어)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반박문(『Diet, Life-Style, and Mortality in China: A Study of the Characteristics of 65 Chinese Counties』을 내놓았거든요. 시시비비에 대한 판단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겠지만, 저는 그래도 캠벨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안세영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안세영
1987.02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1993. 02 경희대학교 대학원 한의학박사 1996.10-현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1997.03-2012.02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신계내과학교실 주임교수 2017.03-2020.02 대한한방내과학회장 저서 남자 그리고 여자, 갑상선클리닉, 몸 한의학으로 다시 태어나다, 성학, 다한증의 이해와 치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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