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겨울지나 봄이 오면 미나리가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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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겨울지나 봄이 오면 미나리가 자란다
  • 승인 2021.03.05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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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미나리
감독 : 정이삭출연 :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 앨런 김, 노엘 조
감독 : 정이삭
출연 :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 앨런 김, 노엘 조

 

얼마 전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미나리>가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다. 작년에 <기생충>이 수상한 것에 이어 한국어가 등장하는 영화가 연속으로 수상하는 기록을 세웠는데 사실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인 감독이 연출하고 미국 자본이 투자 된 미국 영화이다. 그런데 한국어가 많이 등장한다는 이유로 본상이 아닌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마치 영화의 내용과도 비슷한 상황이라 많은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나리>의 영화적 우수함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낯선 미국 땅 아칸소로 이주하며 가족들에게 뭔가 해내는 걸 보여주고 싶은 아빠 제이콥(스티븐 연)은 자신만의 농장을 가꾸기 시작하고, 엄마 모니카(한예리)도 다시 일자리를 찾는다. 그로인해 어린 아이들을 돌봐주기 위해 모니카의 엄마 순자(윤여정)가 미국에 오게 된다. 의젓한 큰딸 앤(노엘 조)과 장난꾸러기 막내아들 데이빗(앨런 김)은 여느 할머니 같지 않은 할머니가 영 못마땅하게 느껴진다.

한국 가족의 미국 정착기를 다룬 <미나리>는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스토리를 담은 영화라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이는 외국이 아니더라도 고향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가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이야기이기에 어찌 보면 그렇게 특별나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거기에 영화의 스케일이 큰 것도 아니고, 구성 또한 큰 기복이 있지 않은 잔잔한 영화이기에 엄청난 기대감을 갖고 영화를 본다면 아쉬움이 많이 남을 수도 있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연출로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자연스럽게 시키며 마치 내가 가족의 일원이 된 듯한 느낌을 갖게 해주고 있다. 그리고 영화의 제목이면서 어디서든 잘 자란다는 ‘미나리’는 마치 이 가족의 미래이자 희망을 뜻하며 관객들에게도 많은 생각을 갖게 해준다.

특히 이 영화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부분은 바로 유수의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을 비롯한 배우들의 호연이다. 사실 이창동 감독의 <버닝>에 출연했던 스티븐 연과 여러 드라마를 통해 개성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한예리가 부부로 출연한다고 했을 때 어떻게 보여질까라는 의문이 있었지만 두 사람의 연기가 제대로 조화를 이루며 극 전체를 제대로 이끌고 있다. 또한 수상실적만으로도 알 수 있듯이 윤여정의 할머니 연기는 여유와 긍정의 아이콘으로 다가오면서 생각보다 적은 출연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보는 이들에게 따뜻한 감성을 전해주고 있다. 여기에 한 번 보면 잊지 못할 두 아이들의 연기까지 더해지면서 진짜 가족과 같은 시너지를 선보이고 있다. 비록 엄청난 자본과 CG 조차 없는 작은 영화이지만 미나리와 같은 강한 생존력을 지닌 한국인들의 모습을 통해 겨울을 지나 봄을 맞이하는 시점에 우리네 가슴 한 켠에 따뜻함을 전해주고 있다. <미나리>를 보고 난 후 가족들과 제철을 맞은 미나리 음식을 곁들이며 식사를 한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4월에 있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미나리>의 좋은 소식이 있기를 기원해 본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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